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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지정기록물, 15년간 방치됐다"

[이병한 선임기자의 이슈와 사람] 해임된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 "복직해서 5년 임기 반드시 채울 것"

등록 2023.06.19 04:45수정 2024.03.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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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원은 '너무 일하려고 들지 마세요, 관장님, 그러다 다칩니다' 이런 말도 하더라.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13일 인터뷰 중인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 ⓒ 이희훈

오연호가 묻다 "노무현 기록물 15년간 방치됐다" 대통령기록관장의 충격증언 ⓒ 오마이TV

 
해임된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의 법적 투쟁이 시작됐다. 지난달 12일자로 위법·부당지시 및 갑질 혐의로 대통령기록관장에서 해임된 심 전 관장은 지난 9일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는 소청심사와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일반직 공무원으로서는 행정소송으로 가기 전 꼭 거쳐야 하는 수순이다.

심 전 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문가로서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낀다"면서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말했다. 2026년 9월 9일까지가 임기였던 그는 "소송을 통해 복직해서 반드시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될 경우 대통령기록관은 '한 지붕 두 관장'이라는 초유를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인터뷰는 13일 오후 약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고, 이후 15일 오후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에 출연해 보충했다. 사태 발생 이후 침묵해왔던 심 전 관장이 입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징계 사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대통령기록관에 들어가보니 그동안 밖에서 봐왔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내가 부임한지 1년이 되어서야, 노무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 중 비전자 기록물의 건 목록(세부 목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세부 목록이 없다는 것은 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지 15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점검이 없었다는 뜻이다. 심 전 관장은 "곰팡이가 슬었는지, 찢어지지는 않았는지, 숫자가 다 맞게 있는지, 이런 점검을 해야 하는데…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전 관장은 윤석열 정권으로 바뀐 이후 "대통령실이 관장이 아닌 과장들과만 업무협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관장 패싱'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소신을 밝혔다. "2급 국장급밖에 되지 않는 대통령기록관장의 임기를 왜 굳이 법에 5년이라고 못박아 놨는가, 이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심 전 관장은 공모를 통해 외부 기록관리 전문가가 대통령기록관장이 된 케이스다. 2015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도 일을 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특조위를 강제 해산시키는 바람에 약 12개월만에 옷을 벗었던 그는 이번에도 윤석열 정부에 의해 16개월만에 해임을 당하게 됐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그동안 부끄러워서 말 안했지만, 이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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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훈

 
- 공식적으로 해임 된지 한 달이 됐다. 심경은?

"억울하죠. 내가 17년 동안 쌓아온 전문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오늘까지 어떤 언론사 기자로부터 해임에 대해 질문을 받아도 구체적인 사유를 말하지 않았다. 신분이 공무원이었기 때문도 있지만, 기록 공동체(심 전 관장은 기록관리 관련 학계, 업계, 공공기관 등을 통틀어 지칭하는 용어로 '기록 공동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의 일원으로서 우리 내부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 좀 창피하고 국민들께 부끄러운 마음이 제일 컸다. 하지만 이제 처음으로 밝혀야겠다. 내가 대통령기록관장으로 14개월 동안 일해보니, 그동안 밖에서 봐왔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다."

-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 이 사태의 시작이 지난해 10월 21일 익명의 내부 제보였던 걸로 알고 있다.

"내 해임 사유가 위법·부당한 지시와 그 과정에서의 소위 갑질인데, 특정 두 개 과의 과장과 팀장급 4명이 나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이를 근거로 해임 징계한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일부 과장급과 연구관급 전문직들의 직무 태만, 책임 회피, 보고 회피 등 때문에 벌어진 일을 그들이 갑질이라고 주장했다고 생각한다."

- 위법·부당 지시의 첫번째가 공개 기록물을 부당하게 비공개로 바꾸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건 오(誤)분류 공개 기록물 처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오분류 공개 기록물이 무엇인가.

"당연히 비공개인데 공개로 잘못 처리되어 있는 기록물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런 거다. 대통령님이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면 그것이 음성 파일과 문서 파일(hwp 파일)로 동시에 만들어진다. 그러면 동일한 내용이니까 이 두 기록물은 공개면 공개, 비공개면 비공개, 값이 같아야 한다. 그런데 음성 파일은 공개, hwp 파일은 비공개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는 경우가 있다. 임기 종료일에 쫓겨 이관을 하다 보면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 그러면 이때까지 그걸 어떻게 처리했는가.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임기응변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다."

-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했는가.

"조금 복잡한 이야기인데, 결론적으로 심의기구 중 하나인 기록물공개심의회의 기존 규정을 좀 더 명확하게 해서 거기서 처리를 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담당 팀장이, 오해 내지는 이해 부족, 또는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기록물법에 모든 기록물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데 관장이 오분류 공개 기록이라는 핑계를 삼아서 공개 기록을 비공개로 바꾸려고 한다고 주장한 거다."

"노무현 대통령 지정기록물의 세부 목록이 없다... 지난해 10월 처음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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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훈

 
- 두번째 징계 사유는 법적으로 매우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권이 없는 관장이 지속적으로 열람을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혐의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상황이 벌어진 건 크게 세 번이다. 2021년 말쯤에 새해 업무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내가 지정기록물의 관리 현황을 보고해 달라는 업무 지시를 A과에 했다. 그런데 '관장은 지정기록물을 목록이든 내용이든 열람할 수 없다'는 보고가 올라오게 된다. 두번째로 2022년 2월경에 지정기록물을 관리하는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 약칭 지정 PAMS라고 하는데, 기능 개선이 종료돼서 그에 대한 완료 보고회가 있었다."

- 컴퓨터 프로그램?

"그렇다. 정보 시스템이다. 그래서 내가 권한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지정 PAMS의 기능 시연 요청을 했다. 시스템 기능을 이해하고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 그랬더니 또 '시연을 하다 보면 지정기록물의 내용이나 목록을 열람하게 되기 때문에 시연을 할 수 없다'고 하게 된다.

세 번째는 2022년 10월경에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 해제를 준비하기 위한 집중 회의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지정기록물의 관리 상태를 보고해달라고 하자, 또 계속 지연하거나 지정기록물의 내용이나 목록을 열람할 수 없기 때문에 상세 보고가 쉽지 않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관장이 지정기록물 열람권이 없는데 자꾸 열람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게 된 거다."

- 일단, 대통령기록관장에게 지정기록물 열람권이 없는 것은 맞나?

"나는 전문연구자로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령해석에 차이가 있을 때 내가 갖고 있는 의견만 관철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해서 직원들에게 강요하거나 관철하지 않았다. 다만 '법령상 명시되어 있는 최소한의 관리행위는 반드시 하자, 지금 문제는 그것도 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부터 하자'고 말했다."

- 최소한의 관리 행위도 안되고 있다? 그건 무슨 말인가.

"아까 지난해 10월에 지정기록물 해제를 위한 집중 회의를 했다고 말했는데, 그때 가서야, 즉 부임한지 1년이 되어서야 내가 알게 된 게, 노무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 중 전자 기록물이 아닌 비전자 기록물의 목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비전자 기록물의 목록?

"더 정확히 얘기하면, 비전자 기록물의 '건 목록(세부 목록)'이 없다는 사실을 내가 보고받았다. 비전자 기록물이라고 하면 거의 종이류 기록물을 생각하면 된다."

- 왜 없는 건가?

"(목록 작성을) 안 한 거다."

- 이관 된지 15년이나 지났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기록물을 이관 받은 이후에 정치적으로 지정기록물을 둘러싼 논쟁이 있어서 직원들이 여러 휘둘림이나 피해를 봤다는 것, 나는 인정하고 공감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법률과 시행령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지정기록물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첫째, 최소한 목록을 작성하고 있어야 하고, 두 번째, 상태가 곰팡이가 슬었는지, 찢어지지는 않았는지, 전자 기록물일 경우에는 파일이 열리는지, 즉 상태를 검사해야 한다. 세 번째로 정수 점검이라고 해서, 숫자가 다 맞게 있는지, 몇 쪽인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 작년 10월까지 목록이 없었다는 것은, 이관 이후 15년 동안 그런 점검을 한 번도 안 했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국민들이 그렇게 질책해도 우리들은 할 말이 없는 거다."

- 혹시 그런 점검을 목록이 없어도 할 수 있나.

"목록이 없으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 조금 충격적인데, 그러면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15년 동안 그냥 창고에 있었던 것 뿐이라고 할 수 있겠네?

"그렇다."

- 없어져도 없어진 줄 모르고?

"음… 그런데 그 부분은, 종이류 기록물은 철로 집게로 묶여 있고, 그 철들은 다시 문서 상자에 들어가 있고, 문서 상자는 더 큰 라면 상자 크기 정도 되는 보존 상자에 들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중 잠금장치가 돼있는 지정기록물 서고에 있고, 그 안에는 스티커나 RFID 등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분실이나 유출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 다만 방기돼 있었다?

"그렇다. 방치되어 있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지정기록물 공개 5년 더 미루려는 움직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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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어진동에 있는 대통령기록관 전경. ⓒ 연합뉴스

 
- 자연스럽게 주제가 올해 2월에 있었던 지정지정기록물 해제 쪽으로 옮겨가는데, 많은 기대 속에 지정기록물이 해제됐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목록조차도 공개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가 지정해제 기록물의 목록을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돌아온 답은 올해 12월 31일 오후 2시에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처리가 맞는 건가?

"대통령기록관 내부에서 첫번째 대규모 지정기록물 해제일인 올해 2월 25일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었다. 예전 2018년에 하던대로(당시 소수의 10년 지정기록물이 해제됨 - 기자 주) 천천히 일을 하면 된다는 주장과, 이번 해제일을 대통령기록관의 효능감을 사회 각계에서 느끼는 계기로 삼자는 주장이었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람이 아까 얘기했던 A 과의 과장이고, 나는 부임할 때부터 후자 입장이었다."

- 내부 논쟁이 어찌됐든 오랫동안 알권리를 유보해온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이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무려 15년을 기다려온 시민들은 내용은커녕 목록조차도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1월 5일자로 직위 해제가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전날인 4일 마지막으로 한 업무 행위가 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오전에 열린 대통령기록관리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에게 두가지 보고를 했다. 우선 목록을 작성해서 해제일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했고, 또한 2024년 말까지 최대한 많은 기록물을 내용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겠다고 보고했다. 관장인 나와 주무부서인 A 과장이 함께. 그런데 그날 오후 5시 넘어서 행정안전부로부터 직위해제 통지를 받았다.

이후 진행된 상황을 보면, 목록 공개가 12월 31일로 바뀌었으니 최소한 10개월 후퇴한 거다. 더 심각한 것은, 내부에서 들리는 바에 의하면, 2024년 말 완료 목표로 했던 내용 공개를 더 미루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최대 5년 후로."

- 5년이나 더?

"그렇다. 하지만 나는 그건 명백하게 법률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용산 대통령실은 관장 아닌 과장들과만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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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훈

 
- 다시 해임 문제로 돌아와보자. 두가지 위법·부당 지시와 함께 또 한가지 해임 사유가 비인격적 대우, 한마디로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건데.

"별도 일이 있던 게 아니고, 두 사항을 논의하거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것들이다. 내가 최근 소청심사를 준비하면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기 시작했는데, 변호사의 의견은 나의 행동이 배려심 없는 처사라고 평가될 수는 있어도 법률적으로 비인격적 대우나 갑질이라고 규정될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이 부분도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다퉈볼 생각이다."

- 내부 갈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으로 임기가 정해진 기관장을 해임할 정도인가 하는 건 또다른 문제인데, 결국 해임됐다. 해임의 본질적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불편한 사람들이 있는 거다. 내가 불편한 사람들이."

- 기록관 내부에? 외부에?

"윤석열 대통령으로 바뀐 이후에 대통령실의 기록관리부서에서 나를 만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 대통령실이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실의 기록을 이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업무상 협의가 있어야 한다. 내가 초기에 하도 답답해서 용산 대통령실에 가서 1층에서 전화해 겨우 담당 선임행정관을 두세번 면담한 적은 있다. 그 이후에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대통령실은 관장이 아닌 과장들과만 업무협의를 해왔다."

- 익명의 갑질 신고 이후 해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 그러면 혹시 직원의 신고가 현 정권과의 교감 하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음모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실에서 나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분명히 느껴졌다. 또한 일부 직원들도 나를 불편해 했다. 내가 관장으로 있으면서 '하던 대로 하면 되는데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고, 또 그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다. 어떤 직원은 '너무 일하려고 들지 마세요, 관장님, 그러다 다칩니다' 이런 말도 하더라.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외부 전문가를 기관장으로 임명한 건 일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내 소임은 그거였다."

- 혹시 제보를 했던 직원들은 어떻게 됐는지 아는가.

"제보는 익명이어서 잘 모르고, 피해자로 진술한 직원 4명은 모두 원하는 곳이나 좋은 곳으로 전보됐다. 나는 내가 억울한 것도 있지만, 전문기관의 전문직들이 갑질을 핑계로 외부에서 온 관장을 밀어내고 좋은 곳으로 가는 선례를 만들면 대통령기록관의 앞날이 매우 어두워진다는 문제의식이 강하다."

"반드시 복귀해서 5년 임기 마지막 날 출근하는 첫 관장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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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훈

 
- 대통령실에서는 왜 관장과 업무 협의를 안했을까?

"추정하기로는, 내가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고위공무원이니까."

- 소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알박기 인사라는 건데, 그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회적으로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정부가 바뀌면 같이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의 경우는 관장의 임기를, 2급 국장급밖에 되지 않는 대통령기록관장의 임기를 왜 굳이 법에 5년이라고 못박아 놨는가, 이게 핵심이다. 그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법을 성안할 당시, 대통령 임기와 맞추려고 한 거다.

예를 들어 노 대통령이 임기 말 즈음에 관장을 임명하고 퇴임을 하면, 그 후 5년 동안 그 관장이 이관 받은 기록물을 잘 관리하고 정리해서 보호할 건 보호하고 공개할 건 공개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 다음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할 즈음에 새로 관장을 임명하게 되고, 새로 기록물을 이관 받아 일하게 되는 주기가 형성된다. 이것이 전임 대통령과 다음 대통령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대통령기록물을 보호하고 기록관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원리다. 그러므로 이 자리는 전임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

- 이론적으로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런 취지는 이미 초대 관장부터 이명박 정권에 의해 직권면직으로 쫓겨나면서 어그러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위 진보 정권에서 보수 정권으로 바뀌면 어김 없이 대통령기록관장 찍어내기가 벌어지는데, 대체 왜 그럴까?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이해해달라."

- 대통령기록관이 생긴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명도 5년 임기를 채운 관장이 없다.

"그래서 나는 행정소송을 거쳐서라도 꼭 임기 마지막 날 출근하는 첫번째 관장이 되고 싶다."

- 원래 임기가 2026년 9월 9일까지다. 아직 3년 넘게 남아있는데, 법적 투쟁을 통해 임기 내 복귀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100%."

- 그때는 이미 새로운 관장이 근무하는 상황일 텐데, 그러면 한 지붕 두 관장이 된다.

"한 기관에 기관장이 두 명인 선례는 많이 있다."

- 그렇더라도 복귀해서 바로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

"그렇다. 절대. 그게 대통령기록관장 직의 성격과 원리상 맞다."
 
#대통령기록관 #심성보 #대통령실 #해임취소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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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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