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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 놓인 무료급식소 '밥퍼'

동대문구청 불법건출물이라며 철거명령... 최일도 목사 "전임 구청장 지우려는 정치 싸움"

등록 2023.06.20 11:24수정 2023.07.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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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에서 35년째 자리를 지켜온 무료급식소 '밥퍼나눔운동본부(이하 밥퍼)'. 지난해부터 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되면서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자원봉사자들도 코로나19 이전만큼 밥퍼를 방문하고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민간 무료급식소들이 휘청이는 실정이지만 밥퍼는 어려움 속에서도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밥퍼는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동대문구는 밥퍼가 사용 중인 건물이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철거 명령과 함께 2억 8300만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밥퍼를 운영하는 다일복지재단은 해당 처분에 반발하며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처분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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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나눔운동본부에 모인 노인들. 식사 전 모습이다. ⓒ 다일복지재단 제공


노인 무료급식소도 혐오시설인가

한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 이후 MBC와 한 인터뷰에서 "희생을 감내한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반대하는데 계속 시설을 유지해야 하느냐"며 "아이들이 그쪽으로 통학한다는 점" 또한 우려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안전 관련 우려는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숙인들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밥퍼 김미경 부본부장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청량리에도 노숙인들이 많지 않다"며 "국가 차원의 보호시설도 많이 마련되어 있어 노숙인들은 거의 없고 밥퍼를 찾는 건 대부분 무의탁 독거 노인들"이라고 설명했다.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도 "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역이 종로3가와 청량리인데 당연히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 유지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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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나눔운동본부 뒤편에 고층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 조진석

 
특히 청량리역 부근에 들어선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고 한다. 최일도 목사에 따르면 2천 명의 입주민이 밥퍼 철거를 위한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 목사는 "입주민 2천 명이 모인 것이 사실인지부터 의문이지만, 우리도 밥퍼 철거에 반대하는 동대문구 주민을 그 이상 모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2주째 진행되고 있는 '밥퍼 양성화 지지 서명 운동'에는 19일 정오 기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쳐 1만 3874명이 참여했고 그중 동대문구 주민은 1280명이었다. 최 목사는 "기존 동대문구 주민들은 밥퍼 운영에 반대하지 않는데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로 '님비 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한다.

동대문구에 거주 중인 김수환(26)씨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밥퍼 철거 주장에 대해 "노숙인이 많았던 청량리 이미지를 지우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김씨는 "밥퍼를 이용하는 분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며 입주민들의 안전 우려에 의문을 표했다. 이어 그는 "무료급식소가 없으면 식사할 수 없는 노인 분들도 많기 때문에 밥퍼 철거를 주장하는 게 보기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구청장 바뀌자 철거 명령... 오락가락 행정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밥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구청장은 공약 이행을 위해 밥퍼에 철거 명령과 그에 대한 이행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이에 최일도 목사는 "서울시와 동대문구가 하라는 대로 해 왔는데 왜 다일복지재단에 책임을 묻느냐"며 "이런 '오락가락 행정' 때문에 복지시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밥퍼는 2010년 서울시에서 지어 준 건물을 사용하기 시작해 2021년 유덕열 전 구청장의 독려로 증축을 했다. 최 목사는 "밥퍼가 사용하는 토지와 건축물의 소유주는 모두 서울시"라며 다일복지재단에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비판한다. 밥퍼 건물이 불법 건축물이라면 당시 이를 허락한 오세훈 시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동대문구는 다일복지재단에 2억 8300만 원, 서울시에는 54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바 있다.

최 목사는 증축 행위에 대해서도 "건물 증축이 건축법상 위법행위였다면 이를 주도한 것은 구청"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질적 주체가 동대문구임에도 구청장이 바뀌자 우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만행"이라며 동대문구의 처분이 신뢰보호 원칙에 반하는 처사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타 정당 소속 전 구청장의 결과물을 그대로 두고 보지 못하는 정치 싸움일 뿐"이라며 사회복지재단마저 정치 싸움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도 매번 다른 처사를 보인다. 서울시는 2021년 12월 다일복지재단을 시유지 무단 증축으로 고발했으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오세훈 시장은 최 목사를 만나 해명한 후 고발을 취하했다. 이때 밥퍼는 오 시장 허가 하에 건물을 증축해 사용하고 15년 뒤 건물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1년 뒤 동대문구에서 이를 문제 삼자 서울시는 입을 닫았다. 최 목사에 따르면 재단의 도움 요청에도 서울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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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식전 기도를 올리고 있다. ⓒ 다일복지재단 제공

 
구청장이 바뀌자 혐오시설로 내몰린 무료급식소 밥퍼. 밥퍼에 의지하던 무의탁 노인들은 갈 곳을 잃을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밥퍼의 미래를 결정하는 재판은 8월 24일 진행된다.

 
[반론 보도] <철거 위기 놓인 무료급식소 밥퍼> 관련


본 신문은 지난 2023년 6월 20일자 위 제목의 기사에서 동대문구청이 토지와 건축물 소유주인 서울시는 정작 책임의 주체에서 배제하였으며(기사 본문은 이미 수정 반영되었음),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당 건물에 대해 증축을 허가하고 15년 뒤 '밥퍼'가 서울시에 건물을 기부채납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동대문구가 다일복지재단과 서울시 모두에 대해 건축법 위반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였으며, 서울시는 '밥퍼'에서 사용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에 대해 증축을 허가하거나 15년간 사용토록 합의한 바가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무료급식소 #밥퍼나눔운동본부 #밥퍼 #다일복지재단 #청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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