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필리핀 헌법에도 있네

[필리핀의 헌법 답사 일지①] 필리핀 건국의 공헌자, 호세 리살

등록 2023.06.23 14:40수정 2023.06.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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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리핀 헌법을 살펴보고자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첫째 날의 일정은 지난 5월 11일이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세부퍼시픽 비행기는 오전 12시경에 마닐라에 소재한 니노이아키노공항에 도착했다.

식사 후 숙소에 여장을 풀고, 필리핀의 리살 공원(Rizal Park)을 산책했다. 리살 공원은 필리핀 독립 운동의 대표적인 지도자인 호세 리살(Jose Rizal, 1861~1896)을 기리는 공간이다.


호세 리살은 지난 1892년 필리핀민족동맹을 조직하여, 식민지 시절 필리핀 내의 사회개혁운동을 지도하였다. 불행히도 호세 리살은 지난 1896년 스페인 정부에 의해서 사형을 당한다. 오늘날 필리핀에서는 그의 순국일인 12월 30일을 리살 기념일(Rizal Day)으로 지정하고 있다.

리살 공원의 입구에는 그를 기리는 동상 옆에는 대형 깃대에 필리핀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동상 앞에는 정복을 입은 2명의 근위병이 절도 있는 모습으로 동상을 호위하고 있었다. 오늘날 필리핀의 독립과 국가 형성에 기여한 호세 리살을 국가의 영웅으로 추모하는 필리핀인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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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리살 동상 ⓒ 여경수

 
나는 리살 공원 근처에 있는 필리핀국립박물관을 입장했다. 외국인의 경우에는 여권번호를 확인하고, 입장을 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었다.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필리핀의 역사를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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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국립박물관 ⓒ 여경수

 
필리핀의 고대 역사에는 부족을 중심으로 통치체제가 이루어져서, 중앙집권적인 국가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필리핀이 서구세계에 알려진 배경은 스페인의 후원을 받은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이 지난 1521년 필리핀을 탐험한 이후이다.

이후 스페인은 필리핀이 무역 기지로서 최적의 지역으로 인식하고, 필리핀에 대한 본격적인 식민화 작업에 착수했다. 결국 스페인은 1571년에 마닐라를 식민지의 수도로 정하고, 필리핀을 식민지화한다.

당시 필리핀이라는 국호는 스페인 국왕인 필립 2세(Philip Ⅱ)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19세기 당시 필리핀에서는 민족주의 사상이 전파되며, 스페인에 대한 강한 반발로 표출된다. 지난 1896년 필리핀에서는 카티푸난(Katipunan)이라는 조직을 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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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푸난 그림 ⓒ 여경수

 
한편 1898년 미국과 스페인 사이의 전쟁이 발발한다. 마침내 1899년 1월 마롤로스 공화국(Malolos Republic)이 수립된다. 당시 독립운동의 지도자인 에밀리오 아기날도(Emilio Aquinaldo)는 1899년 6월 12일 필리핀의 독립을 선언한다.

오늘날 필리핀에서는 이 날을 독립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곧이어 필리핀에서는 동남아시아에서 최초의 민주공화국 헌법을 제정한다. 당시 필리핀의 헌법은 아폴리나리오 마비니(Apolinario Mabini, 1864~1903)가 기초한다.


미국-스페인전쟁의 초기 국면에는 미국은 필리핀 독립운동가들에게 우호적이었다. 실제로 미국 함대가 필리핀의 스페인 군대를 공격할 당시, 필리핀 독립군이 미국의 공격에 가담하였다. 하지만 필리핀의 독립 국가인 마롤로스 공화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국은 필리핀의 독립운동세력을 철저히 탄압한다. 이에 대해 필리핀인들은 미국에 저항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미국-필리핀 전쟁이 발생한다. 불행히도 1901년 3월 에밀리오 아기날도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되면서, 사실상 필리핀의 최초 공화국이었던 말롤로스 공화국은 소멸한다.

그럼에도 필리핀의 독립정신은 미국 식민지 시절에도 이어진다. 결국 지난 1934년 마침내 미국 의회는 필리핀 독립법을 제정한다. 필리핀 독립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10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필리핀의 독립을 보장한다. 미국이 10년의 과도정부 기간 동안 외교, 통화, 관세에 관해서는 통제권을 지닌다. 둘째, 미국은 필리핀 입법부로 하여금 제헌위원회를 결성하여, 제헌위원회에 필리핀 헌법 초안을 작성하는 권한이 부여된다.

지난 1935년 2월 8일 필리핀 제헌위원회에서 헌법안이 비준되며, 5월 14일에는 국민투표가 시행된다. 이 헌법을 바탕으로 지난 1946년 필리핀은 독립된 주권 국가로 거듭난다.

필리핀 헌법 제2조 제1항에서는 '필리핀은 민주 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정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1항과 제2항 조문과 상당히 비슷하다.

필리핀 역시 식민지 시절을 겪으면서 헌법상 국민주권사상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필리핀국립박물관에서 필리핀 헌법의 역사를 나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흥미로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필리핀 헌법 #마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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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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