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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에서 수리부엉이 부부 기다리는 이들, 왜?

금호강 팔현습지의 터줏대감 수리부엉이 부부에게 닥친 위기

등록 2023.06.29 10:54수정 2023.06.2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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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에서 프로젝트 예술행동팀 '금호강 디디다" 소속 예술가들이 수리부엉이를 기다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28일 금호강 팔현습지의 명물이자 터줏대감 혹은 깃대종이라 부를 수 있는 수리부엉이 부부를 만나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 지난 주말 금호강의 원형을 찾아 내성천을 함께 탐방한 예술행동 프로젝트팀인 '금호강 디디다'팀과 함께(관련기사: 금호강에서 온 예술가들 '영주댐 해체' 외친 이유).

금호강 팔현습지는 대구의 3대 습지 중 하나로 대구 도심 인근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 바로 옆에 있는 특이한 습지다. 아니 이 중요한 습지 옆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터를 잡고 살게 됐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팔현습지의 북쪽 그러니까 대구 동구 방촌 쪽은 아파트촌이다. 강촌마을이라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금호강을 따라 들어서 있다. 그 강촌마을 건너편이 바로 팔현습지다.

팔현습지는 야트막한 야산을 끼고 형성돼 있다. 그 산은 금호강을 만나 거센 강물에 깎이고 깎여 산지 절벽을 이루었고 그런 지형을 '하식애'(河蝕崖)라고 이른다. 그 하식애 어디엔가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는 것을 팔자가 발견했고, 이날 예술가들에게 그 현장을 안내하기 위해서 팔현습지를 함께 찾은 것이다.

이런 지형이 또 있다. 바로 대구의 자랑이자 세계적인 습지인 달성습지 맨 끝단에 형성된 야트막한 산인 화원동산이 바로 이곳과 유사한 하식애 지형이고 그 하식애에도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다. 즉 하식애와 같은 산지 절벽 바위틈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친구가 바로 수리부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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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에서 만난 수리부엉이. 이곳 팔현습지의 터줏대감이자 깃대종이라 할 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리부엉이는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하고 있고, 문화재청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법정보호종 야생생물이다. 두 기관에서 모두 보호하고 있는 정말 귀한 야생생물인 것이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하식애란 특이하고 드문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쉽게 볼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개체수가 많지 않아 귀한 새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귀한 새를 다른 곳도 아니고 대구 도심 바로 인근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만큼 금호강 팔현습지가 중요한 습지란 것이고, 이 귀한 새의 존재만으로도 귀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귀한 습지가 점점 노출되며 훼손되기 시작한 것이 최근 10년 동안의 일이다.


국토부의 수상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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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훼손 현장. 강촌햇살교와 27홀 파크골프장 그리고 대규모 정원이 들어서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10년 전에 대구 동구는 이곳에 강촌햇살교란 작은 다리를 놓아 대단위 아파트단지 사람들이 팔현습지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대구 수성구는 맞은편 팔현습지 뒤쪽에 수성패밀리파크라는 2만 2000평 규모의 대단위 공원을 조성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게 했다.
   
설상가상 최근인 2020년 6월에는 수성구청에서 팔현습지 안쪽 금호강 둔치에 27홀 규모의 대단위 파크골프장인 수성파크골프장까지 건설해 이곳이 대구의 3대 습지란 사실을 무색하게 했다. 수성구청은 한술 더 떠 이곳에 대단위 정원까지 조성해 '시민 이용 편의' 공간으로 개조해 놓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하천관리를 맡고 있던 국토교통부에 그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팔현습지는 대부분이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철새도래지로서 보호받던 공간이었다.

그런데 국토부가 이런 팔현습지의 지구 지정을 슬쩍 변경해버린 것이다. 당시 심의에 참여했던 이들이 이런 말도 되지 않은 결정을 해버린 것이다. 지구 지정을 보존지구에서 친수지구로 변경해버리는 정말 수상한 결정을 해서 이 일대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그 이후부터 팔현습지가 훼손되기 시작한 것이다. 10년 전 강촌햇살교가 만들어진 것부터 시작해 대단위 공원인 수성패밀리파크가 건설된 것과 팔현습지 안쪽으로 27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에 대규모 정원까지 만들어진 배경에는 국토부의 이런 말도 되지 않은 결정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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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팔현습지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교량형 탐방로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국토부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팔현습지 훼손에 쐐기를 박는 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바로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정식 명칭은 금호강 사색이 있는 산책길 조성사업)을 벌이면서 기존의 멀쩡하고 튼튼한 제방을 슈퍼제방으로 건설하고, 제방이 끝나는 곳에 들어선 산지 절벽(즉 무제부 구간) 앞으로 교량형 탐방로(산책로 겸 자전거도로 겸용)를 놓는 사업을 계획한 것이다.

제방사업은 치수사업이라서 계획할 수 있다 쳐도 그동안 사람이 접근조차 못했던 산지 절벽 앞으로 산책로를 놓는다는 것은 치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선심성 사업일 뿐으로 어떻게 이런 사업이 하천환경정비사업 명목으로 끼어들어올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 이  사업에만 170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슈퍼제방 사업까지 모두 합치면 무려 예산이 367억 원이나 된다.

수리부엉이 부부에게 닥친 위기, 원인은 환경부

문제의 이 산책로가 바로 수리부엉이 부부의 집 바로 앞으로 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에게 큰 위기가 닥친 것이다.

그런데 국토부의 이런 병폐들이 만연하자 하천관리권이 문재인 정부 말기에 환경부로 넘어오게 된다. 개발부서격인 국토부에서 보전부서인 환경부로 하천관리권이 넘어온 것은 물관리일원화법에 의한 결정이지만 하천을 개발에서 보전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렇다면 국토부의 이런 잘못된 결정은 환경부로 하천관리권이 넘어온 시점부터는 시정돼야 마땅했다. 그런데 이 사업이 버젓이 살아남아서 지금은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가 이 이상한 사업을 벌이는 주체가 됐고, 이 사업을 그대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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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팔현습지. 팔현습지에서 가장 중요하 생태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이 일대에서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다. 이 산지 앞으로 교량형 산책로를 내겠다고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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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가 날았다. 1시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수리부엉이가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멸종위기종이란 수리부엉이를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는 환경부가 수리부엉이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사업의 주체가 돼 있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리부엉이만이 아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 또한 이 일대에 서식하고 있어서 이 교량형 탐방로 공사(강바닥에 파일을 박기 시작하면서부터 환경파괴가 시작된다)가 시작되면 심각한 생태 교란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환경단체와 이곳 팔현습지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충돌하고 있다.

이날 '금호강 디디다' 예술행동 프로젝트팀이 팔현습지를 찾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 팔현습지의 터줏대감인 수리부엉이 부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이들은 저녁 시간 한 자리에서 1시간을 기다린 끝에 결국 수리부엉이 부부의 존재를 똑똑이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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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행동팀이 팔현습지의 또다른 명물인 왕버들숲의 한 왕버들 앞에서 한 나무로 이루어진 이 진기한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예정대로 이곳에 길이 나면 이 왕버들숲도 사라지게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 수리부엉이 부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예술행동팀의 일원인 국악인 서민기 씨는 말한다.

"이 야트막한 산에서 이렇게 귀한 새가 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는데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게 돼 기쁘다. 반면에 이렇게 귀한 존재들이 살고 있는 곳에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탐방로 사업이 벌어질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것도 환경부가 이런 사업을 강행한다는 것이 더 믿어지지 않는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이 사업을 벌이는 주체인 낙동강유역환경청 홍동곤 청장은 지난 6월 19일 <매일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놀라운 발언을 남겼다.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됐을 때와는 다르다. 조류는 한 곳에 고정돼 살기보다는,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며 사는 습성이 있다. 공사로 둥지가 파괴되는 등의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사업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로서는 공사 방식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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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너머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그 앞으로 강촌햇살교가 보인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국토부 #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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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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