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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사흘 빼고 비'? 기상청 예보 분석관에게 물어보니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박정민 기상청 예보 분석관

등록 2023.07.04 10:11수정 2023.07.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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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되었다. 많은 비로 남부지방에는 인명 피해를 비롯한 여러 피해가 발생했다. 이보다 앞서, 한 포털사이트 날씨 예보에 7월엔 사흘 빼고 비가 계속 내릴 거라는 예측이 올라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말 사실일까?

올해 여름철 장마와 기온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3일 박정민 기상청 예보 분석관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분석관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올여름도 작년처럼 단시간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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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장마 시작을 앞두고 23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예보관 등 직원들이 컴퓨터 화면의 기상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2023.6.23 ⓒ 연합뉴스

 
- 지난 6월 25일부터 장마가 시작되었어요. 지난주는 비가 많이 왔잖아요. 현재 날씨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난 6월 25일 정체전선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장맛비가 내리면서 장마철이 시작되었는데요. 장마철 시작 때와 6월 30일경 두 차례에 걸쳐서 정체전선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에 영향을 주었고요. 다시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2일부터 3일 새벽 사이에 전남 해안과 제주도에 또 많은 양의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또한 지난 6월 25일, 30일 두 차례 영향을 주었던 것과 유사하게 정체전선상에서 다시 저기압이 발달할 걸로 예상이 되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4일 오후부터 5일 오전까지 다시 우리나라 전역에 강하고 많은 장맛비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 비가 계속 안 오고 끊어져 오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건가요?

"일반적인 장마의 기준하고 그리고 기상학적인 장마 기준이 조금 달라요. 일반분들께서 생각하시는 장마는 말씀하신 대로 비가 길게 이어지는 걸 얘기하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기상청에서는 여러 가지 기상학적 조건, 대기과학적 조건들이 만족할 때 장마철이 시작되었다고 얘기하는데요. 매년 여름철에 장마철 기간은 있어요. 그런데 계속 비가 내리는 패턴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마철 기간에도 비가 없거나 지금처럼 덥고 소나기가 내리고 이런 날들이 이어지게 되는 거죠. 정체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거나 할 때는 꾸준하게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려요. 하지만, 올해 장마철은 정체전선상에서 저기압이 발달한다고 말씀을 드렸죠. 이렇게 되면 저기압이 자주 우리나라에 통과하게 되면서 비가 내리는 양상이 지역적으로도 다르고 중간중간 저기압이 통과한 이후 고기압의 영향을 일시적으로 받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장마철이라고 해서 계속 비가 내리는 건 아닙니다."


- 지난주 내린 비로 인해 남부지방에서는 사망자도 나왔습니다.

"비로 인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장맛비뿐만이 아니라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인해 여름철에는 비 피해가 많은 계절입니다. 여름은 다른 계절에 비해 습도와 기온이 높아서 대기 중의 수증기가 매우 풍부한 상황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대기는 언제든지 구름대를 만들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어요. 그래서 여름에는 강한 비, 많은 비 등이 내릴 수 있는 매우 조건을 좋은 조건을 갖추게 돼요.

기후학적인 관점에서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하게 되죠. 수증기량이 증가한다는 얘기는 우리 머리 위에 비가 내릴 수 있는 하늘 위에 물탱크가 점점 커진다라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될 텐데요. 그래서 여름철은 좀 더 강한 비, 많은 비가 내리기에 좋은 조건입니다."

- 이번에 남부 지방에 비가 많이 올 거라는 예보가 있더라고요. 왜 남부 지방에 비가 많이 오는 걸까요?

"정체전선상에서 발달한 비구름대들의 영향인데요. 주로 정체전선상에서 저기압이 발달하면 남북 방향, 즉 우리나라 전체로 비구름을 올리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정체전선의 모체는 현재 제주와 남해상 부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체전선과 가깝고 정체전선상에서 발달한 비구름의 영향을 받게 되는 제주도와 남부지방 쪽으로 많은 비가 내리게 되는 상황이죠."

- 기억해 보면 작년에 국지성 호우로 한두 시간에 많은 비가 왔잖아요. 올해도 마찬가지일까요?

"맞습니다. 장마철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전국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을 본다면 적게는 40mm 많게는 70mm에 육박하는 매우 강한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여름철에 기온이 높다는 건 대기 중에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머리 위 상공에 있는 물탱크들이 커진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런 물탱크들이 대기 불안정이 더해지거나, 지형에 영향을 받거나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서 강하게 발달한다면 우리 머리 위에 있는 모든 수증기를 다 물로 변환시켜서 한꺼번에 땅으로 내리게 하는 조건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여름에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한두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은 계속해서 존재하는 상황이고요. 장마철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런 현상들은 계속해서 관측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 달 전 즈음 한 포털사이트 날씨 예보에서 7월엔 거의 매일 비 올 거란 전망이 있었어요. 이번 달에 계속 비가 올 가능성이 얼마나 있나요?

"기상 예보를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기상 관측을 진행하는데요. 동시에 기상 관측한 것을 실시간으로 상호 교환해 사용해야 하고요. 대기의 역학과 물리적인 움직임 등을 종합해서 수치예보 모델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이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게 됩니다.

그런데 관측의 오차도 있고, 전 지구의 모든 곳에서 관측할 수 없잖아요. 수치예보모델의 초기장 즉, 현재의 대기 상태를 만들 때 배경 오차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예측하기 위한 역학, 물리 방정식 자체가 비선형이에요. 답을 낼 수 없다는 방정식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답을 내고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 모수화라는 기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통한 예측 오차가 발생됩니다.

이 때문에 기상 예보를 100% 정확하게 생산한다는 건 현재 인간이 가진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 세계 기상청도 마찬가지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초기 단계의 작은 변화, 즉 섭동을 줘서 수치예보 모델을 여러 번 수행하거나 여러 수치예보 모델을 수행한 앙상블의 결과를 가지고 일기 예보를 확률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7월에 매일 비가 올 것이라는 전망은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만약, 수치예보 모델의 예측 기간을 길게 한다면, 한 달 뒤, 두 달 뒤, 1년 뒤, 10년 뒤까지도 예보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측성이라는 게 분명히 필요한데요. 예측성이 최소한 60% 이상 담보되는 기간까지 예보하게 되는데, 단기예보로는 4일까지 그리고 중기예보로는 앞으로의 10일까지 이렇게 예측하게 됩니다. 따라서 한 달 뒤, 두 달 뒤의 수치 예보모델의 결과를 가지고 예보한다는 것은 예측성 없는 예보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괴담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장마철 이후에도 집중호우 나타나는 경향성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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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기상청 예보 분석관 ⓒ 박정민 제공

 
- 작년에 대형 태풍으로 피해가 많았는데 올해는 어떨까요?

"태풍은 9월 그리고 10월 정도까지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요.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조금 더 위에 올라간 저위도에서 열대성으로 발달하는 작은 저기압인데 그 규모가 종관 규모에 비해서는 좀 작지만, 굉장히 맹렬하고 강한 기상 현상입니다.

그래서 그런 태풍들이 고위도로 이동할 때 주변의 기압계를 따라서 이동하는데 그 기압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냐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현재는 태풍이 생성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올해 몇 개의 태풍이 발생해 고위도로 진행하였으나, 우리나라에 영향은 없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예측성을 고려한다면 아직 올 여름철에 태풍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영향을 주겠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름철 그리고 가을철에는 언제든 우리나라도 태풍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저희가 적도 부근에서 태풍 소용돌이 발생 상황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습니다."

- 5월 하순부터 날씨가 더웠죠. 한 여름인 7~8월엔 어느 정도일까요?

"정확하게 수치로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상황입니다. 남부 지방 쪽에는 정체전선, 즉 장마가 있는 상황인데요. 장마철 기간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있습니다. 중부지방 쪽으로는 강한 햇볕이 더해지면서 대기 중에 습도까지 높은 상황이라서 굉장히 더운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단·중기 예보를 수행하고 있는 제가 올 여름철 전망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기상청 기후예측과에서 최근 6월 23일에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평균기온은 7월과 8월 모두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입니다."

- 장마에 어떻게 대비하는 게 현명할까요?

"장마철 기간이라고 하면 비가 지루하게 계속 많이 오는 시기라고 알고 계실 텐데요, 최근에는 장마철 기간뿐만이 아니라 장마철 기간 이후에도 집중호우들이 나타나는 경향성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마철뿐만이 아니라 여름철에는 많은 비, 강한 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데요. 사회 기반 시설 즉 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 시설에 대한 사전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수로 정비나 산사태 위험 지역들에 붕괴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기상청에서 말씀드리는 기상 예보와 실시간 발표되는 특보들을 반드시 참고하셔서 위험 지역에 출입하지 않으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특히 계곡 같은 데 있다 보면 산 정상부나 이런 쪽에 강한 비가 갑자기 쏟아지고 내가 있는 하류 쪽은 비가 오지 않았는데 위쪽에서 갑자기 급류가 되어서 물이 불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침수가 진행되는 지역은 절대로 접근하시지 마시고, 차량을 이용하더라도 침수 지역을 통과하지 않으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항상 기상청의 기상 예보에 귀 기울여주시고 안전한 곳에서 안전한 여름 나시기를 바랍니다."

- 폭염도 건강에 위험한데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요?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로 인해서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은 기상 현상 중의 하나가 폭염입니다. 이 폭염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사람마다 다 다르고, 자기가 속해 있는 작업 환경마다 달라요. 그래서 기상청에서는 일반인 그리고 취약계층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을 느낄 수 있는 폭염 영향 예보를 매일매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참고하셔야 되겠고요. 되도록 더운 낮 동안에 야외활동 자제하셔야 여름철 더위로부터 안전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정민 #장마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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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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