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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상인들이 모였다, 다-용도실 대추장터 플리마켓

6월 마지막 토요일 열려... 물건 사고파는 곳 넘어 공동체 연대의 장으로

등록 2023.07.11 09:13수정 2023.07.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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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동 다-용도실에서 열린 대추장터!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서울 은평 지역 상인들이 직접 만든 비누, 뜨개품, 디저트 등이 카페 안을 채웠다.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은 무슨 재밌는 일이 있나 싶은 표정으로 카페 안을 들여다보고 카페 단골 주민들은 "오늘 장터 열리는 소식 듣고 왔어요"라며 반갑게 들어선다. 작지만 주민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공간, 이웃과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온 이들이 펼친 작은 플리마켓 '대추장터'가 6월의 마지막 토요일 대조동 카페 다-용도실에서 열렸다. 

대추장터는 카페 다-용도실에서 주최하는 플리마켓이다. 이곳 주인장 박이레씨는 공간의 첫 번 째 프로젝트인 '이웃사촌만들기'의 일환으로 다양한 상점과 상인을 소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이웃 상인을 만나고 다함께 활기찬 하루를 보내는 일이 재밌어 시작한 것이 벌써 6년째다. 


은평 상인들을 중심으로 대추장터를 연 것은 2020년 이후 두 번째다. 지난 마켓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은평 상인들이 함께 극복하기 위해 진행됐다면 이번 마켓은 물가인상, 경기불황 등을 이겨내고 함께 으쌰으쌰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진행됐으며 특히 은평에 새롭게 터를 잡은 다양한 새로운 상인들이 주축이 됐다. 

경쟁이 아닌 연대를 응원하며 모인 은평 상인들

대추장터라는 작은 공간에서 알찬 구경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은 내려놓자. 대추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걸 넘어 동네의 작은 축제를 보러온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앞에 다-용도실의 음료를 시킬 수 있는 카운터가 있다. 그 곁에는 비건디저트 카페 DOTD에서 만든 까눌레와 마들렌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들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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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동 다-용도실에서 열린 대추장터!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커피를 주문하고 왼편으로 향하면 햇빛이 가득 드는 창가에 부케 캔들 전문 공방 룩라운드의 레진과 캔들 제품들이 빛난다. 터틀웍스 스튜디오의 털실 제품들과 모트베의 뜨개 제품들 또한 양 옆에서 빛을 받으며 보들보들 따듯함을 풍긴다. 다-용도실의 포토스팟 큰 거울 옆에는 다양한 종류의 빈티지 의류와 그릇들이 위치해 있어 스리슬쩍 옷을 대보기도 하고, 그릇들을 보며 무엇을 담으면 좋을지 상상해보게 된다.

주문한 커피를 손에 들고 또 다른 한 쪽으로 가다보면 수키 스튜디오의 알록달록 작품 같은 비누들이 준비되어있다. 여름맞이로 나온 멘솔 비누는 향만 맡아도 개운해지는 기분을 선사한다. 쭉 돌다보면 로쇼어 세라믹룸의 다양한 색의 마블링 잔과 그릇들이 잔잔하게 빛난다. 그 옆에는 제로웨이스트 햇빛상점의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을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상품들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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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고 있는 다-용도실 주인장 짤랑이 '박이레' 님.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다양한 상품들과 재밌는 동선을 느낄 수 있던 대추장터는 경쟁이 아닌 연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상품 품목부터 동선, 품질 등을 세세하게 신경 쓴 박이레씨의 기획이다. 이날 대추장터를 찾은 한 손님은 "먹을 것부터 생필품 등이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상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상품뿐 아니라 직접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새로운 이웃과 동네 이야기를 알아가는 작은 플리마켓


동네 플리마켓의 장점은 다양한 이웃 주민들이 오고 간다는 점이다. 은평 상인의 지인들이 찾아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서로 이름만 알던 이웃들 간에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눴다. 동네 헬스장에서 마주하던 선생님과 상인이 이웃으로 만나 반가움에 소리치기도 하고 은평구 내 다른 상점의 상인들이 와서 구경을 하기도 했다. 머물며 공간을 차지하는 아지트라기보다는 서로 오고가며 안부를 주고받고 따듯한 눈길을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이날 플리마켓에서는 여러 상인들이 처음 만나는 쑥스러움도 잠시 함께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활기참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의 상품을 구경하러 가기도 하고, 동네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나 상인으로서의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터틀웍스 스튜디오의 김지은씨는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왠지 외롭기도 하고 답답할 때도 많았는데 대추장터 이후에는 가까운 다른 작업실도 알게 되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동네에 대한 생각 자체가 많이 바뀌었고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목표와 생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든든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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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D의 김민경 대표와 조경현 대표.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대추장터가 열리는 동안 많은 판매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은평 상인들과 동네 주민들에게는 그보다 더한 추억과 경험을 만드는 하루였다. DOTD의 김민경씨는 "비건 테마의 큰 축제에 참여하다 동네 행사는 처음 참여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손쉽게 비건 디저트를 소개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전했다.

로쇼어 세라믹룸의 황수연씨는 "분야는 달라도 가까운 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 뵙고 공감대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며 동네에서 가게와 공방을 하는 분들이 모여서 함께 마켓도 열고 고민과 공감대를 나누는 모임을 희망했다. 새롭게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은 "이런 귀여운 공간이 있다는 것이 놀랍고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의 상인과 작가들이 있다는 것에 흥미로웠다"고 말하며 다음 장터가 언제인지를 물어보는 등 대추장터가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듯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게 아닌 동네 사람들이 마주할 수 있는 작은 장으로서의 플리마켓에서는 몰랐던 이웃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알아갈 수 있다. 동네와 사람이 만들어 내는 크고 작은 보이지 않는 따듯함은 또 다른 지역의 보물이다. 박이레씨는 "대추장터가 믿을 수 있는 동네 장터로 자리 잡아 저희와 함께해주시는 상인들을 널리널리 소개하고 함께 상생하는 장터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람들은 열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와 협력, 공동체, 인간적인 연결을 가질 때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한다고 느낀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삶은 번화가에 위치한 크고 번쩍번쩍한 상업 시설을 통해 갖는 일말의 짜릿함보다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가벼운 인사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에서 소소하게 즐기는 숭늉 같은 고소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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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동 다-용도실에서 열린 대추장터!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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