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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뜨는 공동체 해야", 성당서 영성생활하던 신부 뒤흔든 단어

[인터뷰]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승수 요셉 신부

등록 2023.07.21 09:41수정 2023.07.2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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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 앞 거리 미사 보문산 환경 보전을 위해 미사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 ⓒ 김선재

 
지난 7월 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 인도 위에 제단이 차려졌다. 이윽고 천주교 신앙인과 시민 10여 명이 모여들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와중에 미사가 진행됐다. 이날 미사는 '보문산 도시여행인프라조성사업 중단 촉구 거리 미사'였다.
    
강승수 요셉 신부가 미사를 집전했다. 강승수 요셉 신부는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겸 우리농촌살리기 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다. 거리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종교, 생태환경, 농촌 살리기 그리고 거리 미사를 엮어가는 그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생태환경위원회 보직을 받기 전 강 신부는 한동안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봉사했다. 활동할 당시 가장 부각되었던 이슈는 다름 아닌 '4대강'이었다.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과 기도를 이어가던 강 신부의 내면에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지적질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이상적인 삶을 찾으려 노력했다.

"당시 교회 안팎에 이상적인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현대의 가장 크고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가 자본과 연결돼 있잖아요. 우리로 얘기하면 물신 혹은 맘몬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물신하고 제대로 맞짱뜨는 공동체가 대안적인 삶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공동체를 우리 교구 안에서도 만들고 싶어서 제가 주교님께 청을 드렸고요. 처음에 갔던 곳이 안면도였어요. 거기서 6년 동안 공동체 생활을 했죠. 나름 땅도 마련하고, 아침저녁으로 같이 기도했어요. 일도 같이하고요. 일은 빡세게 하지 않았어요. 아침부터 점심까지 일하고 반은 기도를 한다든지. 점심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오전에는 취미생활을 한다든지. 좀 재밌게 공동생활을 해보자 시도했었죠.

그런데 공동체 생활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핵심 멤버가 아프고, 떠나고 하는 바람에 결국은 저 혼자 남아서 정리를 했죠. 저 혼자 농사를 지으며 안면도 본당 신부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요. 교구에 생태환경위원회가 생기고 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이 활동을 전담으로 하게 됐습니다."


교회가 교회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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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참가자들 ⓒ 강승수

 
강 신부는 교회가 교회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외부와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는 야전병원"이라고 설파했다. 강 신부는 '교회가 세상의 가장 아픈 곳에 찾아가서 함께해야 한다'는 뜻이라 말한다. 세상과 교류하지 않는 공동체는 존재할 수도, 존재할 이유도 없다며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구 신학자 토마스 베리(Thomas Berry)라고 있어요. 그분이 만든 용어이긴 한데 코드라는 말을 쓰세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문화 코드(cultural code) 안에 산다는 거예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의 삶을 영유하고 있잖아요. 여기에 영적 코드(spiritual code)가 있습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은 영성 생활을 하죠. 성당에 나가고 성경도 읽고 기도도 하고요.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코로나로 체감한 거예요. 결국에는 유전 코드(genetical code)라고요. 말하자면 유전적 진화 또는 지구와의 관계를 그동안 망각하고 살아왔던 거죠. 그 극명한 예가 코로나 펜데믹이었죠. 문화 코드(culural code) 속에 사는 사람들도 지구와의 관계(genetical code)를 고려하지 않고 살아온 것이고, 영성 생활(spiritual code)을 하면서도 지구와의 관계(genetical code)를 무시하며 살아온 거였죠.

지구와의 관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은 결과, 이제 인간 멸종을 이야기하잖아요. 금세기 안에 멸종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지구와의 관계를 모든 분야에서 회복해야 해요. 지금 농업만 보더라도 산업농이잖아요. 말하자면 지금 농업은 생명 학살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전체 농사 중에 순환 또는 유기 생명 농사는 겨우 5% 밖에 안 되는데요. 이걸 살려야 되는 거죠. 관행농에서 벗어나 순환 유기 생명농사로 전환해야 해요. 우리 용어로는 '회개'한다고 합니다."


강 신부는 이어 문화 코드 안에 사는 인간들도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사는 테두리를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인간만을 위한 법에서 지구 차원의 법으로 테두리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지구법에 대한 이야기다.

"뉴질랜드 같은 경우에는 우리 지역의 금강처럼 흐르고 있는 강이 있어요. 이름은 '황거누이강'인데요. 여기에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살아요. 그들은 이 강을 어머니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이 강으로 말미암아서 자기 종족이 오늘날까지 유지가 될 수 있었다는 거예요. 사람들을 태어나게 하고, 먹여주는 존재가 황거누이강이에요.

그 강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강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자유롭게 흐를 권리가 있고, 깨끗하게 유지될 권리가 있다는 것이죠. 지구법 차원으로 사고 해야합니다. 마오리족이 정부를 상대로 엄청 싸웠어요.

결국에 지난 2017년에 황거누이강에 법인격이 부여됩니다. 마오리족 중에 대표 한 명과 뉴질랜드 정부의 대표 한 명이 황거누이강의 법적인 권리를 대행하게 된 거예요. 이제 강에 오염물질을 투척했다면, 강의 입장에서 법적 소송을 걸 수 있는 권리가 생긴거죠."


강 신부는 사람들이 생태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지구와 함께 지구 위에 사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거누이강에 이어 인도의 갠지스강도 법인격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동안 자연물을 인간이 이용할 대상으로만 보던 관점의 전환이다.

강 신부가 농사를 지으며 절감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 바로 우리 모두가 지구에서 태어난 존재이고, 지구 먼지로 돌아갈 존재라는 것이다.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생태환경 이슈가 있는 곳이면 전국 곳곳을 누비며, 길에서 미사를 드리고 기도한다.

"발전소 지어지는 상황 부조리, 지구는 공동의 집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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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집전 중인 강승수 요셉 신부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거리 미사 ⓒ 강승수

 
최근에 가장 열심히 다니는 곳은 다름 아닌 삼척이다. 국내 최대 민간 화력 발전소 '삼척블루파워'가 2018년부터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짓고 있다. 2024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이 발전소는 연간 약 340만 톤의 석탄을 태우고, 1282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전망이다. 이는 내연 자동차 500만 대가 내뿜는 온실가스 양과 맞먹는 정도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첫 번째 해야 하는 일로 '석탄화력을 끄라'는 거예요. 계산해 보니까 저희 천주교회 대전교구 모든 기관에서 1000년 동안 내뿜는 온실가스를 석탄 화력 발전소 한 개에서 1년 내에 내뿜는다고 해요.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전체 중 30% 이상이 된다고 하니까 엄청난 거죠.

사실 세계적으로는 석탄 화력 발전이 사양 산업이에요. 왜냐하면 무연탄 값이 계속 올라가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100% 다 수입이거든요. 석탄 화력 발전소를 꺼야됨에도 우리는 아직도 신규로 짓습니다.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거거든요.

지금 공기에 따르면 하반기에 하나가 가동을 시작하고요. 내년 4월에 또 하나가 시작한다는데, 어쨌든 그런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죠. 지금이라도 건설을 멈추고 전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새로운 발전소가 지어졌다고 한들 생산되는 전기를 다 쓸 수도 없다. 현재 동해안 지역의 송전 가능 용량은 이미 포화상태이다. 현재 운영되는 발전소들도 출력을 떨어트려 운전하는 중이다. 송전망 구축 사업은 최근에야 시작됐다. 새로운 송전선로 건설은 2026년에 완공될 전망이다.

또 하나 문제가 더 있다. RE100과 탄소국경세다. 유럽연합으로 수출하는 전 세계 기업은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계산된 탄소 배출량에 근거해 세금이 부과된다. 기업들은 2050년까지는 전량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행동에 나섰다. 여러모로 석탄 화력 발전은 설 자리가 없다.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계속 발전소가 지어지는 이 상황은 부조리합니다. 국민들이 이 사실을 알아야 되는데요. 제가 가는 데마다 얘기하는데도 가는 데마다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해요.

지구는 공동의 집입니다. 공동소유라는 거잖아요. 우리 현 세대를 살고 있는 인류뿐 아니고, 모든 생명이 누려야 할 공동의 집이에요. 미래 세대들까지도 공동으로 소유하는 집입니다.

그럼에도 자본이 자꾸 꼬드기는 것 중의 하나가 뭐냐면 민영화거든요. 발전소 공사 역시 개발 또는 운영할 수 있는 권리가 민간 기업에 넘어갔어요. 사기업이 큰 가치로 두는 것은 말하자면 돈일 수밖에 없죠. 돈 이외의 것들은 다 무시하고 있다는 거예요."


삼척 석탄 화력 발전소가 지어지는 맹방해수욕장 모래사장은 '명사십리'로 유명하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커버 사진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 해수욕장이 지금 파괴되고 있다. 발전소를 위한 항만이 건설 중인데, 이는 인근의 바닷물 흐름을 변화시켰다. 해안침식이 일어나 백사장이 무너져가는 중이다. 강 신부에게 대안이 있는지 물었다.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법적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를 멈추고, 망가진 곳들을 재자연화 해야 하죠. 발전소를 지은 기업에게 지불해야 할 돈이 있다면 지불해주고, 전환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금이 들어가겠지만 그럼에도 이게 이익이라는 거예요.

지난해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국민 5만 명이 동의했습니다. 법안은 올라갔는데 아직 국회가 움직이지 않아요. 국민들이 원하고 있는 이 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합니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은 문명의 붕괴가 5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거든요. 전기, 자동차, 모든 건물, 아파트 생활 자체가 50년 안에 붕괴된다는 것이죠. 앞으로 기후 재난이나 재해가 줄어들 것 같습니까? 늘어날 것 같습니까? 백이면 백 다 늘어난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그러면 당장에 전환해야 되지 않냐는 것이죠."


내리는 빗속에 거리 미사는 차분하게 진행됐다. 참가한 사람들은 조용히 손을 모아 기도했다. 우리 사회가 대전환의 길을 찾을 때까지 아마도 강 신부의 거리 미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탈석탄 #기후위기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거리미사 #생태환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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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시민활동가입니다. 우리 지역 현장 곳곳을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마이크가 필요한 분에게 마이크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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