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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도 아직 못 갚았는데... 침수된 집, 하늘이 원망스럽다"

충남 청양군 인양리 주민들 만나보니... "비 또 와도 더 잃을게 없어"

등록 2023.07.21 10:28수정 2023.07.2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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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지난 폭우로 침수됐던 집기들을 청소하고 있다. ⓒ 이재환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내린 폭우로 충남 청양군 청남면 지천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인양리를 비롯한 주변 마을들이 삽시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당시 청양 지역의 누적 강우량은 453.4mm를 기록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폭우 피해가 컸던 충남 논산·공주·부여·청양의 4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20일 오후 인양리 일대를 돌며 가옥이 침수된 주민들을 직접 만나 봤다. 집안에 쌓였던 흙은 어느 정도 치워진 상태였다. 주민들은 물에 젖은 가전제품을 씻어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침수 피해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집을 지은 지 1년도 안 돼 물이 잠겼는가 하면, 집 지을 때 받은 대출금도 못 갚지 못한 상황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도 있었다. 이들은 물이 빠지기 시작한 지난 17일부터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숙식은 인근 청남초등학교에 마련된 '주민 대피소'를 오가며 해결하고 있다.  

A(66)씨는 "새집을 짓고 1년 만에 집이 침수 됐다. 그전에는 마을 안쪽에 살았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 번 돈으로 새집을 짓고 이사 와서 기뻤는데 이렇게 됐다. 제방만 터지지 않았어도 집이 물에 잠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부여에서 청양으로 시집온 지 4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낮에는 집에 돌아와서 청소하고 밤에는 청남초에 간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형제들이 와서 집을 치워주어서 그나마 이 정도라도 깨끗해졌다. 하지만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비 또 와도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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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윤 아무개씨의 집도 이번 폭우로 침수 됐다. 윤씨가 물에 잠겼던 지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 이재환

 
인양리 앞 들판 한가운데 살고 있는 윤 아무개씨의 집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2층 집인 윤씨의 집은 1층 전체가 물에 잠겼다.


윤씨(70)는 "생활은 주로 1층에서 했다. 전자제품이고 뭐고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 모두 다시 사야 하는데 걱정이다. 집안도 엉망이다. 흙탕물이 범벅이 돼서 벽의 석고와 바닥의 장판을 모두 걷어냈다. 5년 전에 빚을 내 집을 지었다. 아직 대출금도 다 갚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농사를 지으며 힘들게 살았다. 아이를 가졌을 때도 산달(출산하는 달)까지 일을 했다. 이제 고생이 끝나고 살만하다 싶었는데 이런 시련이 왔다. 하늘이 원망스럽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남면 소재지에서 만난 주민 B씨는 "이번 주말에 비가 또 온다는 소식이 있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수박과 멜론 농사를 짓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비가 더 와서 침수가 되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호소했다.

현재 청양군 청남면과 목면 등에는 의용소방대, 자원 봉사자, 군부대, 공무원 등이 투입되어 피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관련 기사] 
"너무 급해 혈압약도 못챙겨..." 제방 붕괴 긴급 대피한 주민 23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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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침수 됐던 전자제품을 햇볕에 말리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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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됐던 충남 청양군 인양리 A씨의 집.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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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물에 잠겼던 A씨의 집. ⓒ 이재환

 
#청양 #폭우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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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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