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자신의 장남을 후계자로 지명하며 권력의 대물림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3일 제7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하루 전날인 22일 6시에는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캄보디아인들의 촛불집회가 개최된다. 이들은 야당이 없는 캄보디아의 총선을 부정선거로 선언하고 이를 규탄할 예정이다.
재한 캄보디아인들의 촛불집회는 지난 2018년 7월, 2019년 4월에 이어 세 번째이다. 밤 11시까지 진행했던 첫 번째 집회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캄보디아의 정치 상황은 그동안 바뀐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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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제1회 촛불집회 2018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렸던 제1회 촛불집회의 모습 ⓒ 캄보디아 활동가 제공
지난 5년 동안 켐 소카 전 캄보디아 구국당 대표에게 반역죄 혐의로 가택연금 27년형을 구형하는 등 정치운동가와 인권, 사회활동가, 시민단체를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독립언론도 폐쇄하면서 여당 견제 수단을 모두 없애버리고 있다.
선거는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린다. 선거를 통해 통치 권력은 정당성을 얻고, 유권자들은 정치에 참여하며 본인의 정치 의사를 표현한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선거는 통치 권력의 정당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총선에는 캄보디아인민당(CPP, Cambodian People's Party) 말고도 다른 10여 개의 정당이 총선에 참여한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캄보디아인민당(CPP)에 의해 만들어졌고, 나머지는 지지자가 없는 정당이다.
2017년 캄보디아구국당(CNRP, Cambodia National Rescue Party)이 강제 해산된 후 2021년 창단된 촛불당(CLP, Candlelight Party)에서는 이번 총선에 후보를 등록하려고 했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들의 정당 등록 서류를 문제 삼아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촛불당(CLP)은 현재 캄보디아에서 가장 많은 지지자가 있는 정당이다.
결국 총선 역시 캄보디아인민당(CPP) 단독 선거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 2018년 제6대 총선에서도 당시 캄보디아구국당(CNRP) 후보 전원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면서 국회의원 125석을 캄보디아인민당(CPP)에서 모두 차지했다. 이번 총선도 캄보디아인민당(CPP)에서 전석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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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선거 운동을 하는 캄보디아인민당(CPP) ⓒ 장지혜
지난번 2018년 총선에선 선거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손가락에 잉크를 묻혀서 투표 인증을 하게 했다. 투표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가려내겠다는 의도였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캄보디아의 민주주의를 바라거나 야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더욱 혹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선 선거법 개정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으면 앞으로 후보로 등록할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투표용지를 훼손하도록 선동하는 등 어떠한 방법으로든 선거 절차를 방해하는 개인에게 최소 500만 리엘에서 최대 2000만 리엘(약 153만 원~614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캄보디아의 일반 노동자의 한 달 급여는 163만 리엘(약 5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추가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다. 선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며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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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에 진행될 촛불집회에서 쓸 피켓(한국어)을 만들고 있다. ⓒ 캄보디아 활동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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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에 진행될 촛불집회에서 쓸 피켓(캄보디아어)을 만들고 있다. ⓒ 캄보디아 활동가 제공
이번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미스 피살(Meas Pisal) 활동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캄보디아인민당(CPP)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번 총선도 자유와 정의가 없는 선거다. 우리는 크메르인(캄보디아 시민)으로서 시민들이 지지하는 야당 없는 무의미한 선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타국에서 자국의 민주주의와 정의, 자유를 위해 애쓰는 이들의 마음과 노력이 캄보디아의 정치에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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