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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수당, 갈길 멀지만 '아프면 쉴 권리' 위해 필요"

민주노총 경남본부 '상병수당 시범 사업 1년 문제와 개선 방향 토론회' 열어

등록 2023.07.25 15:05수정 2023.07.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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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5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상병수당 시범 사업 1년 문제와 개선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지난해 경남 창원시 상병수당 도입 후 동일한 사업장의 A노동자 1명은 9일 동안 휴직해 치료받으면서 상병수당을 받았지만, B노동자는 6개월 이상 휴직해 치료를 받았는데도 상병수당은 지급되지 않았다."

25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상병수당 누구에게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상병수당 시범 사업 1년 문제와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 이외 질병이나 부상으로 경제활동이 불가한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2년 7월 4일부터 서울 종로, 경기 부천, 충남 천안, 전남 순천, 경북 포항, 경남 창원에 이어 올해 7월 3일부터 경기 안양·용인, 대구 달서, 전북 익산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오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아프면 쉴 권리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확산해 2022년 1차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5년 내 제도 도입을 목표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프면 쉴 권리를 둘러싼 현장의 논의는 확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등의 제도 문제 이전에, 무급으로라도 아플 때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더 보편적인 현실이다"라고 진단했다.

"아플 때 쉬는 것, 사회적으로도 중요"

토론회에서 문다슬 시민건강연구소 노동건강연구센터장은 발제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아프면 쉴 권리가 중요해졌다. 건강하지 못할 때 일하지 않고 쉬면 좋겠다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일터나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노동자들의 쉴 권리는 휴가와 소득이 모두 보장될 때 실현 가능하다"며 "상병수당은 아파서 일하지 못해 수입이 중단되거나 줄어들 때, 아픈 기간 동안 적절한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현금성 급여"라고 설명했다.


상병수당은 "보편적 건강보장 달성을 위한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 조성"이 비전이고, 2025년 '한국형 상병수당 제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프면 쉬기'라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고, 소득 파악 체계 고도화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병수당은 '질병으로 인한 빈곤화 예방'과 '소득상실의 걱정 없이 치료 받을 권리', '조기 치료와 조기 족귀로 생산성 유지', '감염병의 전파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시범사업은 최저임금 60%를 급여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2022년 기준 하루 4만 3960원, 2023년 기준 4만 6170원이다.

문 센터장은 "'아픈 기간 동안' 보장의 기간을 보면 시범사업은 최대 12일 보장인데, 이는 국제노동기구 기준이라든지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짧다. 제도 자격 기준 가운데 하나인 '입원 여부', 대기기간, 소득 상실 이외 발생하는 비용 등에 대해 쟁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들이 자신과 공동체 건강에 대해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을 주장할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견인하는 역할이 필요하고, 코로나19 이후에 다시 올 수 있는 감염병 상황을 대비하며, 누구나 아프면 제대로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폭넓은 시민사회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근로복지공단 협조 체계 구축해야"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노동자 건강권 운동의 목표는 무조건 '승인 사례를 넓히는 것'이라기보다 아파도 소득이나 고용의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것이 적절한 상병수당 도립이라는 과제다. 지금까지 주로 산재 승인율을 높이기 위한 싸움을 해왔다면 '아프면 고용과 소득을 걱정하지 않고 쉴 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으로 전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상병수당 도입이 산재를 숨기거나 근로복지공단의 부담을 건강보험공단에 떠넘기는 계기가 되지 않으려면, 산재 신청을 의료진이 진단 단계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 사이에 업무상 질병 판정과 관련해 긴밀한 협조 체계도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문의는 "상병수당은 산재 보상과 일부 유사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두 제도가 잘 어울려 최대한 많은 사람의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두 제도를 운영하는 공단과 부처 사이의 적극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최홍조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노동자들이 아프면, 현재의 고용 안정성과 무관하게 사회적 고통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은 확인되고 있다"며 "다시 말해 아프면 쉴 권리는 현재의 권리가 아니라 오지 않은 미래의 권리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절대적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유급병가 제도가 없는 상태로 노동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은 질병 이후 사회적 위치의 하락과 노동시장 이탈이라는 앞선 결과가 실제라는 점을 뒷받침한다"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상병수당을 비롯한 아프면 쉴 권리에 대한 사회적 연대 관점의 논의가 필요하고, 아프면 쉴 권리의 확대는 모든 노동자의 힘이 결집될 때 온전하게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서 여광선(수급당사자)씨는 사례 발표를 통해 "지난 5월 질병 입원으로 인해 병가기간에 있었고, 상병수당을 신청해 6월에 받았다"며 "열흘 동안 병가로 인해 100여만 원 정도의 소득 감소가 있었고, 받은 상병수당은 고작 20여만 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9일 입원했다고 한 여광선씨는 3일 제외한 5일 동안 상병수당을 받고 퇴원하는 날 야간근무를 했다. 그는 "첫날은 코로나19 검사 입원으로 상병수당이 제외됐고, 입원한 날부터 적용됐으며, 퇴원한 당일 노동했지만 이것도 제외됐다"고 했다.

여씨는 "직장의 다른 동료는 상병수당을 받지 못했다. 그는 입원하지 않아서 대상이 되지 못했고, 6개월 이상 휴직해 치료받고 있지만 상병수당은 받지 못했다"며 "상병수당의 장점은 노동자 긴급 생활자금이 조금이나마 금전적으로 보탬이 됐지만, 급여는 너무 적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1차 시범지역의 상병수당은 6695건 신청에 5518건이 지급건수이고, 이 가운데 창원은 신청 1682건에 지급 1576건이다"라면서 "상병수당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이주노동자 적용 제외라든지 입원하지 않으면 휴직으로 인한 요양기간이 길어도 제외된다. 최저임금의 60% 정도 보장이며, 사업주 협조 의무 부과가 없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병수당 #민주노총 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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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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