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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추모 교사들 "쉬는 시간도 쉬는 게 아니다.. 한계점"

대구에도 추모 분향소... 교사들 "교육부, 과연 어느 정도 보호해줄 수 있을지"

등록 2023.07.25 19:56수정 2023.07.2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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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 앞 광장에 마련된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향소에 25일 오전 한 교사가 분향하고 있다. ⓒ 조정훈

 
"저 또한 4년 전 선생님과 같은 일을 겪었고 아직 그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슬픕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많이 아픕니다."

학부모 갑질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애도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에도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지난 24일 대구교육청 앞 광장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대구경북 현직 교사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보낸 조화가 가득했고 교사와 학생, 학부형들이 분향하고 고인을 추모하는 글들이 수백 장 나붙었다.

분향소를 지키는 이는 없었지만 25일에도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추모는 이어졌다. 이들은 흰 국화꽃을 헌화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등의 글을 써 곳곳에 붙였다.

대구 한샘초 교사인 정아무개(38)씨는 "아침 출근하자마자 들어오는 수많은 메시지와 전화를 다 받고 답변 드리면서 수업도 해야 하느라 쉬는 시간도 쉬는 게 아니다"라며 "교사들이 한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돌아가신 선생님을 보면서 그게 그냥 내 일이 아니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당장 나한테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권력이라든지 이런 것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에 너무 좌절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교육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교육공동체가 함께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일방적인 지시가 내려올 게 뻔하다는 것이다.


대구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검은 옷을 입고 추모했다. 장아무개(39) 교사는 "아이들 뒤에는 학부모가 있고 이 아이들이 교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집에 가서 전달했을 때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부모님들은 어떤 반응을 하실까 늘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법 때문에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신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늘 갖고 있다"며 "교사가 제대로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교육제도가 만들어지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전날인 24일 분향소를 찾았다. 강 교육감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같은 교육 가족으로서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며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모아 대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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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향소가 대구시교육청 앞 광장에 차려진 가운데 분향소에는 많은 교사들이 애도의 글을 써 붙여놓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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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향소가 대구시교육청 앞 광장에 차려진 가운데 분향소 안에는 많은 교사들과 학생, 학부모들이 고인을 애도하는 추모의 글을 써 붙여놓았다. ⓒ 조정훈

  
전교조 대구·경북지부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떠나보내며 행정당국의 방관과 관리자들의 책임회피로 그의 죽음이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함께 의지하고 협력하며 가꾸어가야 할 학교 공동체에서 짓밟힌 교사의 꿈을 함께 애도한다"며 "학교가 처한 현실을 직시해 혐오와 차별, 폭력과 배제가 없는 현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교사노조도 성명을 통해 "학교의 특성상 교사는 수십 명의 학생들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급의 학부모와 주변인까지 24시간 1년 내내 연결되어 있다"며 "그로 인해 학급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감한 사안들은 오롯이 교사 개인이 감당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 수업 태도, 친구들과의 관계, 학업 문제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날카로운 문제들은 일부 학부모들이 교사를 옥죄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생활지도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로 교사를 보호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대구교사노조는 "더 이상의 대책들은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무분별하게 민원을 넣고 신고하여 힘없는 교사 개개인이 온전히 이 모든 송사를 감당하게 하는 구조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각종 제도들은 난무했지만 정작 교사들을 지켜주는 근본적인 대책은 없었던 것 같다"며 "학생들의 학습권도 있고 교사들의 교권도 있지만 교사들을 보호할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를 고쳐야 한다거나 진보교육감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이 위원장은 "학생인권이 과거에 좀 부족했던 부분이라서 발전했다면 반대로 교사들의 인권이나 교육권도 좀 떨어진 상태이니까 회복하도록 해줘야 한다"며 "학생인권과 교사인권이 같이 발전해 서로가 인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교사노조는 오는 29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 교사들은 오는 9월 4일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서이초 교사 애도 #대구 분향소 #전교조 대구지부 #대구교사노조 #학부모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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