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K-pop 댄스 추는 치과의사

[한류, 어디까지 갔을까?]

등록 2023.08.01 14:02수정 2023.08.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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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에 쿠바에 직접가서 만난 KCT회원들 ⓒ 에이미 헛친슨

 
쿠바에서 한국문화가 얼마나 흥했나가 왜 중요할까?

쿠바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는 무역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21세기에 불가능한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든 다 할 수 있다를 몸소 보여고 있는 청년그룹이 있다. K-pop을 즐겨듣고, 칼군무도 잘 추는 것은 물론 한국 전체를 사랑하는 그들. 한국문화를 어떻게 소화하고 생활 속에 녹여내는지를 피디님께 세 시간은 전한 듯하다. 그리하여 소개된 쿠바 친구들.

'쿠바 코리아 투게더'를 줄여서 KCT라고 동호회 이름을 만들고, 한국문화를 공부하고 생활 속에 실천하는 쿠바청년들이었다. 그들은 노래 부르고 춤추는 정도의 단순한 한국문화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KCT 청년들 중, K-pop 춤을 추는 치과의사 다리타를 소개한다. 다리타(Darianna Fernandez Crespo)는 어렸을 때 싱크로나이즈 스위밍 선수였다. 부모님과 떨어져 하바나의 할머니 집에 살면서 국가대표 선수를 준비했었다. 공부를 잘했고 의사가 되고 싶어서, 싱크로나이즈 수영선수를 관뒀다.

고향 까마구에이로 돌아와 열심히 공부해 치과의사가 되었다. 그러나 예술적 재능이 넘쳤던 그녀. K-pop을 만나자 다시 물만난 고기가 되었다. 치과의사를 하며 취미생활로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녀의 동생도 누나를 따라서 한국문화를 좋아하며 태권도도 배우고, 누나와 함께 K-pop에 맞춰 군무를 췄다.

부모님은 아들마저 동양의 춤을 추고 다니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공연한다고 하는데를 가보니 아들이 화장을 하고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당장 그만 두라고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한동안 화장이 아니라 분장이고, 한국은 어디있으며, K-pop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남동생이 의대를 가겠다고 약속하고, 높은 성적을 계속 유지하는 증거를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간신히 취미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리타의 월급은 2021년, 한달에 60달러였다. 이는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몇배나 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동안 세계의 경제가 멈췄을 때 쿠바는 더더욱 큰 고통을 겪었고 다리타 가족도 힘들었다. 캐나다 등지에서 오던 관광객들 발길이 멈췄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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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T 와 다리타 안경을 쓰고 있는 다리타와 아투로, 릴리아나 ⓒ 에이미 헛친슨

 
다리타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각기병과 괴혈병 증세가 왔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리타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쿠바의 여권을 받아주는 나라인 러시아로 갔다.


2021년 11월말, 외교부에서 한국과 쿠바 교류 증진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때 세 번 강연을 했다. 난느 두 번째였던 '한쿠바 차세대 대화'라는 프로그램에 다리타를 연결했다. 쿠바라는 나라의 특성상 인터넷 화상연결이 불가능했었다. 마침 러시아에 있는 다리타가 있어서 쿠바에서 한국문화를 어떻게 향유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전달해 줄 수 있었다. 이후, 다리타는 우루과이로 이주해서 살고 있다. 다리타의 동선을 따라가며 쿠바와 외교를 맺고 있는 교류국들을 알아볼 수 있다.

국가를 바꿔 이민을 하게되면 치과의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국가마다 규정이 있어, 국가시험 다시 치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학교를 다시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전에 영주권 해결부터 해야 할 때도 있고, 상황이 다 다르므로. 이 모든 상황을 다 알고도 다리타는 사랑하는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했다. 다리타는 여전히 K-pop을 즐겨듣고, 댄스도 즐긴다. 우루과이에서 한류동호회 친구들을 금세 사귀기도 했고, 나에게 소개도 해줬다.

BTS 멤버들의 군입대가 시작되면서 한류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내가 아는 BTS 아미들을 총동원해서 한류 전망을 조사했다. 우루과이의 한류는 어떤지 다리타에게도 물어보고, 인터뷰 할 BTS 아미를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


* 다음회에 계속
#한류 #쿠바 #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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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었던 한류들. 한국을 어디까지 좋아하는지, 한국의 무엇이 그렇게나 좋은지, 한국 것에 그들만의 정서를 불어넣어 한국을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찾아낸 기사로, 한류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이름 홍지영(제보는 카톡아이디:aj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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