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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기림행사' 취소한 광주시, 면피성 시민단체 간담회 빈축

시민단체 "미개최 책임 떠넘기기, 불참 고려"... 광주시 "일단 만나서 해법 찾을 것"

등록 2023.08.03 16:16수정 2023.08.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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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청사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 안현주

 
광주광역시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를 6년 만에 중단한 것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시민단체에 면피용 간담회 참석을 요청해 또 다시 빈축을 사고 있다.

공식 행사의 주체인 광주시가 행사를 불과 3주 앞둔 시점에 시민단체에 행사 주관과 참석 여부를 타진하고, 불가 입장에 대한 확인서를 요청한 것도 모자라, 미개최에 따른 해명성 간담회를 열어 책임을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시는 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 관련 간담회 참석 요청 공문을 일제 피해자 지원단체와 여성단체 등에 발송했다.

여성가족과장 전결로 처리된 공문의 발송 대상은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나비 등의 지역 단체였다.

공문에는 202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와 관련해,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 참석을 요청하면서 '기념행사 추진 관련 해결 방법 모색'이라고 회의 내용을 적었다.

기림의 날 기념일을 불과 사흘 앞둔 11일 오전 11시로 간담회 일정을 잡고도 회의 내용은 기념행사 추진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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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 행사 개최를 6년 만에 중단한 광주광역시가 시민단체에 발송한 공문. ⓒ 광주광역시

 
광주시는 앞서 지난달 28일께 강제동원시민모임 측에 전화를 걸어 기림의 날 행사 주관 여부를 질의했으나, 짧은 준비 기간과 정부의 제3자 변제를 거부한 강제동원 피해 원고들을 응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정으로 불가 입장을 전달 받았다.

또 강제동원시민모임을 포함해 시민단체 5곳에 행사 참여를 요청했으나 3곳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2곳은 실체가 없다는 판단에 행사를 치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는 강제동원시민모임 측에 확인서 양식을 보내면 문의한 내용과 별도 행사 개최 의향이 없다는 것을 체크 후에 회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공식적인 논의 과정도 없이 전화로 기림의 날 행사 동참 여부를 묻고, 확인서까지 받아서 미개최 결정에 대한 책임을 시민단체 탓으로 돌리려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 광주시의 해명은 더욱 가관이었다. 지역 내 유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곽예남 할머니가 2019년 별세해 관심도가 떨어졌고, 위안부 문제보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관심이 쏠려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저조해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시민단체들은 형식적인 의향 타진과 해명까지 종합해볼 때 광주시는 위안부 기림의 날 개최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다며 면피용 간담회의 불참을 고려하고 있다.

해명 과정에서 실체가 없다던 단체에 간담회 참석 요청 공문을 보내고,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가 아닌 서울 본원으로 공문을 발송한 사실도 불거졌다.

이국언 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기념일이 임박해 다짜고짜 참여 여부를 물어보고, 확인서를 회신해달라는 요구에 광주시의 개최 의지를 의심하게 됐다"며 "피해자들이 별세했고, 강제동원 문제에 관심이 쏠려 관심이 떨어졌다는 해명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담회 내용을 보면 귀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간담회를 삼고 있는 것은 아니지 의심 된다"며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시민단체가 없으면 기념일조차 열지 못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임수정 광주전남여성단체협의회 대표는 "애초 행사 주관이나 참석에 대한 광주시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러한 요청을 받았다면 불참할 이유가 없다"며 "조촐한 기념식이라도 기대했는데, 미개최에 대한 해명성 간담회라면 논의를 거쳐 참석 여부를 다시 판단해 볼 것이다"고 밝혔다.

유점오 광주시 여성권익팀장은 행사를 사흘 앞둔 해법 간담회의 무용론 지적에 "기림의 날 행사 개최 여부를 포함해 간담회의 논의 범위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며 "일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서 해법을 모색해보겠다"고 해명했다.
#위안부 #기림의날 #강제동원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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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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