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정유라 기소 안했던 검찰, 조민은 기소... 결국 '멸문지화'

[해설] 이례적인 부모-자식 모두 사법처리... 끝나지 않는 재판

등록 2023.08.10 21:30수정 2023.08.10 21:30
115
원고료로 응원
a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 깜짝 등장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어머니와 아버지에 이어 또 딸의 재판이 시작된다. 2019년 9월 6일 아버지의 국회 인사청문회 날 어머니가 기소된 지 약 3년 11개월만이다. 아버지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차라리 옛날처럼,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서 고문하길 바란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검찰(서울중앙지검 공판5부, 부장검사 김민아)이 10일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혐의는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비리(부정지원) 혐의. 구체적으로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죄다. 최근 조민씨의 의사면허 반납도, 고려대·부산대 입학 취소소송 취하도, 조국·정경심 명의의 사과문 발표도 검찰의 기소를 막지 못했다. (관련기사: 조민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겸허히 책임지겠다" https://omn.kr/255dk )

기소의 가장 큰 근거는 어머니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교수는 2022년 1월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받아 현재 복역중인데,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에는 조씨가 공범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기소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번 기소는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부모와 자식이 모두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 하더라도 통상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식은 기소하지 않아 왔다. 이 관례에 따라 지난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 내부 관계자는 "이번 기소는 전형적인 공소권 남용"이라며 "관행을 벗어나 기소할 정도로 죄가 그렇게 중하다면, 동등한 혜택을 누린 공모 수준이라면, 왜 4년 전에 조사 다 해놓고 기소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무슨 사정 변경이 있는가"라며 "그때는 안하다가 지금 와서 기소하는 것은 사건을 가지고 장난 치는 것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이렇게 운영하면 안된다"라고 비판했다.
 
a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0일 딸 조민 기소 사실이 알리진 후에 올린 페이스북 글. ⓒ 조국

 
검찰 내부에서도 "전형적인 공소권 남용... 4년 전엔 안해 놓고 지금 왜?"

지난해 1월 정 교수의 대법원 확정 판결 당시에도 조민씨 기소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기소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조씨가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자신의 SNS에 "떳떳하다고 하는 게 황당하다, (조민씨를 기소하지 않은 건) 검찰이 선처한 것"이라며 "조씨는 기소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6월 들어서는 일부 보수 언론에서 조씨의 공소시효가 오는 8월로 종료된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셀럽 놀이'로 법과 국민을 조롱하는 조민씨는 입시 부정의 몸통으로서 응당 받아야 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조씨의 기소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 근거로 2018년 숙명여고 쌍둥지 자매 답안지 유출 사건의 경우를 든다. 당시 학교 교무부장 아버지와 쌍둥이 딸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 사건을 조민씨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정적 차이는 이번처럼 4년 가까이 지나 또 기소한 경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당시 검찰은 미성년자였던 쌍둥이 딸을 소년보호사건으로 정해 가정법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가정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냈고, 결국 정식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기소는 숙명여고 사건보다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정유라씨 처리와 직접 비교된다. 두 사건은 여러가지 면에서 닮았다. 우선 정국을 뒤흔든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 입시비리 혐의가 불거져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는 점도 비슷하다.
 
a

정유라 '이번에도 구속 피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 2017년 6월 20일 밤 2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7년 2월 최서원씨를 딸 정유라씨와 관련한 청담고 학사비리와 이화여대 입시·학사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딸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최서원씨 1심 재판 과정에 있던 그해 5월 정유라씨가 한국에 강제송환됐고, 검찰은 두 차례 같은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정씨의 가담 경위와 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학사비리에서 정씨가 공범임을 인정했고, 이후 대법원은 징역 3년을 확정했다.

이렇게 비슷한 상황이지만, 검찰은 정씨를 결국 기소하지 않았고, 조민씨는 기어이 기소했다. 이 차이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검찰은 최근 조민씨 기소 여부 판단에 공범의 입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항소심 진행중인 아버지 조 전 장관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딸을 기소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라면, 최서원씨는 자신의 범행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를 향해 "피고인은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부인하면서 '만연했던 관행'을 내세우며 자신의 잘못을 희석시키려고 하는 데 급급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정씨는 "나는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면서 조국, 김어준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일까?... 아들도 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조민씨와 정유라씨 사례를 비교하는 지적에 "(유사사례라고 해서) 똑같이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조민씨가) 단순히 수혜자에 그친 것이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나눠서 하였고,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공범(부모) 재판 진행 중이므로 본건을 검찰 단계에서 종결하는 게 아니라 법원에서 최종적인 사법 판단을 거쳐서 확정되도록 해서, 사법 절차에 따른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1년 7개월이 지난 시점에 기소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관련한 사건을 처리할 부분이 있어서, 함께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닐 수도 있다. 딸에 이어 아들도 있다. 아들의 학사·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았는데, 재판부는 아들과 공모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한 상황이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아들의 기소 여부를 두고 "공범(조국 전 장관) 재판 진행 상황, 공소시효 등에서 (조민씨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급히 처리할 필요성이 많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만약 이대로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현재 검찰 분위기라면 아들도 기소 가능성이 있다. 조 전 장관 가족 4명이 모두 기소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법률에 의한 '멸문지화'다. 
 
a

서울중앙지검 모습. ⓒ 연합뉴스

 
 
#조민 #조국 #정경심 #검찰 #공소권
댓글1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