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112년 만에 법천사지로 돌아온 지광국사탑

일제강점기에 무단 반출되었다가 1915년 서울 반입... 복원 후 8월 원래 자리로

등록 2023.08.14 08:31수정 2023.08.14 09:04
0
원고료로 응원
굽이길은 원주를 대표하는 도보여행길이다. 굽이길 10코스는 '천년사지길'이다. 고려시대에 번창했으나 이제는 사라진 법천사와 거돈사가 있던 빈 터를 지나는 길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주에 살면서도 몰랐는데 며칠 전에 법천사지에 행사가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무단반출되었던 지광국사탑재가 112년 만에 다시 법천사지로 돌아왔다. 
 
a

마침내 되돌아 온 지광국사탑 ⓒ 박영호

       
a

지광국사탑이 있던 자리 ⓒ 박영호

   
a

지광국사탑비 ⓒ 박영호

 
법천사터에 세워져 있는 지광국사(984∼1070)의 탑비로, 국사가 고려 문종 24년(1070)에 이 절에서 입적하자 그 공적을 추모하기 위해 사리탑인 지광국사탑과 함께 이 비를 세워놓았다.

지광국사탑은 고려 불교 미술의 백미로 여겨지는데 일제강점기인 1911년에 통째로 뜯겨 서울로 옮겨졌다가 일본 오사카로 무단 반출되었다. 1915년 다시 서울로 돌아와 경복궁에 놓여 있었는데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산산조각이 난 것을 복원하여 2023년 8월 원주 법천사지로 돌아왔다. 무려 112년 동안 탑은 사라지고 탑비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a

112년 만에 돌아온 지광국사탑 ⓒ 박영호

 
 
a

복원을 마친 모습 ⓒ 박영호

 
 
a

꽃잎이 새겨진 받침돌 ⓒ 박영호


현재 복원을 마치고 해체된 상태로 전시되고 있다. 원래 있던 자리에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전시관 안에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처음엔 원래 있던 자리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실내에 잘 모셔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a

법천사지유적전시관 ⓒ 박영호

 
새로 지은 유적 전시관 앞에는 커다란 꽃밭이 만들어져 있다. 백일홍은 지고 있으나 조만간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꽃밭이 아니더라도 발굴을 마치고 깔끔하게 정리된 빈 터를 걷기만 해도 좋다.
 
a

발굴을 마친 법천사지 ⓒ 박영호

 
법천사지를 들렀다면 반드시 거돈사지를 들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법천사지보다 느낌이 더 좋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계단을 오르면 삼층석탑과 금당터 그리고 꼭대기에 자그맣게 보이는 사리탑이 하나 있다.
 
a

거돈사지 느티나무 ⓒ 박영호

 
a

거돈사지 삼층석탑 뒤에 금당터가 있고 맨 위에 원공국사탑이 있다. ⓒ 박영호

   
a

금당이 있던 터로 보이는 곳에 남아 있는 불좌대 ⓒ 박영호


거돈사지 꼭대기에 있는 사리탑은 원공국사를 기리는 탑이다. 원공국사탑도 지광국사탑과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일제강점기에 뜯겨 일본인의 집에 있던 것을 1948년 경복궁으로 옮겨졌고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있다. 진짜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복제품이 있다. 2007년에 만든 복제품에서도 이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a

원공국사탑을 재현한 탑 ⓒ 박영호

   
탑비의 건립은 '태평을축추칠월(太平乙丑秋七月)'로 되어 있는데, 이는 고려 현종 16년(1025)에 해당하므로 이 사리탑도 그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전기의 대표적인 8각 사리탑으로, 모양이 단정하고 아담한 통일신라 탑의 양식을 이어받아 조형의 비례가 좋고 중후한 품격을 풍기며, 전체에 흐르는 조각이 장엄하여 한층 화려하게 보인다.
 
a

원공국사의 행적을 기록한 원공국사탑비 ⓒ 박영호

 
법천사지에 있던 석재는 모두 전시관 안에 옮겨 놓았다. 지광국사탑비 주위에 널브러져 있을 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원공국사탑도 서울에서 원주로 옮겨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꼭 그래야 하냐는 물음이 생긴다. 


문화 유적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고 더 잘 보관할 수 있는 곳에 두어야 할까? 아니면 역사적으로 있어야 할 곳에 그대로 놓아두어야 할까?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유적을 돌려 달라는 이집트인이 생각난다. 생각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서 답을 정하지 못하겠다.
 
a

배례석을 비롯한 많은 유물을 수장고로 옮겨 놓았다. ⓒ 박영호

 
돌아오는 광복절에 고난의 행군을 마치고 다시 고향에 돌아온 지광국사탑을 보고 천년사지길을 한 번 걸어보면 어떨까?
#여행 #지광국사탑 #법천사지 #거돈사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이 든 사람에겐 편안함을, 친구에게는 믿음을, 젊은이에겐 그리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2. 2 "어버이날 오지 말라고 해야..." 삼중고 시달리는 농민
  3. 3 "김건희 특검하면, 반나절 만에 다 까발려질 것"
  4. 4 '아디다스 신발 2700원'?... 이거 사기입니다
  5. 5 네이버, 결국 일본에 항복할 운명인가... "한국정부 정말 한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