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제주도는 정작 웃지 못하는 이유

중국계 숙박시설, 식당만 주로 이용... 지역에 이익 크지 않다는 평가에 '오버투어리즘' 우려도

등록 2023.08.14 11:33수정 2023.08.14 11:33
11
원고료로 응원
a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행 단체관광이 허용된 가운데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발 항공기 등의 이용객이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그간 금지했던 자국민의 한국행 단체 여행을 전면 허용했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전면 허용 발표 이후 중국 상하이발 크루즈선 53척이 제주 기항을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한 척당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재개된 제주-중국 직항로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행 직항 일부 노선은 코로나19 사태로 3년 넘게 운항이 중단됐다. 특히 방역강화 조치로 인해 인천공항으로 입국이 일원화되면서 그나마 한국을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제주행도 쉽지 않았다. 

제주는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몰려온다"며 침체된 제주관광이 회복된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르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단체관광만이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빛 좋은 개살구? 중국 저가 관광의 폐해 
 
a

1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가로 가판대에 중국 오성홍기 등 각국 국기가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중국인 단체관광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도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를 찾는 중국 단체관광객들은 대부분 저가여행"이라며 "내국인 여행사나 도민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제주를 찾는 중국인 단체관광 인바운드는 중국계 여행사가 90% 이상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단체관광을 유치하기 위해 덤핑경쟁을 하거나 '인두세'라는 송객 수수료를 중국 현지 여행사에게 지불한다. 

제주관광 상품 자체가 저렴하고 송객수수료까지 부담하다 보니 소개비나 수수료를 받기 위해 중국계가 운영하는 숙박시설이나 식당만 찾는다. 관광 코스도 내국인이 운영하는 비싼 관광지보다는 무료나 할인을 많이 해주는 저렴한 곳만 방문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지출하는 쇼핑도 문제이다. 이들의 주 쇼핑 품목은 화장품과 해외 명품 등이며 찾는 곳도 주로 대기업 면세점이다. 도내 제조업체와도 관계가 없고, 수익 대부분을 서울 본사로 송금하기에 지역경제에 끼치는 파급 효과도 낮다. 

2016년에 중국인 관광객이 300만 명이 넘었지만 실제로 제주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 이유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관광지 혼잡이나 쓰레기 무단투척, 음주 소란 등 범죄가 증가하는 '오버투어리즘' 때문에 오히려 도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불만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제주 관광 책임졌던 내국인이 줄어들고 있다 
 
a

제주 관광객 입도현황(연도별 7월 한 달 기준) ⓒ 임병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매년 천만 명이 넘는다. 2016년에는 1500만 명이 넘었고, 외국인은 360여 만 명이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만 300만 명이 넘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급감했고, 2020년부터는 3년간 코로나19 사태로 한 해 만 명을 넘지 못했다. 

제주도와 관광업계에서는 제주를 찾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그런 이유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국인이다. 

2023년 7월 한 달 동안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총 114만 8248명이었고 이중 내국인은 105만 9165명에 외국인은 8만 9083명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1300%(2022년 7월 외국인 6294명) 증가했지만 내국인은 14.3% 감소를 기록했다(2022년 7월 내국인 123만6276명). 외국인이 약 8만 명 증가할 때 내국인은 약 17만 명 감소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정점을 찍을 때도 내국인들은 매년 천만 명 이상 제주를 찾았다. 심지어 코로나19 시기에도 제주는 코로나 특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내국인들이 찾는 관광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서 내국인들의 제주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제주 관광, 양보다는 질로 승부해야 
 
a

제주국제공항 모습 ⓒ 임병도

 
항공사들이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공급석을 하루 평균 5500석 이상 축소하면서 제주행 항공요금의 할인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제주까지 오가는 일부 국내선 왕복 항공료가 저가항공사의 동남아 지역 국제선 항공료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온라인커뮤니티와 SNS는 항공료와 렌터카뿐만 아니라 숙소, 음식값이 너무 비싸다는 후기글이 올라오고, 방송과 언론에서는 바가지요금 때문에 일본 가는 한국인이 늘었다고 보도한다. 

서귀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씨는 "요새는 코로나19 때보다 예약이 감소했다"면서 "제주가 비싼 물가와 바가지 요금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어 손님들은 더 줄 것 같다"며 걱정했다.

내국인 관광객들의 감소는 제주 도내 경제까지 영향을 미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식당과 숙소는 중국계로 한정됐지만, 내국인들이 찾는 곳은 대부분 자영업자가 하는 곳이다. 소규모 숙박 시설과 식당 등은 내국인들이 감소할수록 타격이 심하고 지역경제 또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제주 관광을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규모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안 오는 것보다는 낫지만 제주 관광을 살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며 제주도와 언론의 과대 홍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중국인 단체관광 #유커 #제주여행 #제주도 #내국인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