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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이 지나도... 쌍용차 손배 파기환송심, '개인책임' 또 판결

쌍용차 노동자의 한숨 "풀리지 않는 철창... 노동자 괴롭힘에 법원이 일조"

등록 2023.08.25 18:52수정 2023.08.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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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금속노조 주최로 열린 쌍용차 노동자 국가손배 파기환송심 선고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8.25 ⓒ 연합뉴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발해 공장 점거 파업을 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국가(경찰)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개별 노동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보수파'로 분류되는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과 맞물려 사법부의 보수화 우려를 커지게 하고 있다. 파업에 대한 손배소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이 9월 정기국회에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5일 서울고법 민사38-2부(부장판사 민지현 정영근 박순영)는 피고가 전국금속노조와 쌍용차 노동자 36명, 원고가 국가인 손배소 파기환송심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1억 6600만 원 배상을 하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연손해금에 대해 2009년 8월부터 선고일까지 연 5%, 선고일 이후로는 연 20%를 적용했다. 선고일 기준으로 이자를 합하면 2억8600만원에 달한다. 소송비용은 정부가 90%, 금속노조 쪽이 10%를 부담하게 했다.

애초 파기환송심 조정 과정에서 논의됐던 3억 원대의 조정안보다 금액은 다소 줄었지만,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배 책임을 판결문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피고를 대리한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장석우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조정안보다 금액이 낮아진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국가가 소송을 유지하기 위해 조정을 거부하고 노동자 개별에게 책임을 물리는 판결을 받아냈다는 거 자체가 노동자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며 "여기에 우리 법원이 다시 한번 일조했다"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30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009년 파업 당시 경찰의 폭력 진압이 위법했고 여기에 노동자들이 저항한 것은 정당방위였다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2013년 11월 나온 1심 판결에서는 노동자들에게 13억 7000여만 원의 배상 책임이, 2016년 5월 2심 판결에서는 다소 준 11억 3000여만 원의 배상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판결 전까지 지연 이자를 합치면 배상금은 30억 원에 달했다.


"14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철창... 벗어나고 싶다"

이날 파기환송심 현장에는 금속노조를 제외한 피고인 36명 중 14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재판을 마치고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난 노동자 채희국씨는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대상자들은 햇수로 14년, 계절만 56번 변하는 동안 가슴이 막힌 채로 살고 있다"며 "이제는 정말 14년이 지나도록 풀리지 않는 철창을 벗어나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지난 14년 동안 딱 한번 동료들과 웃으며 막걸리 기울인 시간이 (대법 선고가 있었던) 작년 11월이었다"면서 "그런데 14년 전 고통과 아픔을 이제는 뭔가 해결해 보려고 마음을 나누는데, 자본도 아닌 국가가 파업에 참여했단 이유로 가만두지 않겠다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찬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오늘 인용된 (금속노조와 노동자들의) 배상책임은 국가 기관의 노동탄압 상황"이라며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 투쟁 및 노동3권 보장을 위한 투쟁에 조직적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내팽개치는 윤석열 정권의 퇴진과 노동탄압 저지에 끝까지 맞서겠다"라고 덧붙였다.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은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을 말한다.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3조)과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2조)이 골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내린 판결과 배치되는 법안이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전체 노동자의 36%에 해당하는 2600여 명을 해고하는 사측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반발해 77일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경찰이 파업을 무력으로 과잉 진압해 논란이 불거졌지만, 경찰은 오히려 헬기 파손 등 손해를 입었다며 노동자 67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9년 경찰은 쌍용차 파업 당시 폭력 진압에 대해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손배소는 취하하지 않았다. 14년의 기간이 흐르는 사이 손배소 등에 고통받은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 30여 명이 사망했다.
 
#쌍용자동차 #쌍차 #파기환송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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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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