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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대는 한국판 아우슈비츠였다"

[현장] 28일 국회에서 '삼청교육대 피해자법 개정' 토론회 열려

등록 2023.08.29 10:03수정 2023.08.3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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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삼청교육대 전국피해자연합회와 민주화를위한 변호사모임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삼청교육대 피해자법 개정'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윤종은

 
"나는 총살을 경험했다!"
"나는 깡패가 아니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증언 일부)


과거 군사독재 하에서 발생한 많은 인권침해사건 중에서 5.18항쟁, 부마항쟁처럼 어느정도 진상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배보상이 이루어진 사건들이 있는반면, 일부 조사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 아직 많은 부분 진상규명이 가려지지 않은 '삼청교육대'같은 사건도 있다.

국가권력을 이용한 대규모 인권유린 사건

삼청교육대 사건은 1980년 7월 29일, 위헌·위법 기구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입안한 '불량배 소탕계획('삼청계획 5호')에 의거, 계엄사령부의 지휘 아래 군․경이 6만 여명의 대상자를 검거하고, 그 가운데 약 4만 명을 1980년 8월 4일부터 1981년 12월 5일까지 순차적으로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수용하여 순화교육, 근로봉사, 보호감호를 시행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54명의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자신들의 정통성을 과시하고 5.18민주화운동을 짓밟고 국가공권력에 의한 공포정치를 통해 정권 안정을 꾀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무고한 시민들의 인권을 짓밟은 대규모 인권유린 사건이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들을 구제할 수 있는 특별법 또는 현행법을 개정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삼청교육대 피해자법 개정'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삼청교육대 전국피해자연합회와 민주화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공동으로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서영교, 설훈, 신정훈, 양경숙, 윤미향 국회의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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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에서 삼청교육대 전국피해자연합회와 민주화를위한 변호사모임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삼청교육대 피해자법 개정'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윤종은

 
'빠삐용 감옥' 같은 군부대강제노역장

당시 '순화교육 및 근로봉사'에 동원됐던 피해자 홍창성씨는 "생계를 위해 일하던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 중 경찰과 군인들의 불심검문에서 팔에 흉터가 있다는 이유로 군부대로 끌려갔다"고 술회했다. 4주간 순화교육의 명목으로 배고픔 속 가혹한 폭행을 당하고 난 후에 6개월간 근로봉사를 또 해야했다.


그는 견디다 못해 동료 몇 명과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중령인 부대장이 사형을 선고하고 총격을 가하는 '가짜재판'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정식 군사재판을 통해 민간교도소에서 1년 6개월을 복역했었고 "총살을 당하는 상황이 지금도 트라우마로 살아나 악몽에 시달린다"고 두려움을 전했다.

또 보호감호 대상자였던 피해자 김동철씨는 서울 구로구에서 잘나가는 옷가게를 하다 어느날 경찰에 연행되어 유치장에 수감됐다. 과거 대학 다니던 친구따라 시위 현장에 함께 간 것이 원인이었다. 

전방 어느 사단의 군부대에 끌려가 가혹한 훈련을 받은 후 고문과 폭행으로 6개월간 추가로 근로봉사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보호감호 징역형을 받고 악명높은 청송감호소에 갇혀 총 3년간 군부대강제노역장과 '빠삐용 감옥'에서 갇혀 살았다. 그는 "개돼지 노예로서 당한 양민인권학살 진상을 40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하지 않는가!"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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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청교육대 피해자법 개정'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당시 '순화교육 및 근로봉사'에 동원됐던 홍창성 피해자가 증언을 하고 있다. ⓒ 윤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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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청교육대 피해자법 개정'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당시 보호감호 대상자였던 김동철 피해자에 대해 한 피해자가 증언을 하고 있다. ⓒ 윤종은

 
'삼청교육대 인권침해의 실상'라는 주제 발표에 나선 신하나 민변 삼청교육대 변호단은 "계엄포고 13호가 발령도 되기 전인 1980. 8. 1. 부터 군·경 합동으로 일제히 '불량배' 소탕에 착수하여 총 6만755명을 법관의 영장 발부도 없이 검거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피해자들을 등급별로 분류하여 A급은 군사재판 또는 검찰 인계, B급은 순화교육 후 근로봉사, C급은 순화교육 후 사회복귀, D급은 훈방조치를 받았다"며, "4주간 순화교육과 3-6개월간 근로봉사에 투입되었고 이후에는 7400여명의 미순화자에 대한 보호감호소 수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삼청교육대에서의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 관련, 혹독한 육체훈련과 구타, 가혹한 점호 및 정신교육, 열악한 식사·수면 및 환경,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 상이 및 실종자가 속출했다. 순화교육 후 미순화자에 대한 강제노동, 근로봉사 종료된 사람들에 대한 보호감호처분과 수용, 심지어 학생(625명)과 여성(319명)에 대한 삼청교육도 실시되었다. 

신하나 변호사는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은 출소하고 나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는데 관할경찰서에 도착시 필요한 자료를 기록 보관하여 수시 관찰하였고, 수사기관에서는 '삼청전과'를 만들어 범죄수사에 활용하였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은 평생 '삼청교육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거나 직장에서 해고나 결혼 후 이혼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 없는 인권탄압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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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삼청교육대 피해자법 개정' 토론회에서 조영선 변호사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윤종은

   
조영선 민변 삼청교육대 변호단은 '삼청교육대의 위헌·위법성에 관한 검토'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1980. 8. 4. 계엄포고 제13호 발령 이전인 1980.8. 1.부터 일제 검거가 시행되어 사실상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일반인을 검거하고 경찰서 유치장 등에 유치시키는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밝히고 "이후 1981. 1.25. 계엄해제 전까지 총 5회에 걸친 일제 검거를 통하여 군・경 80여만 명이 투입,총 6만755명이 법관의 영장 발부없이 검거되었다"고 말했다.

또 "위헌인 계엄포고 제13호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순화교육과 근로봉사, 보호감호는 그 자체로 위헌, 위법한 처분이었다. 순화교육과 근로봉사는 강제로 군부대에 수용하여 구금하는 등 신체의 자유를 제한함에도 법관에 의한 영장 발부 없이 임의로 피해자들을 강제연행하여 군부대에 구금하는 등 영장주의를 위반하였고, 적용대상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범죄 구성요건에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호감호 처분 관할은 법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청교육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이 아닌 사회보호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보호감호 처분을 내려 구금 및 강제 노역에 종사하도록 한 것으로, 법관에 의해 형을 선고받지도 않아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신체의 자유에 위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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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청교육대 피해자법 개정'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영기 변호사와 신하나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윤종은

 
미룰 수 없는 국가폭력 진실규명과 피해자 구제 필요

이영기 민변 삼청교육대 변호단은 '삼청교육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 검토'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2004. 1. 29. 제정된 기존 법률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2023. 1. 31. 피해자의 범위 확대, 생활지원금 신설, 특별재심 신설(형사처벌자 120명), 트라우마 치유사업과 성금의 모금을 포함한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추가로 진상규명 및 직권전수조사, 위원회의 활동기간 및 기간 연장, 진상규명 신청자의 범위 확대, 위원회의 사실조사 방법 및 권한 명시, 진상조사보고서의 작성, 피해자에 대한 보상, 위령사업의 수행 등의 내용이 포함된 대폭 개정도 필요해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대표는 "삼청교육대 인권침해 사건은 철저히 기획되고 집행된 국가폭력으로서 '한국판 아우슈비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폭력 진실규명과 피해자 구제, 국제인권기준 도입을 주장했다.

허상수 재경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2018년 12월 28일, 대법원은 삼청교육대 설립의 근거법령이었던 1980년 계엄포고 제13호가 최종적으로 위헌임을 확인하면서 법적으로 무효이자 헌법과 법치주의를 유린시킨 국가폭력으로 최종 평가했다. 삼청교육에 관련된 국가범죄 가담기구는 국방부와 육군뿐만 아니라 법무부,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치안본부(현 경찰청) 등 수많은 행정기관을 망라한 것으로 이들 가해자들에 관한 진상규명을 서둘러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현행 삼청피해보상법은 삼청교육대의 위헌·위법성과 가해행위의 국가폭력성, 피해의 정도, 광범위한 피해자, 계엄군에 의한 폭력행위의 비난성에 비추어 지나치게 단순하고 편협한 입법이다"며 "광범위한 진상조사 및 피해회복, 배상 등에 관한 삼청 피해자법 또는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조했다.

한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기존 관련 법률은 삼청 교육피해자의 범위가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로 제한하는 등 피해 인정기준이 협소하여 헌법에 명시된 사회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에 커다란 인권 공백을 보여줬다"며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법 개정 #국회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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