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안 또 다른 세종? 도로 이정표 속 두 도시

등록 2023.08.29 17:26수정 2023.08.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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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가다 보면 도로 이정표를 볼 수 있다. 도로 이정표란 현재 위치에서 좌측, 우측, 북측 방향은 어느 쪽을 가리키고 있는지 나타내는 표지이다.

그렇다면 도로 이정표 속 안내지명은 어떻게 선정하는 것일까. '도로표지규칙 제5조 별표 1'에는 "1. 안내지명의 선정 가. 진행방향의 안내지명선정은 고속국도에서는 70~100킬로미터, 비도시지역의 도로에서는 40~60킬로미터, 도시지역의 도로에서는 5~10킬로미터의 지명은 제11조의 의견수립절차를 거쳐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지역 여건 및 도시특성에 따라 도로관리청은 이를 적절히 변경하여 운용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별도의 과정을 거쳐 선정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도로 이정표의 안내지명은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으로 나누고, 이때 '비도시지역은 원칙적으로 행정구역명을 사용'하며, 도시지역은 행정구역/시설/교차도로/공공시설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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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연서면 성제네거리의 지명표기가 잘못된 도로이정표 ⓒ 김강산


2012년 7월 1일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는 충청남도 연기군 전역과 공주시 일부, 충청북도 청원군 부용면 일부를 흡수한 행정구역을 관할하고 있다. 세종시 출범에 따라, 도로 이정표에 나타나 있는 안내지명 또한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당시 신생지역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역이 한창 건설 중이었고 도로 이정표 안내지명 일부가 '세종'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이때 잘못 변경된 도로 이정표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세종시 연서면 성제리 성제네거리는 대첩로(조치원 방면), 연서로(공주 방면), 행정중심복합도시 방면인 월하천로가 만나는 교차로이다. 성제네거리는 연서면 성제리에 자리하기에 비도시지역이다. 하지만 월하천로 부분에 '세종'이라고 표기가 돼 있다. 교차로 위치상 세종 방면으로 갈 경우,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나온다. 즉, 도로 이정표 속 세종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도로표지규칙 제5조 별표 1'의 마를 보자. "마. 방향안내에 사용하는 지명은 비도시지역의 도로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행정구역명을 사용하고..."라고 명시돼 있다. 세종이 행정구역명이긴 하지만 세종은 광역자치단체, 넓은 범위의 세종을 말한다. 성제네거리가 자리한 곳은 역시 같은 세종특별자치시 안에 있는 연서면이다.   나는 이에 의문을 품어 세종시에 아래와 같은 민원을 냈다. 

"세종시 연서면 성제네거리 도로안내판입니다. 성제네거리의 도로안내판상 조치원은 세종시 소속인데 표지판에는 또 다른 세종이 표기돼 있습니다. 아마도 세종은 정부세종청사 일대를 지칭하는 것 같은데 조치원 또한 세종시 소속입니다. 세종->정부세종청사로 표기 수정 부탁드립니다."(2023.07.22)

6일 후인 7월 28일 세종시 도로관리사업소 담당자부로터 답변이 왔다. 


"2. 귀하의 민원사항은 연서면 성제네거리 도로안내판의 일부 문구의 오류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신 사항으로 이해됩니다. 3.해당 현장 확인결과 일부 문구에 대한 오류를 확인하였으며 빠른 시일내에 처리할 계획임을 알려드립니다."

세종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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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도신리 교차로의 지명표기가 잘못된 도로이정표 ⓒ 김강산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도신리 교차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확인했다. 해당 교차로는 의당전의로(세종시 장군면, 전의면 방면), 도신고복로(세종, 연서 방면)가 만나는 교차로로 해당 교차로의 도로이정표 또한 연서면, 장군면, 전의면과는 별개로 행정중심복합도시만이 세종이라는 잘못된 안내지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앞선 사례처럼 충청남도에 민원을 제기(2023.07.22)했고, 18일 후인 8월 9일 충청남도 건설본부 동부사모소로부터 아래와 같은 답을 받았다.

"2. 귀하의 민원내용은 "지방도691호(공주시 의당면 도산리, 덕학리 일원)도로 표지판 정정 요청"에 관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3.조속한 시일내에 예산을 확보하여 도로표지판 문안 수정(세종->정부세종청사) 예정이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 도시를 통합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세종시는 충청남도 연기군 전역과 공주시 일부, 충청북도 청원군 부용면 일부를 통합한 국내 유일의 특별자치시이다. 하지만 도로 이정표 오류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도로를 지나가며 이정표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종시는 자칫 서로 다른 도시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분리돼 있는 것 같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가령 아직도 조치원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역을 갈 때 '세종시 간다'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11년에 지났음에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때문에 도로이정표 안내 지명 같은 낮은 단계의 통합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인식도 차츰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세종청년 #김강산 #세종시 #도로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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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시각에서 세종을 기록하다. 김강산은 뜁니다. 세종청년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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