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편이 되어줄게요, 내 손을 잡아요

서울역에서 진행된 자살예방 캠페인 '마음을 잇다 사람을 잇다'

등록 2023.09.11 11:05수정 2023.09.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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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최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노인의 자살 문제, 청소년 자살 문제도 심각하다. 그래서 자살을 줄이기 위해 매년 9월 10일은 '자살 예방의 날'로 정하고 지자체나 시민단체가 캠페인을 열고 있다. 

9월 9일 토요일 서울역에서는 희망 철도재단의 지원으로 '마음을 잇다 사람을 잇다' 캠페인이 진행됐다. 희망 철도재단은 2018년부터 서울역 3층 광장에서 마음봄사람봄 단체와 함께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캠페인을 한 달에 두 번씩 하고 있다. 이번에는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지원하는 다른 단체들과 함께 캠페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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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자살예방 캠페인에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스티커로 붙이고 있다. ⓒ 김군욱

 
내 편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

마음봄사람봄의 고영숙 활동하는 자신도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으로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말고 네 편을 만들어라"라고 조언을 해주었던 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편이 없는 사람이고 사람에게 마음을 잘 안 여는 사람인데 마치 미션처럼 내 편을 만들어 보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 모를 누군가도 그렇게 내 편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캠페인을 기획하고 준비했다고 한다. 세상에 나 혼자라고 느낄 때, 외롭고 어두운 고립감으로 절망적일 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내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힘이 된다며, 이 캠페인이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자리가 될 거라 믿는다고 힘 있게 말했다.

또 고영숙 활동가는 "저희가 하는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한 사람한테 주목하고 그 사람 마음에 공감하는 수평적인 공감 대화가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에서 "여기에 오시는 시민분들이 자기 마음을 알고 있는지, 가볍게 '지금 마음이 어떤지' 스티커로 표현하고, 또 지금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분은 공감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며 소개했다. 그리고, 평소 나의 일상에서 습관처럼 나를 돌아볼 수 있고 연습할 수 있도록 마음 키트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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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3층 자살예방 캠페인에서 최보결의 춤의 학교에서 시민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 김군욱

 
시민들과 함께 추는 춤으로 용기와 위로를

캠페인의 첫 무대는 최보결의 춤의 학교에서 시민들과 함께 추는 춤으로 오프닝을 열었다. 최보결님은 "전문적인 무용을 했던 사람인데, 사람들이 춤이 갖는 힘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함께 참여하는 춤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Soul of Peace'는 평화의 정령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춤이고, '빨래 춤'은 삶의 노동성을 예술로 만든 작품이다. 그리고 '이매진'은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자는 의미로 생명의 존엄성을 관객들과 함께 느끼는 화합의 춤이라고 했다.


김경환 활동가는 13년간 외국 생활을 하고 자신은 실패한 삶이라는 말하는 친구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 친구는 직접 도와달라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한 달에 두 번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만났을 때 "나의 마음속 가장 내밀하게 갖고 있는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그냥 이야기했다고 한다. 자기 스스로 자기 존재를 이야기하고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만나다 보니 그 친구는 "나는 썩 괜찮은 사람이다"라며 스스로 확신하게 되고, 갈등이 있던 엄마와 만남을 갖게 되면서 마지막에는 엄마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친구가 변화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감동적이라고 느꼈고, 개인적으로 가장 완전했던 시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말을 아무런 편견을 가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어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경환 활동가와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로지 그 상대방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공감하며, 또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한다면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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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자살예방 캠페인에서 아로마테라피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보고 있다. ⓒ 김군욱

 
이번 캠페인에는 다시봄 심리치유센터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로마테라피와 타로상담도 했다. 자연의 향기로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타로를 통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있었다. 필자는 아로마테라피가 궁금했다. 향으로 지금 내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살짝 의심도 들었다.

"자 여기서 향을 맞고 자신이 좋아하는 냄새가 있으면 두 개 고르시면 돼요." 나는 4개의 향기를 맡아 봤다. 그런데 하나만이 마음에 들고 3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르신 스트라스 블러스는 '소진'을 의미해요. 몸과 마음이 소진된 상태 방전된 상태로 활력이 필요하신 것 같네요." 나는 최근 마음이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무력하고,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의 말에  '그래, 나 지금 소진된 상태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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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자살예방 캠페인에서 자신의 마음을 스티커로 소원나무에 붙였다. ⓒ 김군욱

 
나를 들여다보고 비울 때 타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박미자 활동가는 제주도에서 7개월을 살면서 느낀 '쉼'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그는 남편과 갈등으로 마음이 힘들어져 제주도로 한 달 살기를 하러 떠났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이렇게 놀아도 되나? 나는 늘 일하던 사람인데 이렇게 있어도 괜찮나?'라는 감정이 자신을 괴롭혔다.

하지만 괴로운 생각들을 접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한 달 살기로 부족해 다시 6개월을 더 제주도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쉼을 갖던 그 시간을 보내면서 억울했던 마음, 화가 났던 마음, 또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꼈던 마음, 대접받고 살지 못했던 억울한 마음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렇게 7개월을 시간을 보내고 제주에서 올라올 때는 마음이 홀가분했다. 자신을 들여다 보고 마음을 비우니까 타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있는 그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박미자 활동가는 자신을 괴롭히는 환경에서 떠나 새로운 곳에서 나를 되돌아 보고 나를 돌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시부터 5시까지 서울역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으로 어떤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상태를 체크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을 토닥이겠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괴롭고 힘들 때,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 도움을 요청했을 때 누군가는 분명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가족이나 지인이 아니더라도,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함께 살아가자.
#자살예방의날 #서울역 캠페인 #마음을잇다사람을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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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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