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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저녁까지 놀다보면 마을도, 이웃도 보여요"

[파주 시민에게 듣는 희망리포트 3화] 김미선 무지개 작은도서관 관장

등록 2023.09.25 13:32수정 2023.09.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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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에는 지역사회의 변화와 시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땀흘리시는 많은 분이 있습니다. '파주시민에게 듣는 희망리포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파주시민의 권익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정치가 시민속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할지 모색하고, 주민 직접 정치와 자치가 활성화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모델을 연구하고자 합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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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무지개작은도서관 관장. 해당 도서관은 파주시 운정3동 한울마을 4단지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이다. ⓒ 안소희

   
극장처럼 카페처럼, 때로는 주민들의 문화교실도, 아이들의 파자마 파티도 열리는 곳. 창가 소파에 앉아 책 한권과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어르신과 마음껏 뒹구며 그림책 속에 노는 아이들, 파주시 운정3동 한울마을 4단지에 자리 잡은 무지개 작은도서관이다.

김미선 관장은 주민으로 살며 이곳에서 11년째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파주시 작은도서관협의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김미선 부회장을 만났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11년차 무지개도서관 관장입니다. 아무도 관장으로 나서지 않아 제가 하게 됐는데 어느덧 10년이 넘었네요. 내년이면 저도 마을을 떠나게 돼서 임기를 마무리 할 것 같아요. 현재 파주시 작은도서관협의회 부회장으로도 5년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무지개도서관은 당시 생활 속 도서관을 필요로 했던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서 작당모의를 벌여서 만들게 된 도서관입니다. 사실 이렇게 지속될 줄 기대도 안 했는데 굉장히 모범적인 사례로 성장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 무지개 도서관은 여러 수상을 했는데 가장 뜻 깊은 상은 무엇인가요?

"뜻 깊게 봐주신 분들의 추천이 있었어요. 경기도의 작은도서관 발전 유공표창도 파주시청 관계 부서 공무원분들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과분한 상을 주신 것 같아서 송구하기도 하고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들었어요.


2020년 12월에 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최하는 작은도서관 우수사례 공모가 있었는데, 우리 도서관이 전국대상을 받았어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도 마을 공동체 활동, 생활문화 공동체 활동 등 마을 안에서 행사와 이슈가 많았는데, 그 공로들이 인정돼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파주시, 경기도, LH의 표창과 많은 분의 관심과 추천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도 표창도 받았습니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엄마들, 참여해준 봉사자와 주민 모두에 행복한 선물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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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작은도서관 어린이 독서 프로그램 ⓒ 무지개도서관


화합, 우리 마을의 정체성

- 도서관을 만들고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며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도서관을 만들 때부터 책은 중심이지 않았어요. 마을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작은도서관을 만들게 된 것이지요. 저 조차 아이들이 무슨 책을 보는 것이 좋은지 잘 몰랐어요. 오히려 활동하면서 도서관 활동가로 성장한 경우죠.

첫 시작이 마을공동체 중심이었던 이유는 '한 마을이 아이들을 키워낸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죠.

2016년부터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경기도 마을공동체 활동을 더 활발하게 이어갔고, 생활문화공동체 정부단위 사업으로 확대하면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연령구별없이 활동들을 이어갔습니다.

어린이들이 마을기자단이 돼 마을캐릭터를 발굴, 로고를 만들었고 마을신문을 제작했어요. 그 아이들이 군대도 가고 대학생도 되었지만, 아이들이 남긴 로고와 캐릭터는 아직도 마을에서 쓰이고 있고 우리 마을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어요.

- 무지개도서관은 어르신이 자주 찾는 장소이기도 한데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요?

"무지개 도서관에서는 어르신 대상 문화 활동이 개소 때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은 바뀌지만, 이 일을 함께 시작했던 강사들이 현재까지도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며 더 좋은 활동을 이끌어주고 계신 것이 고무적인 일인 것 같아요.

10월경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고요. 성인문화강좌, 성인독서모임 등도 운영되고 있고, 연령대 독서 모임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요. 무지개 도서관에는 어린이 독서문화동아리, 성인 독서동아리, 어르신 문화예술동아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 아이 키우는 가족들이 무지개 작은도서관을 많이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가장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캠핑데이에요. 공동주택 안에서 사람들의 삶이 개별화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 행사는 주민들 전체가 모이는 곳으로 만드는 유일한 행사에요.

이날은 캠핑 장비를 들고 나오거나 돗자리 들고 나와 온 주민들이 점심부터 밤까지 함께 먹고 함께 노는 날이에요. 어떤 분은 고기를 굽고, 어떤 분은 도시락을 주문하죠. 엄마와 아빠는 맥주 한 잔 하기도 하죠.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준비한 프로그램, 게임, 경품행사 등에 참여해요.

신나게 놀다 보면 '우리 동네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걸 볼 수가 있게 돼요. 그러다 보니 이 캠핑데이가 옆 단지 아파트에도 소문이 났어요. 올해는 처음으로 옆 단지 작은도서관과 협업을 해 더 풍성한 캠핑데이를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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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데이 참여한 마을 주민과 아이들 사진제공 무지개도서관 ⓒ 안소희


주민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곳

관장님께 작은도서관이란?

"캠핑데이와 같은 행사와 주민모임 등을 통해 작은 도서관의 역할을 보게 되는 것이죠. 중장년 세대들은 도서관이 책을 보는 곳, 조용한 곳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신도시에는 공립도서관이 많아요. 그래서 마을도서관이 꼭 필요한가 생각도 하지만, 아파트에 자리 잡은 작은도서관들은 모두 주민의 손길과 노력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곳입니다.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가 반영된 마을공동체의 구심인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작은 도서관은 방과 후 책가방을 매고 올 수 있는, 엄마를 기다리는 공간이자 부모님과 함께 와 내 집처럼 놀 수 있는 곳이에요. 이제 작은도서관에 성격은 독서와 도서문화만을 향상시키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의 마을공동체이자 주민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곳입니다.

전 세계 어디를 돌아봐도 작은도서관 만큼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주민자립시설은 없습니다. 이곳이야 말로 주민들의 목소리가 모이고 주민들의 의지를 모으기 위한 가장 유력한 도구이고 공간입니다."  
 
- 지역 작은도서관 운영의 어려움 점과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운영주체, 즉 사람에 대한 것이 문제입니다. 작은도서관은 봉사 형태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 되다보니 본인의 노력과 열정만으로 지속적인 운영을 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수많은 사람이 십시일반 힘을 나눠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여 일하다 보니 갈등도 생기고 오해도 발생하기도 해요.

어떤 경우는 작은도서관을 마을에서의 권력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어요. 잘 운영되던 도서관들이 입주자대표회의와 불화로 문을 닫거나 활동가가 교체되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관리사무소 관리주체들과 문제로 도서관을 원활히 운영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활동 지원이 안 되는 경우도 있죠.

도서관장 및 활동가들의 봉사와 공로를 인정하고 명문화 해야 합니다. 명예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헌신과 공로가 인정될 때 활동가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도서관의 지속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산 확충도 필요합니다. 신도시화 되면서 수많은 아파트 공동주택에 작은도서관이 생겨나고 교회도서관 등 개별 사립도서관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파주시는 작은도서관 활성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매년 작은도서관 등급심사를 잘 받는 도서관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점점 더 많은 개소의 작은도서관에 분배하게 되면서 개별 도서관에 지원되는 예산은 매년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작은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예산을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속 발전하고 있는 작은도서관의 예산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게 의견입니다.

작은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화공간이자 공동체활동의 구심입니다. 주민의 의지와 목소리가 자발적으로 모이는 아젠다의 집결지입니다. 시와 지역과 주민들이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 공간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은 마을 전체의 힘으로 지켜지지 않으면 운영이 되기 어렵습니다. 지방정부와 주민, 운영주체들이 작은도서관을 지속하기 위한 긍정적 사고를 일반화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재정, 시스템 지원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겠습니다.

저희 도서관 또한 제가 없어도 누구라도 도서관의 운영주체가 될 수 있고 봉사할 수 있는 도서관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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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마을 4단지에는 무지개도서관 뿐아니라 마을에서 운영하는 마실카페가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봉사로 운영되는 찻집이자 주민공간이다. ⓒ 안소희


 
- 시민의 삶의 질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신도시 중심으로 인구가 급증하고 교통체증도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상가권의 주차난은 심각합니다.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파주시 차원의 공영주차장이 더 확대되었으면 합니다. GTX뿐 아니라 광역교통 대중교통 계획도 보다 확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노인세대와 여성에 대한 일자리가 더 많이 발굴되길 희망합니다.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어르신들은 경제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죠.

단순 일자리가 아닌 실질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에 보탬이 되는 수준의 일자리가 제공되길 바랍니다. 파주시가 기업과 노년일자리 창출과 고용에 대해 협업하고 만들어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성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일자리 발굴을 위한 전수조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미선 관장은 무지개도서관에 함께 하는 주민과 봉사자 분들께서 '도서관이 있어 너무 좋아요'라고 말해줄 때 보람되고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무지개도서관은 올해 봄 옆 마을인 한울마을 3단지 '우리들 작은도서관'과 함께 한울마을 캠핑데이로 300여 명의 주민과 행사를 치러냈다. 모두가 기뻐하고 즐기는 화합과 소통의 장이었다.

하반기에는 총 26차시의 어린이 대상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어르신들을 위한 공예 프로그램과 모바일교육 프로그램, 성인들을 위한 자기개발 필사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문화행사 준비로 분주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파주673시민자치연구소 소장입니다.
#파주시 #무지개도서관 #운정 #힌울마을 #안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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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과 사회를 바꾸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 파주673시민자치연구소 소장 - 진보당 경기도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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