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에서 춤추고, 뒹굴고, 정미소에서 '카우벨' 공연까지...

2023 섬진강 국제실험예술제... 16일엔 '아트로드쇼'

등록 2023.09.17 13:57수정 2023.10.1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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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통합 심신 예술학교(대표: 박일화)의 <걷기 명상>과 <생명의 춤> ⓒ 이혁발

 
2023 섬진강 국제실험예술제 이틀째 행사의 첫 무대는 동화정원에서 '지금 여기'라는 단체의 <생명춤> 워크샵이자 공연이었다. 천지인,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하나인 장면이었다.

하늘은 쉼없이 장대비를 뿌려대고 대지는 맘껏 팔을 벌려 하늘과 포옹하고 있었다. 거기서는 인간들이 모든 권세와 위세, 허식을 벗어던지고 나비처럼 날고, 물고기처럼 공간을 유영했다.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날것의 감각들만 파득파득 살아있는 진정한 자기만의 만남의 장이었다. 몸과 마음의 완전한 자유, 해방감을 만끽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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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회원(박일화, 하혜석, 고영한, 정나금, 반송미, 이모정, 이영선, 허은실, 윤주은)과 지역민들이 참여한 워크샾이자 공연. ⓒ 이혁발

 
비가 계속 오는 관계로 결국 공연 장소가 옮겨졌다. 한때 커다란 정미소였던 곳을 개조한 카페 낭만가옥, 즉 2021-2022 섬진강 국제실험예술제 아카이브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이곳 카페 앞 중마당에서 예술제 열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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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랑 요들이랑 요델클럽]의 알프호른 부는 장면 ⓒ 이혁발

 
스위스 민속복장을 입은 '동요랑 요들이랑 요델크럽'의 회원들이 알프호른(알파인 호른)도 불고, 요들도 불렀다. 이 공연의 백미는 소방울(카우벨) 연주였다. 카우벨은 소방울처럼 생긴 악기를 말한다. 정확한 음이 나지않는 무율 타악기로 분류된다지만 크기가 다른 수십 개가 있어서, 그런 문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들어본 이 소방울 연주, 첫음이 나오자마자 그 소리의 청량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알프스 산중턱에 올라서서 마시는 신선한 공기 같은 것이었다. 더구나 외국 악기로 <홀로 아리랑>를 연주했는데도 그 노래가 가진 애절함이 더 증폭되는것 같았다. 이럴때 감동이라는 말을 써야  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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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소프라노의 공연장면 잠시 공연에 참여하게 된 김백기 예술감독 ⓒ 이혁발

 
성악가수, 소프라노 3명이 모인 '쓰리 소프라노'의 공연은 흥겨웠다.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곡은 감정만 끌어 안고, 전인권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는 흠뻑 취해 들었다. 성악가가 부르는 대중가요는 그 음폭의 넓이 때문에 마치 새로운 노래처럼 색다른 맛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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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웅이 가슴 앞에 커다란 카메라 렌즈를 부착하고 사람들을 찍고 다니는 모습 ⓒ 이혁발

 
가슴에 커다란 카메라 렌즈를 부착하고서 사람들을 찍고 다니는 퍼포먼스를 유현웅이 하고 있다. 찍은 사진은 등 뒤 화면에 나오게 돼 있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공원에서 돈 받고 사진 찍어 주던 사진사가 떠오른다. 셀카를 찍으면서 인간적 관계망이 사라져가는 것을 복원하고자하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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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부 공연 장면 ⓒ 이혁발

 
대금, 장구, 북을 활용한 '우리 소리'도 하고, 좋은 시에 곡을 붙여 시노래도 하는 김평부의 공연이 있었다. 나이라는 감투를 한 해 한 해 쌓아 올라가서 그런지 매끄럽고 보들보들한 피부 같은 소리가 아니라 탁도가 15% 정도 가미된, 세월이 켜켜이 쌓인 노래가 들렸다. "무정세월 덧없이 흘러가고"란 가사가 같이 늙어가는 기자의 가슴에 절절하게 흘러 들어와 옹아리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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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 유끼에와 이한주가 실험음악을 하고 있고, 길레르모(Gillermo Luis Hortar)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이혁발

 
이한주, 사또 유끼에, 길레르모의 합동 퍼포먼스가 있었다. 이한주는 주름이 있는  전선 정리커버로 만든 악기로 트럼펫 비슷한 소리를 내는 연주를 하였다. 또 첼로 활과 컨텍 마이크(압전소자)를 활용한 악기로도 연주했다.

사토 유끼에는 특이하게 통기타와 기타 이펙터(페달 보드)를 연결하여 불규칙적이며 불정연한 음들의 연주를 보여줬다. 계획없이 즉흥으로 이뤄진, 그 우연적인 만남들이 만들어내는 기괴함과 부조화가 주는 이상야릇한 어울림, 조화로움은 이런 즉흥적 조합 공연에서나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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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케토리 공연 장면 최윤영이 멋드러지게 소리하고 있다 ⓒ 이혁발

 
장구, 북, 드럼 심벌과 기타 연주에 최윤영의 소리가 멋드러지게 울려 퍼지는 [토케토리]의 공연이 있었다.


이 마지막 공연은 그냥 감상하는 공연에서다 함께 참여하는 예술 난장마당으로 바뀌었다. 모두 나와 춤 추고 소리 지르며 몸을 흔들었다. 노랫가락은 물결처럼 서로의 가슴을 흘러 모두가 '하하' 되는 대동세상이 되었다. 흥겹고, 즐거운 이 마당으로 모두의 얼굴이 불그스레한 달덩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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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케토리 공연 중, 모두 함께 춤 추며 흥겨워 하는 대동세상이 되었다. ⓒ 이혁발

 
오늘인 17일 15시, 거산농장에서 [축사 콘서트]가 있다. 18일 14시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에서 [마켓퍼포먼스]가 있다.
#실험예술제 #곡성 #동화정원 #예술 #아트로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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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행위미술, 설치미술, 사진작업을 하며 안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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