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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 1700만 개, 이 숫자가 한 직업에 미치는 영향

물류노동자, 수면장애는 물론 근골격계 질환 앓아... 추석 연휴에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등록 2023.09.25 11:28수정 2023.09.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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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대부분 야간고정근무를 한다. 매일 저녁에 출근해 일하고 새벽에 퇴근하한 이들 대다수는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 영화 <노매드랜드 (2021)>

 
남대전물류단지 내 위치한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는 전국 물류 이동의 허브 역할을 하며, 전국 물량의 30%를 처리하고 있다. 이곳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대부분 야간고정근무를 한다. 매일 저녁에 출근해 일하고 새벽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들은 신체 리듬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불규칙한 수면장애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시 출근한다.

이제 곧 다가올 명절에 쏟아질 물량을 생각하니 벌써 한숨이 나온다는 물류센터 노동자의 쓴웃음이 잊히지 않는다. 그렇다.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의 안전한 소포 배송을 위해 컨베이어벨트는 밤새 돌아가고, 그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누군가의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며 어두운 밤을 하얗게 불태우고 있다.

소포와의 전쟁

물류센터의 문제는 매일 이루어지는 철야노동뿐만이 아니다. 물류노동자가 다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작업환경이 보장되어 있는가? 안타깝지만 안전한 작업환경을 갖추었다는 물류센터는 전국 어디에서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까딱하면 다칠 수 있는 열악한 작업환경이 물류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인이다.

물류센터에서 주로 발생하는 재해는 보통 빠른 속도로 많은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여서 생기는 재해가 대부분이다. 추석과 같은 명절 시기를 현장에서는 '명절 소통기간'이라고 부르는데, 2022년 추석 소통기간에는 약 1900만 개의 소포 우편물이 접수되었다.

올해는 지난 1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를 '추석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약 1708만 개의 소포 우편물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평상시 물량에 35~40%가량의 물량이 급증해 버리니 같은 시간 내에 처리하려면 당연히 사고가 생길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추석선물세트, 사과, 배 등 무거운 물건이 많이 접수되어 노동 강도도 증가한다. 물류노동자들에게 근골격계질환은 항상 따라다니는 직업병이다.


물류센터의 심야는 오늘도 소포와의 전쟁이다. 쏟아지는 물량 사이에 컨베이어 경고등이 켜지는 것이 보인다. 밀려드는 소포 더미가 과부하가 걸렸다는 신호이다. 수북하게 쌓인 소포 상자 틈에서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수많은 소포 박스, 운송기기 등이 뒤섞여 있는 작업환경과 부족한 냉‧난방시설로 헉헉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숨이 절로 턱턱 막히고,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한다.

안전이라는 소포

흐르는 땀은 소금꽃이 되고 얼굴은 빨갛게 익어간다. 하루하루가 다를 바 없지만  물류센터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노동자들은 이번 명절 기간에도 안전한 배송을 위해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노동 강도를 낮추고, 노동자가 안전한 작업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난다. 투입되는 물량의 숫자가 사람보다 우선인 셈이다.

국가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경영진의 안전한 일터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터는 변화할 수가 없다. 우리의 일터에서 우리 삶과 생명이 안전할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지역시민단체, 지자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오늘 고객에게 안전하게 배송될 소포가 있다면 그 소포를 위해 땀 흘릴 물류노동자에겐 안전이라는 소포가 배송되어야 할 것이다. 명절소통기간, 그리고 언제라도 전국의 물류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무사히 하루를 보내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지부장입니다.
#택배노동자 #물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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