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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자제" 외친 윤재옥... 집단 반발·고성 없이 연설 마무리

[교섭단체 대표연설] 어조 부드러웠지만 야당 및 전 정부 비판 메시지 곳곳에... "통계조작은 국기문란"

등록 2023.09.20 11:52수정 2023.09.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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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우리 스스로 욕설과 막말부터 자제하고, 여야 소통도 늘려나갑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연설에 여당 의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도 딱히 반발하지는 않았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윤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 본회의장과 우리 국회의 모습부터 스스로 바꿔나가 보자"라며 "저는 그것이 어려운 숙제를 풀어가는 첫걸음이 된다고 믿는다"라고 제안했다.

윤 원내대표는 "언제부터인가 본회의장에서도, 상임위 회의장에서도, 욕설과 막말을 주고받는 일이 익숙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우리 정치문화가 퇴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에도 정책 설명과 입법 과제 설명을 위해 야당 의원실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도록 요청드리겠다"라고 공언했다.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의 호소에 국회도 응답한 듯,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여느 때와 달리 고성이나 집단 퇴장 등의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윤 원내대표도 언성을 높이거나 야당을 자극하는 과격한 어휘의 사용을 자제했다. '협치'를 강조하며 "대화와 타협의 노력"도 내세웠다. 8대 민생 과제를 내세우며 정책 경쟁을 주문하기도 했다. 용산 대통령실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형식에 비해 날이 서 있는 내용도 다수 있었다.

지난 18일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의 연설 때 일부 여당 의원들이 보여준 것처럼 야당이 반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야당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연설이 되지 못한 이유다.

"대선 3일 전 정교하게 날짜 맞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테러"

윤 원내대표는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를 언급했다. "최근 드러난 '가짜 인터뷰 대선 공작 게이트'는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라며 "대선 3일 전으로 정교하게 날짜를 맞춰 단기간에 검증하기 어려운 가짜 뉴스를 터뜨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영 논리를 따르는 일부 언론사들은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대대적으로 보도해 가짜뉴스의 확성기 역할을 했다"라고 부연했다. 아직 수사 중인 내용의 보도를 '가짜뉴스'로 못 박은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만약 가짜뉴스 정치 공작으로 실제로 대선 결과가 뒤집어졌다면, 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붕괴가 아니고 뭐겠느냐?"라며 "그런데도 야당은 공정성과 독립성에 역행하는 방송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렇게 꼭 필요한 법이면 정권을 잡았던 5년 동안은 왜 하지 않았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선거를 방해하고 조작하는 이런 범죄야말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며, 국민주권을 찬탈하려는 시도"라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정쟁의 대상으로 삼거나 진상을 은폐하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선거법 등 개정 과정에서 가짜 뉴스 대응 방안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라며 언론에 대한 규제 강화도 언급했다.

"부동산 통계 조작,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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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격도 빠지지 않았다. 윤 원내대표는 최근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 조작이 있었다며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발판 삼아 "상상하기도 힘든 국기문란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부동산 통계 조작 역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라며 "지난 정부는 정책을 고치는 대신 통계를 조작했다. 그 결과 과거 지표와의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 과거 통계치는 무용지물이 됐고 국가정책의 연속성마저 끊어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이용해 가짜 통계와 가짜뉴스를 생산한 것이다"라며 "통계조작은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이다. 국가신용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통계를 조작했다가 신용등급 추락, 해외자본 철수로 결국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다"라며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 관련자들을 엄단하는 것은 물론, 다시는 정치권력이 국가통계에 손댈 수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합의서는 우리만 지키는 반쪽짜리 합의가 됐고,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오히려 늘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비대칭전력 및 3축체계를 강화하고 병영 환경 개선 등을 통해 우리 군의 사기를 높여, 튼튼한 국방,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9.19 남북군사합의를 "최후의 안전핀"에 비유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여권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관련 기사: 문재인 작심 비판 "안보·경제는 보수가 낫다? 조작된 신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 방향 바꿔야... 국민 대다수, 정부 믿어"

윤재옥 원내대표는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서도 "이제 야당이 대응 방향을 바꿀 때가 됐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염수 방류가 반가운 우리 국민이 누가 있겠느냐?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정부와 여당이라고 모르지 않는다"라면서도 "하지만 어떤 주장이든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고,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1일 1차 방류가 끝났지만, 우리 해양 시료분석 결과는 물론, 수산물, 선박평형수, 해수욕장 등 모든 조사 대상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라며 "그런데도 끊임없이 국민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해외까지 나가 비과학적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노량진 수산시장, 대형마트, 전통시장의 수산물 매출은 오히려 늘었고, 횟집들의 장사에도 영향이 없다고 한다"라며 이를 "국민 대다수는 국제사회와 정부를 믿고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정부와 국민의힘은 IAEA, 미국, 캐나다 등 관련국과 함께 방류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해양생태계 보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약속을 어기거나 기준을 초과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즉각 방류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앞으로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왜곡과 선동이 아니라, 여야가 협력해 일본이 약속을 잘 지키는 지 꼼꼼하게 감시하면서 어민들과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고 지원하는 일"이라며 야당의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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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후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윤재옥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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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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