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사로서 교육 환경의 개선을 바란다

등록 2023.09.25 13:10수정 2023.09.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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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직 교사다. 불과 몇 달 전,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현직 교사였다. 내가 교직을 떠난 지 몇 달 만에, 학교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린 교사 몇 분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으로 교단을 떠났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교사들의 울분과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교사들은 연이은 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교권과 교육권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바꿔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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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패 퇴직 시에 친목회에서 만들어 준 송공패이다. ⓒ 곽규현


내가 교직을 떠나온 것도 동료 후배 교사들이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린 그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나는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심정으로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당시에 어려운 교육 현실에서 후배 교사들의 앞날이 걱정되어 무거운 마음으로 교단을 떠나왔다. 후배 교사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면서 아름다운 퇴장을 하고 싶었지만, 그런 나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친목회라는 이름으로 동료 후배 교사들이 만들어 준 송공패가 외려 미안할 정도로 기분이 착잡했다.

내가 33년 동안, 교직에 있으면서 겪어온 바로는 최근 몇 년 동안의 교육 환경이 그 어느 시기보다도 좋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이미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모든 교사들이 그런 상황에 처할 우려 때문에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교장, 교감과 같은 학교 관리자이고 교육청이다. 그런데도 학교 관리자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다. 해당 교사가 알아서 시끄럽지 않게 빨리 해결하기를 바라거나 가급적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교육청으로 민원이 들어가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해당 학교에 전달하고, 해당 학교가 빨리 해결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 나아가 교육부가 학교교육 현장의 이런 문제들이 곪아터지기 전에 좀 더 교사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문제 해결 의지를 가졌어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섰더라면 교사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꼭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서야 부랴부랴 진상을 파악한다,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 어떤 대책을 세우겠다고 부산을 떤다. 이제라도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했으면 선생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적절한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또 학교에 재직할 당시에 아쉬웠던 점은 교사들이 양질의 수업을 위한 교재 연구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학교 일과는 크게 수업을 하는 시간과 수업을 안 하는 시간으로 나뉜다. 당연히 수업을 안 하는 시간은 수업 이외의 활동을 하는데, 대부분 자신에게 분장된 교무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에 바쁘다. 교무행정원이 배치되어 지원한다고 하나 그건 일부에 지나지 않고, 여전히 많은 행정 업무를 교사들이 직접 처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재 연구나 수업 준비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수업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수업 활동은 교사 본연의 업무이고, 행정 업무는 부수적인 업무다. 굳이 필요치 않는 공문은 최대한 줄이고, 교무행정원을 더 늘려서라도 교사들의 교재 연구와 수업 준비 시간을 충분히 확보주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교직에 있으면서 퇴직 때까지 줄곧 고민했던 게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그만큼 수업 내용과 수업 방법의 문제는 교사들에겐 끝없는 숙제와도 같다. 양질의 수업을 하는 게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교직을 떠나왔지만 많은 후배 교사들이 궁지에 내몰리는 일 없이, 충분한 교재 연구 시간을 확보하여 오직 아이들의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이 바뀌기를 바란다. 전직 교사라서 몸은 학교 바깥에 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교육 현장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도 교육 현실이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 주시하겠다.
#교육환경 #전직교사 #명예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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