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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은 결국 퇴사... 너무나도 잔혹한 '육아휴직'

통계가 보여주는 육아휴직 사용의 어려움... 남녀고용평등법상 노동자 구제조항 필요

등록 2023.09.25 14:44수정 2023.09.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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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잔혹한 인턴>의 한 장면 ⓒ tvN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잔혹한 인턴>에서, 육아로 인해 7년의 경력단절이 있는 여성이 인턴사원으로 입사해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앞두고 있는 사원들을 '휴직이 아니라 퇴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안 되면 '해고당할 수 있는 사유를 만들라'는 잔혹한 업무를 맡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업무를 맡긴 상사는 육아휴직에 대해 "나라에서 쓰라고 만든 제도이지만 휴직이 회사입장에서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인지. 돌아오겠다고 자리는 맡아놔서 대체자를 앉히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다른 직원들 업무를 무조건 늘릴 수도 없고, 팀 분위기는 뒤숭숭하게 망가뜨리기까지. 게다가 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쓸 기회조차 없는 여러모로 불합리하고 이기적인 제도"라고 이야기한다.

육아휴직과 관련한 상담에서 듣던 이야기들, 사건 녹취록 속 상사들의 이야기와 너무나 닮아있다. 육아휴직 신청을 했더니 다른 이유를 들어 해고한 사례, 동료들이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종용하는 사례, 또 동료들이 피해를 보니 임금 등에서 불이익을 감내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이라며 불리한 처우에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사례 등등.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대책으로 육아휴직 확대를 추진해 왔다. 그리고 현재의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아니하거나, 육아휴직을 마친 후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키지 아니한 경우 5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렇게 '나라에서 쓰라고 만든 제도'이고 '법적으로 휴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실상은 많은 사람들이 육아휴직을 포기하거나 퇴사를 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불이익을 감내한다.

드라마에서는 "여대생 구직 선호도 1위" 기업이 '임신포기각서'를 강요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는 육아휴직으로 불리한 처우를 당한 노동자의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데, 이 사건의 피진정 기업은 여성가족부와 "성별 균형 인재 육성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하며 여성 임원 비율을 늘리고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도 권장할 것을 약속했었다.

"일·생활 균형", "성평등한 조직문화"라는 이미지가 기업 호감도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기업에서조차도 육아휴직을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사업체의 27.8%가 육아휴직을 '전혀 활용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는데, 그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49.6%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가중"이 23.3%로 그 뒤를 이었다.1) 


숫자가 보여주는 육아휴직 사용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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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상용직의 8.4%에 불과하고, 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비율은 약 34.1%에 달한다. 출처 : 부모의 육아 휴직 건수 및 휴직률(통계청, 2021.08, 직장갑질 119 "모성보호 갑질 보고서"에서 재인용)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출산한 여성의 46.8%가 출산일 기준 직업을 갖고 있으며, 출산 36일 전(56.1%)보다 직업을 보유한 비중이 9.3%p 하락했다. 2) 그만큼이 임신과 출산 사이에 퇴사한다는 이야기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전체 육아휴직자(31만 6404명) 중 34.1%(10만 7894명)가 복직 후 6개월이 지나야 수령할 수 있는 육아휴직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다.

어렵게 육아휴직을 사용하고도 육아휴직자 1/3 이상이 결국 퇴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육아휴직 불이익' 신고는 108건, 연평균 36건에 불과했다. 매년 3만 5965명이 육아휴직 후 퇴사하는데 이 중 0.1%인 36명만이 육아휴직 불이익으로 신고했다는 설명이다.3)

남성 육아휴직기간도 제도적으로는 한국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길지만 실제 사용률이나 사용일수는 최하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육아휴직을 시작한 사람은 전년 대비 1.0%(1672명) 증가한 17만 3631명이고 이중 여성이 75.9%, 남성은 24.1%로, 여성이 3.1배이다. 출산과 육아휴직에 적대적인 기업관행·조직문화로 여성노동자들은 경력 단절 및 승진 차별을 겪게 되고 성별 임금격차가 더 벌어진다. 성별 임금격차는 다시 경제적 이유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육아휴직을 선택하게 하면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저조하게 유지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육아휴직

직장갑질119가 고용노동부 모성보호 관련 신고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9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접수된 신고 1385건 중 기소(118건)나 과태료 부과(3건)로 처벌받은 경우는 121건(전체의 8.7%)에 그쳤고, 별다른 처분 없이 종결된 경우가 82.3%인 1140건에 달했다.4)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리한 처우에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리한 처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서 보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고, 지난해 9월 남양유업 육아휴직 후 전환배치 사건에서 대법원이 불이익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불리한 처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현재 이를 반영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불리한 처우"를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어떤 조치가 육아휴직으로 인한 것인지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인지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불이익이 집단 따돌림, 업무 배제, 부당한 업무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 또한 증명이 어렵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처럼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피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출산 및 육아휴직을 사유로 노동자가 불리한 처우를 받은 경우 원직복직 및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남녀고용평등법상 노동자 구제조항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일찍이 육아휴직 부모할당제를 도입하여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 출산율을 높인 사례로 소개되면서,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되었다. 물론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나 북유럽 국가들에서 그러한 결과는 부모할당제만이 아니라 어우러지는 다양한 제도와 노력이 있었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1) 고용노동부, 『2020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2021. 허민숙,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개선 입 법과제", [이슈와 논점] 국회입법조사처 제2053호에서 재인용.
2) 통계청, 2021년 육아휴직통계 결과(잠정) 보도자료,2022.12.20. 배포
3) 머니S 뉴스1, 육아휴직자 3명 중 1명 휴직 후 퇴사…불이익 신고 0.1% 그쳐, 직장갑질119 "육아휴직·출 산휴가 사용 어려워…대책 시급" 2021.09.12. 16:05, https://www.moneys.co.kr/news/mwView. php?no=2021091216058062938
4) YTN. "출산·육아로 직장내 불이익 신고해도 처벌은 8.7%뿐", 2022.10.16. 12:00, https://www.ytn.co.kr/_ ln/0103_202210161218541231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양지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이자 공인노무사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9월호에도 실립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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