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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는 엄청난 차이" 팔현습지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위' 열린다

대구지방환경청, 금호강 고모지구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거짓부실위' 열기로 결정

등록 2023.09.26 10:08수정 2023.09.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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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 유조.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법정보호종 야생생물이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서에 누락되어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지방환경청이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일명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아래 거짓부실위)를 개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19일 열린 내부 회의를 통해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 담당자는 지난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석 연휴가 끝난 후 바로 거짓부실위를 열 준비를 해, 늦어도 10월 중순경에는 거짓부실위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법 제6조의3(환경영향평가협의회의 전문위원회)에 의하면 "①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중 환경부장관이 구성·운영하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 법 제53조제5항제2호 또는 제56조제1항제2호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서 등의 거짓 또는 부실 작성 여부의 판단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으로 검토하게 하기 위하여 거짓·부실 검토전문위원회를 둔다"고 되어 있다. 이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이번 금호강 고모지구(팔현습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위'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수리부엉이도, 얼룩새코미꾸리도 빠졌다

이번 '거짓부실위'는 환경단체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8월 18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대구지방환경청에 제출한 거짓부실위 개최 요청서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이 2022년 9월부터 현재(2023년 8월)까지 벌인 금호강 팔현습지 생태조사에서 총 9종의 법정보호종을 확인하였다"고 지적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그 중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수리부엉이는 2023년 6월 첫 발견 후 매번 모니터링을 갈 때마다 목격되는 바 생물종 조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으로서 누락시킬 수 없는 종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본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수리부엉이가 누락되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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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금호강에서 목격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얼룩새코미꾸리. 이 종도 환경영향평가서엔 누락되어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얼룩새코미꾸리 또한 마찬가지다. 어류조사를 하는 연구자들을 통해서 팔현습지에서 어류조사시 얼룩새코미꾸리가 관찰됐다는 증언을 들었고,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조사에서도 물속 바위 틈에서 얼룩새코미꾸리를 두 차례나 확인한 바 있다. 또한 2015년 전국자연환경조사 보고서에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얼룩새코미꾸리의 조사 기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을 종합할 때 금호강 팔현습지에는 얼룩새코미꾸리가 적지 않은 개체 수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도 본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이 중요한 개체가 누락되었다. 이는 부실을 넘어 거짓으로 환경영향평가서가 작성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대표적으로 위 두 종은 환경영향평가를 전문으로 대행하는 생물종 조사기관이라면 누락시킬 수 없는 것들로서, 그 조사가 부실했다는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매번 조사시 쉽게 발견되는 종조차 누락시킨 부실 환경영향평가서이니 다른 6종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부실한 생태조사로 누락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8월 18일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 개최 요청서를 제출했다. 그 후, 약 한 달 정도가 지나 최종 개최 여부가 결정난 것이다. 

팔현습지를 대구 3대습지를 넘어 국가습지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아래 금호강 공대위)는 이같은 대구지방환경청의 결정에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금호강 공대위'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구지방환경청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 부디 거짓부실위를 통해서 지난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였다는 것이 밝혀져 금호강 팔현습지의 가치가 새롭게 조망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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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왕버들숲에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담비의 모습. 깊은 산속에서나 목격되는 담비까지 팔현습지에서 목격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면서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자체 조사한 결과, 금호강 팔현습지에선 이미 12종의 법종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됐다. 얼룩새코미꾸리, 수리부엉이, 담비, 삵, 수달, 남생이, 흰목물떼새, 황조롱이, 새매, 큰고니, 원앙이다. 그러나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종은 수달, 삵, 원앙 단 3종이다. 환경단체와 환경부 자체 조사결과 모두 12종이 확인된 것으로 3 : 12는 엄청난 차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거짓부실위를 통해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였음이 밝혀지면 차제에 4계절 정밀 생태조사를 통해서 팔현습지에 과연 얼마나 많은 다양한 야생동식물들이 살고 있는지를 제대로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런 조사를 통해 팔현습지의 가치가 더욱 새롭게 조명되고 그것을 통해 대구 3대 습지 팔현습지를 넘어 '국가습지 팔현습지'로 지정되는 발판을 마련하여 할 것이다. 왜냐하면 팔현습지는 국가습지로 지정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생태적 가치와 경관적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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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종의 법정보호종이 사는 이곳에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삽질을 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토건 사업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마지막으로 낙동강유역환경청에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금호강 공대위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거짓부실위가 열려 그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팔현습지에 대한 어떠한 '삽질'도 시작해서는 안 될 것이다. 거짓부실위의 결과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이 사업은 전면 백지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팔현습지 #금호강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 #수리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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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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