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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집회... 분신 사망 택시기사 동료들 "미소 잃지 않던 사람"

[현장] 고 방영환씨 사망 직후 해성운수 앞 집회... "그의 요구는 이제 우리들의 몫"

등록 2023.10.06 18:09수정 2023.10.0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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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완전월급제 이행과 회사(해성운수)의 임금체불 등에 항의하며 분신한 택시기사 방영환씨가 6일 오전 6시 18분 숨진 가운데, 이날 오후 1시 30분 택시기사 동료들과 그가 속해 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당 관계자들이 모여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박수림

  
"'택시 완전월급제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게 해달라', '동훈그룹 해성운수 사업주를 처벌해달라', '열악한 택시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던 고인의 요구는 이제 여기 남은 자의 몫입니다." - 남성화 공공운수노조 해고자복직특별위원장

추석 연휴 이틀 전 분신한 택시기사 방영환씨가 끝내 숨진 직후, 고인의 동료들은 그가 일했던, 그리고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던 해성운수 앞에 모여 울부짖었다. 

6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사업장 앞에 모인 고인의 동료들은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고인과 식당과 커피숍을 갔던 동료, 그가 있는 병원에 들러 마지막으로 인사를 전하고 온 동료,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까지 찾아온 동료들이었다.

이들이 든 피켓엔 "방영환을 살려내라", "방영환을 분신으로 내몬 해성운수 즉각 처벌하라"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고인은 택시 완전월급제 이행과 회사의 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하며 7개월 넘게 1인 시위를 벌이다 지난달 26일 분신했고, 이날 오전 6시 18분 사망했다(관련 기사: 추석 이틀 전 분신 택시 기사, 치료 11일째 끝내 사망 https://omn.kr/25wi5).

고인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장이자 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동료들은 그를 "어려운 상황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주눅 들지 않던 사람", "다른 동료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던 사람"이라고 떠올렸다 .

이들은 고인의 사망 전인 지난 2일부터 해성운수 사업장 앞에 작은 텐트 두 개와 책상 한 개를 가져다 놓고 서로 번갈아 가며 '지킴이'를 자처해왔다. 그가 분신했던 자리를 지키고 해성운수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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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완전월급제 이행과 회사(해성운수)의 임금체불 등에 항의하며 분신한 뒤 숨진 택시기사 방영환씨가 생전 1인 시위를 하던 모습. ⓒ 공공운수노조 해고자복직특별위원회

 
"해성운수 공식 사과하라... 책임자 처벌도" 

이날 집회에서 고인의 동료들은 "방영환 열사 정신 계승하자", "완전월급제·임금체불 사업주 처벌 즉각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을 떨며 발언을 이어간 이주영 노동당 강서양천지역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고인이 227일간 진행했던) 선전전 초창기에 정당 연설회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해성운수 사장과 직원들이 몰려나와 법적으로 정당한 집회를 방해한 적이 있다"며 "만약 그 당시 경찰이 집회를 방해한 사업주를 현장에서 체포하고 적절하게 조치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정운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원래 오늘 노조와 해성운수 대표의 면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직전에 고인이 안타깝게 운명했다. 사측은 오늘 아침 면담이 불가하다고 했다"라며 "노조가 추석 전날 전달했던 요구안에 대한 입장을 물으니 (회사는) '장례비 지급하겠다', '산업재해에 협조하겠다'는 답변만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고인의 혼백이 해성운수에 있다"며 "해성운수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더 많은 동지들과 힘차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전국해고자복직특별위원장은 "고인이 이루고 싶어 했던 모든 일들은 이제 살아남은 비겁한 우리들이 받들어야 한다"며 "그의 염원에 따라 택시 완전월급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남성화 공공운수노조 해고자복직특별위원장은 "고인은 본인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며 "'택시 완전월급제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게 해달라', '동훈그룹 해성운수 사업주를 처벌해달라', '열악한 택시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던 고인의 요구는 이제 여기 남은 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남 위원장이 "방금 전에 고인을 보고 왔다"며 슬픔에 잠기자 다른 동료들도 눈물을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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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완전월급제 이행과 회사(해성운수)의 임금체불 등에 항의하며 분신한 택시기사 방영환씨가 6일 오전 6시 18분 숨진 가운데, 이날 오후 1시 30분 택시기사 동료들과 그가 속해 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당 관계자들이 모여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정운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장이 집회 중 발언하고 있다. ⓒ 박수림

 
"택시자본·고용노동부·서울시, 고인 죽음으로 내몰아"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노동당은 '방영환 분신 사태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위(아래 대책위)'를 꾸리고 이날 애도 성명을 냈다.

대책위는 "참기 힘든 울분을 모아 완전월급제 실현, 택시 노동자 생존권 보장, 책임자 처벌 투쟁을 힘차게 전개할 것"이라며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자는 택시 자본, 고용노동부, 서울시이다. 택시 자본은 고인의 복직 후에도 배차 불이익과 온갖 갑질, 집단폭력, 임금 갈취 등으로 고인을 괴롭혔고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이 같은 사실을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택시 현장에 완전월급제가 뿌리내리고, 택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근절과 생존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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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분신한 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택시기사 방영환씨가 6일 오전 6시께 사망한 가운데, 그가 속해 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합원이 병원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박수림

#택시기사 #분신 #해성운수 #공공운수노조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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