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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기 싫다는데 억지로' 하는 소싸움, 전통이냐 동물학대냐?

경남녹색당 '동물학대로 폐지' 촉구... 진주, 의령 등 곳곳 국가무형문화재 추진

등록 2023.10.10 15:09수정 2023.10.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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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녹색당은 10일 오전 진주 소싸움경기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싸움이 ‘동물학대’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 경남녹색당

 
전국 곳곳에서 소싸움대회(소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물학대 논란을 빚고 있다.

경남녹색당(준)은 "소싸움은 동물학대로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소싸움을 벌이고 있는 지자체는 더 활성화해야 한다며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소싸움은 경남 창원, 진주, 김해, 의령, 함안, 창녕을 비롯해 전국 11개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제127회 진주 전국민속소힘겨루기대회'가 오는 11일부터 엿새 동안 진주민속소힘겨루기경기장에서 열리고, 의령에서는 지난 9월 29~30일 전통농경문화테마파크 민속소힘겨루기경기장에서 행사가 열렸다.

이정옥 위원장을 비롯한 경남녹색당은 10일 오전 진주 소싸움경기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싸움이 '동물학대'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동물보호법(제10조)에는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을 언급한 이들은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 한 줄짜리 예외 조항으로 인해 동물을 싸움시키는 행위인데도 투계, 투견과 달리 소싸움은 처벌받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소싸움대회가 '전통'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들은 "전통문화로서 민속소싸움이라 하면, 과거 농사가 근본을 이루던 전통사회에서 한해 농사가 마무리되면 각 마을을 대표하는 튼튼한 소들이 나와 서로 힘을 겨루며, 이웃 마을 주민 간의 화합을 다지는 것이었다"라며 "오늘날의 소싸움은 목적과 형식도 다르며 소싸움을 통해 이득을 보는 대상도 다르다. 무엇보다 지금 소싸움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은 줄어들고 오히려 소싸움을 불편하고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했다.


경남녹색당은 "소는 원래 완전한 초식동물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다른 소와 싸우지 않는 유순한 동물에게 싸움을 시키는 것 자체가 고통이자 학대이다. 수많은 소는 강제로 소싸움대회에 나가서 상금을 타기 위해 뿔을 날카롭게 갈아 뿔싸움을 하게 되며 상처를 입는다"라며 "심지어 복부가 찢어져 장기가 빠져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멘트로 채워진 폐타이어 끌기 같은 학대적 훈련을 강제하며 이런 훈련으로 만성적인 관절염이 생겨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경기 중 심한 두부 충돌로 뇌진탕에 빠져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라며 "초식동물인 소의 몸집을 키우려고 미꾸라지탕, 뱀탕, 개소주, 산 낙지 등 온갖 동물성 보양식을 먹여대는 방식의 싸움소 육성은 절대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싸우기 싫다는 소들을 억지로 싸우게 하고 거기에 공공연하게 돈을 배팅하는 것이 현실이며, 평생 싸움을 하고 부상을 입거나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싸움을 못하면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한다"라며 "싸움 전 소들은 겁에 질려 울부짖거나 싸움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저항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경남녹색당은 "소싸움대회는 거주민 공동의 이익도 없을 뿐 아니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라며 "현재 싸움소를 키우고 있는 농가와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문제 등으로 인해 단번에 없앨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동물보호법의 소싸움 예외조항에 대해 일몰제를 적용하고 그 기간동안 찬반 양측이 함께 대안 마련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경남녹색당은 "동물학대 소싸움대회 폐지하라", "동물학대 소싸움 예외조항 일몰제를 적용하여 폐지하라", "농림수산식품부는 민속소싸움 고시 폐지하라", "소싸움 예산 편성 말고 폐업보상 지원예산 편성하라"고 촉구했다.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의령군지회는 소힘겨루기의 문화재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소힘겨루기 무형문화재 국가지정'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진주시 관계자는 "진주전국민속소힘겨루기대회는 1897년 시작해 올해 127회를 맞으며, 전국 소싸움대회의 발원지로서 전국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11~15일 사이 열린다"라고 했다.

소싸움대회 찬성측은 "소힘겨루기가 전통문화이고,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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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의령 민속소힘겨루기대회” ⓒ 의령군청 제광모

#소싸움 #소힘겨루기 #동물학대 #경남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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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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