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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변한 야생생물 보호구역... 주민들 제초제 살포 때문?

당진시, 유채꽃밭 조성 계획 취소... "토양 시료 검사 진행... 생태 복원 할 계획"

등록 2023.10.11 14:41수정 2023.10.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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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 삽교호 소들섬 쉼터 주변의 풀들이 모두 누렇게 죽어 있다. ⓒ 이재환

   
최근 충남 당진시 삽교호 소들섬 야생생물보호구역에 제초제로 추정되는 물질이 뿌려져 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당진시는 농약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강면 주민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한 데에 당진시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당진시가 소들섬 쉼터에 유채꽃밭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누군가 쉼터를 고의로 훼손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고병화 우강면장은 "갑작스럽게 유채꽃밭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안된 거 같은데, 누군가 (농약을) 뿌렸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제초제로 추정되는 물질이 뿌려진 곳이 야생생물보호구역인 동시에 멸종위기에 처한 양서류 서식지라는 점이다.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생태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풀숲 우거졌던 쉼터 주변, 누렇게 죽은 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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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가 지난 5월 조사한 삽교호 생태조사에서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 서식지가 확인됐다. 제초제 추정 물질이 뿌려진 곳은 노란 동그라미 안쪽의 삽교호 제방둑 부근이다. 당진시에 따르면 이곳은 금개구리와 수원 청개구리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사진은 당진시 생태조사 자료. ⓒ 이재환

 
지난 10일 찾아간 소들섬 쉼터의 갈대밭과 풀숲이 우거졌던 쉼터 주변은 풀이 누렇게 죽어 있었다. 일부 구간은 누군가 농기계로 땅을 갈아엎어 놓은 듯 보였다.

주민 A씨는 "추석 직전인 지난 9월 18일 소들섬 쉼터를 방문했을 때까지도 풀이 이렇게 죽어 있지 않았다. 누군가 추석 직전에 제초제를 뿌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우리 농민들은 제초제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 제초제가 아니면 풀이 갑자기 죽을 일이 없다. 금지된 제초제가 사용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초토화됐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곳은 당진시의 생태조사에서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가 발견된 곳"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지난 5월 당진시가 용역 조사한 '삽교호 야생생물 보호구역 생태조사'에서 멸종 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멸종위기종 1급)와 금개구리(멸종위기종 2급)가 발견됐다. 

김상섭(조류 연구가)씨도 "독성이 강한 제초제가 뿌려진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나무까지도 피해를 입었다. 나무는 작은 새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새들의 쉼터가 일부 훼손 됐다"며 "당진시는 토양의 오염도를 분석해야 한다. 제대로 된 복원 계획을 수립하고 나무도 다시 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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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 삽교호 소들섬 쉼터 부근. 트랙터로 추정되는 농기계가 쉼터 주변을 갈아 놓은 흔적이 보였다. 농기계 바귀가 선명하게 보인다. 주변 나무들도 일부 잘려 훼손된 상태이다. ⓒ 이재환

     
해당 사건은 당진시 우강면에서 소들섬 인근에 유채꽃밭을 조성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파악되고 있다. 당진시는 꽃밭 조성 과정에서 누군가 제초제를 뿌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병화 우강면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소들섬 쉼터에) 유채꽃을
심는다고 하니까, 주민 중 일부가 작업(농약을 뿌린 것)을 한 것 같다. 야생생물 보호 구역이란 사실을 모르고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농약을) 뿌린 것인지는 알아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쨌든 주민들의 잘못은 아니다. 면장으로서 관리를 못한 책임이 더 크다. 이런 일이 발생해 곤혹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들섬 제초제 사건'을 계기로 당진시는 소들섬 쉼터에 유체꽃밭을 조성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생태 복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진시 기후환경과 관계자는 "일단 토양 시료를 채취해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토양의 오염도를 확인 한 뒤 오염토를 걷어 내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만약 토양 오염이 심각하지 않을 경우에는 친환경적으로 생태를 복원을 할 계획이다.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개구리와 수원 청개구리 서식지 파괴 문제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피해 상황은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집단 폐사가 확인 될 경우 별도의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관련기사]
야생생물 보호구역에 뿌려진 액체... 주변 생물 고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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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삽교호 소들섬 쉼터. 야생생물보호구역에 제초제로 추정되는 물질이 뿌려져 주변 풀이 모두 죽은 상태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누군가 농기계로 갈아 놓은 흔적이 발견됐다. ⓒ 이재환

 
#삽교호 소들섬 #삽교호 #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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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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