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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가수 남인수 이름 딴 가요제 또 추진 논란

장소 대여 허가 나지 않았는데 홍보물에 날짜, 출연진 등 표기... 진주시 "허가 아니다"

등록 2023.10.23 18:07수정 2023.10.2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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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수 가요제 웹자보. ⓒ 자료사진

 
친일행적이 뚜렷한 가수 남인수(본명 강문수, 1918~1962)의 이름을 딴 가요제가 또 추진되고, 더구나 장소 대여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홍보물이 나와 논란이다.

최근 진주에서는 '제1회 남인수 가요제'라는 웹자보가 전해졌다. 이 홍보물에 따르면 가요제는 오는 11월 4일 오후 5시 경남 진주 하대동 강변야외무대에서 행사를 개최한다. 아직 진주 시내에는 관련 펼침막이 내걸리지 않았다.

이번 가요제를 추진하는 단체는 남인수기념사업회로 알려졌다. 김영삼 남인수기념사업회 총괄본부장은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남인수 가요제를 추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장소 대여를 두고도 논란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이날 낸 자료를 통해 "지난 5월, 행사 주최 측인 남인수기념사업회가 진주시 남강 야외무대에서 행사를 연다고 신청했으나, 당시 진주시는 장소 대여 취소했다. 하지만 또다시 행정을 무시한 가요제 개최를 시도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웹자보에는 행사의 주최나 주관이 명기 되어있지 않아 지난 5월 가요제 개최 시도를 한 단체인지 아니면 새로운 단체의 개최 시도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라며 "지속적인 친일파 숭모 행사 시도, 진주시의 입장 표명과 사용 허가되지 않은 공공시설물 사용에 대한 경고 및 법적 조치 강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반민족행위자(친일파) 숭모 행사인 남인수 가요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문화예술인으로서 그는 노래를 통해 일본의 전쟁을 후원하고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라며 "남인수와 같은 반민족행위자(친일파)에 대한 허가 받지 못한 불법 숭모행사를 진주시가 방관하고 방치하며 방조하는 행정을 한다면, 그 책임은 응당 행정 기관에서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남인수기념사업회에서 행사를 하겠다고 신청서만 들어온 상태이다. 행사 내용이나 세부 계획이 없다. 그래서 바로 허가를 해줄 수 없어 계획서를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라며 "아직 허가가 나간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인수가요제는 진주지역 언론사가 진주시의 예산 지원을 받아 1996년부터 10여 년간 열리다가 그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면서 2008년 폐지되었다. 이후 진주연예협회가 2022년 8월, '대한민국 가요 100년사 황제의 귀환'이라는 주제로 남인수가요제를 열려고 했으나 시민단체의 반대로 취소했다.


또 남인수기념사업회는 올해 7월 22일 예심, 11월 4~5일 본심을 칠암동 야외무대에서 열 예정이었으나, 지난 5월 진주시는 야외무대 운영 및 관리 규정에 따라 무대 사용 승인을 취소했다. 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갈등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라고 장소 대여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남인수는 1942년 강남의 나팔수(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편곡), 그대와 나(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편곡), 병원선(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편곡), 1943년 이천오백만 감격(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편곡), 혈서지원(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편곡) 등 친일 군국가요를 불렀다.

또 1944년 9월 부민관에서 조선연극문화협회 주최로 열린 <성난 아세아(怒りの亞細亞)>에 출연했으며,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이에 대해 김영삼 남인수기념사업회 총괄본부장은 "진주시에서 보조금을 받아서 하는 게 아닌 남인수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 개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일행적에 대해 그는 "친일은 역사이지만, 노래는 예술로서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소 대여와 관련해 그는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남인수 #친일파 #남인수가요제 #민족문제연구소 #남인수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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