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수년째 같은 외침... "수족관은 고래 감옥이다"

돌고래 감금과 전시 10년째... 롯데 아쿠아리움 규탄 기자회견 연 시민단체들

등록 2023.10.26 09:48수정 2023.10.26 09:48
0
원고료로 응원
a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있는 롯데월드몰 앞에서 벨라 방류를 외치는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있는 롯데월드몰 앞에서 벨라 방류를 외치는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들 ⓒ 시셰퍼드 코리아

 
10월 2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앞에서 시셰퍼드코리아는 동물권행동 카라, 새벽이생추어리,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 4개 환경·동물권 단체와 함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마지막 남은 흰고래 벨루가 '벨라' 방류 절차 돌입 방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4년 전의 그날에도, 이날도, 외치는 말은 결국 단 한 마디다. "돌고래가 살던 그곳으로, 돌고래를 다시 돌려보내라."

애초에 불리지 말았어야 그 이름 

벨라, 아니 애초에 그 어떠한 이름도 붙지 않았으면 좋았을 그 흰돌고래는 2012년까지만 해도 러시아 지역 북극해를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었을 것이다. 벨루가는 매우 사교적인 성격으로 약 10마리가 함께 무리 지어 다닌다. 그와 함께 헤엄치던 친구들은 '벨라'가 러시아 틴로(TINRO) 연구소를 거쳐 국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좁디좁은 유리창 안에 갇혀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죽을 날만을 기다린다'는 것이 마냥 비유적인 표현은 아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2013년부터 총 3명의 벨루가를 감금했는데, 그중 '벨로'는 추정나이 5살, '벨리'는 12살의 나이에 자신이 살던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내 사망했다. 두 명이 죽고 나서야 남은 한 마리 '벨라'의 방류를 약속했던 롯데는, 그로부터 무려 4년이 지난 이후에도 벨라를 유리 수조 안에 홀로 살도록 가둬두고 있다. 10마리의 친구들과 함께 바다를 누비곤 했던 벨라는 꼬박 4년 동안 혼자, 유리 수조 속에 방치돼 있었다.

롯데월드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a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벨루가 '벨라' 방류 약속을 이행하라!" ⓒ 시셰퍼드 코리아

 
롯데월드는 2019년 벨라 방류 약속을 발표한 뒤,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 생츄어리와 벨라 이송 계획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그 이후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실상 어떠한 적극적인 이행도 하지 않았다는 게 시셰퍼드코리아를 비롯한 단체들의 주장이다. 진전이 없을 뿐 아니라, 벨루가 전시는 쭉 이어져 왔다. 벨라는 여전히 과도한 인공조명과 음악 아래에서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어야 했다. 

최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은 벨루가관 옆에 "현재 벨루가는 새로운 바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안내문을 내붙였다. 롯데가 벨라를 이송할 의지가 있었다면, 수조에 익숙해진 벨라가 생츄어리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전시를 이어가며 작은 종잇조각을 내걸게 아니라 말이다.

지금이라도 롯데는 해외 생츄어리로 벨라를 이송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한편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10월 12일,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윤미향 의원과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이 벨루가 방류와 관련하여 질의하자 "2026년까지 방류하겠지만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답을 내놨다. 모호하고도 의지 없는 답변이다. 


"방류하면 죽지 않나요?"

혹자는 아쿠아리움에 갇혀 있던 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간 후 이른 시일 내에 죽게 되었다는 기사를 인용하며, 방류를 재고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누구를 위한 주장인가? 이는 진정으로, 드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다 유리통에 갇힌 동물을 위하는 주장인가? 

동물을 감금하고 전시하여 돈을 버는 롯데와 같은 아쿠아리움 입장에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의견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의 비극적인 죽음은 돌고래 방류를 주저하는 해명이나 근거로 쓰일 순 없다. 오히려 진심 어린 추모와 함께,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아쿠아리움 폐지, 불법 운영 적발, 방류를 위한 적응과 훈련 법제화의 근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만 좀 해라'. 롯데의 무책임함과 기만적인 태도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대립과 갈등이 권태로운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사치다. 몇 해 동안 롯데타워 앞에서 똑같은 외침을 반복하고 있는 동안에도 벨라 입장에서는 10년 동안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째 계속된 감금의 지옥을 바라보며, 권태로움과 피로함, 그 손쉽고 태평한 감정에 머문다면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감금된 벨라가 자신이 온 곳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헤엄칠 때까지, 롯데가 2019년 내세운 약속을 지킬 때까지 시셰퍼드 코리아는 계속 분노하고 규탄하며 지치지 않고 목소리 낼 것이다. 

다시는 그 어떤 돌고래도 벨로, 벨리, 벨라,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비봉이, 태산이... 그 어떠한 이름도 지니지 않은 채 자연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갇혀 있는 마지막 흰돌고래 벨라가 자신이 살던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셰퍼드 코리아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에 즉각적인 전시 중단과 진정성 있는 벨루가 방류 절차 돌입 등 방류 약속 이행을 촉구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벨루가 #시셰퍼드코리아 #환경단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