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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임금 차등' 언급한 윤 대통령, 외신이 주목한 다른 이야기

미국 LA 타임스, 한국의 높은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률에 대해 심층보도

등록 2023.11.01 16:12수정 2023.11.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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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의 최저임금 차등 지급을 얘기한 날, 외신은 한국의 높은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률을 주목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노동 위기에 직면한 한국은 이주민에게 눈을 돌린다. 왜 그들은 일하다가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은가"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보도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의 최저임금 차등 지급을 얘기한 날, 외신은 한국의 높은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률을 주목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노동 위기에 직면한 한국은 이주민에게 눈을 돌린다. 왜 그들은 일하다가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은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LA 타임스>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아짓 로이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로이씨는 2021년에 한국의 한 농기계 공장에 입사해 주 6일, 하루 12시간씩 금속 실린더 선반 앞에 서서 페인트 희석제로 표면의 기름기를 제거하고 휴대용 그라인더로 광택을 내는 작업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이씨는 호흡 곤란을 겪게 되었고, 근무한 지 9개월이 지나자 숨을 헐떡이며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로이씨는 산업오염물질 노출과 연관된 난치성 질환인 간질성 폐질환 진단을 받았고 CT 스캔 결과 폐에 심한 흉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더라도... " 외신이 보도한 이주노동자의 절규

관리자에게 호흡보호구를 요청했으나 대신 천 마스크를 받았다는 게 로이씨가 매체를 통해 전한 주장이다. 로이씨는 호흡 곤란으로 인해 병가를 신청했지만 관리자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로이씨는 방글라데시 대사관의 도움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이에 로이씨가 일했던 업체는 근로복지공단에 모든 노동자에게 산업용 호흡보호구를 지급했고 로이씨의 질병은 "개인적인 건강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LA 타임스>는 로이씨에 관한 논평 요청에 업체 관리자가 답변을 거부한 채 "우리의 유일한 입장은 근로복지공단의 조속한 해결을 기대한다는 것"이라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로이씨는 경기도 포천 이주노동자센터를 운영하는 김달성 목사를 통해 직업병 전문의인 김현주 노동건강 정책포럼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매체에 따르면, 김현주 대표의 도움으로 로이씨의 폐 조직에서 나온 분말과 산업용 집진기의 분말 모두에서 폐 흉터와 관련된 발암 물질인 실리카 먼지가 포함됐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로이씨의 주장이 근로복지공단에 기각된다면 그는 방글라데시로 소환된다. 로이씨는 <LA 타임스>에 "죽더라도 상대적으로 편안한 한국에서 죽고 싶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 안전한 노동 조건 보장 못해"

<LA 타임스>는 "수십 년 동안 한국은 많은 이민자들의 입국을 거부했지만, 세계 최악의 인구 붕괴로 인해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며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2021년 제조 인력의 약 9%를 차지했지만 작업 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 184명 중 약 18%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체는 현재 한국의 이주노동자 제도인 고용허가제에 대해 "채용을 늘리면서 안전한 노동 조건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고용주에게 부여하는 권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로 인해 이민자들이 다른 직업을 찾거나 위험한 노동 조건에 항의하는 것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산업연수생을 2004년 진보 정권이 고용허가제로 대체했다며 "새로운 프로그램은 이민자들에게 노동법에 따라 동등한 보호를 제공했지만 이러한 개혁 정신은 노동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고용주의 필요를 우선시하는 보수 정권에 의해 곧 무색해졌다"고 설명했다.

<LA 타임스>는 "가장 큰 변화는 최초 고용계약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린 것이다. 이는 고용주가 노동자를 더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이민자가 비자가 묶여 있는 직장에서 이동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매체는 "초기 고용허가제의 범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고 손상됐다"는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차관이었던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한국 사회 근간의 문제라는 외신의 일갈

또한 <LA 타임스>는 지난 2020년 12월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사례를 언급하며 "속헹씨의 죽음이 순전히 우연에 의해 밝혀진 것처럼 상당수의 이주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조용히 죽어가고 있으며, 그들의 사망 원인은 단순히 '불명'으로 표시되어 있다고 믿는다"는 최정규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했다.

매체는 "정부 데이터는 최 변호사의 이러한 의혹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 준다"며 "2021년 한국인 직업병 사망자 1942명 중 63%가 업무상 질병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에 138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그 수치는 20%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러한 격차는 부분적으로 관료적 장애물과 비협조적인 고용주 때문에 이주노동자들 사이의 질병이 크게 과소 보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결론지었다"고 보도했다.

<LA 타임스>는 "로이씨 같은 이주노동자의 운명은 단순한 인도주의적 문제 그 이상"이라며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인구절벽을 겪고 있고, 한국도 앞으로 이주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 그들과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매체는 "노동자들이 이런 식으로 죽어간다는 소문이 나면 아무도 한국에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개별 고용주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문제다"라는 김달성 목사의 발언을 인용했다.

매체는 "(한국의) 이주노동자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한국의 저출산에 대해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이자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생산연령 인구는 현재 36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2400만 명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하고 기사를 끝맺었다.
#이주노동자 #LA타임스 #고용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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