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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도 안했는데 "기각할 것" 공언한 인권위원... 노조는 기피신청

[현장] 한국옵티칼 노조, 이충상 상임위원 대상 기피신청 제출... 인권위 진정은 비공개가 원칙

등록 2023.11.06 15:35수정 2023.11.0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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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회장과 인권운동 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가 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단수조치 진정사건'에 대해 이충상 인권위원의 기피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 노조가 낸 단수 조치 진정사건을 "기각하겠다"고 공개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해당 진정이 인권위 조사를 거친 후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노조는 강력 반발하며 이 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냈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조사·조정·심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며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공개할 수 있다.

인권위 심의도 안 했는데 "구미사건 기각할 것"

노조에 따르면 이충상 상임위원은 지난달 30일 전원위원회에서 "구미사건(한국옵티칼 단수 진정 사건)은 기각할 거다. 불쌍한 근로자들을 위해서"라고 발언했다.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13명은 올해 초부터 공장 안에 천막을 치고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농성을 해왔다. 지난 9월 8일부터 사측이 단수 조치에 들어가자 노조는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추천으로 임명된 이 위원은 해당 진정을 다루는 침해구제2소위원회 위원장이다.

일본 외국인투자기업 니토덴코가 지분 100%를 가진 한국옵티칼은 지난해 10월 4일 공장에 불이 나자 화재보상금 1300억 원을 받은 뒤 한 달 만에 회사를 청산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6일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회장과 명숙 인권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인권위 인권상담 조정센터 민원창구를 방문해 '한국옵티칼 단수조치 진정사건에 대한 이충상 위원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법 제38조 2항에 따르면 (인권)위원에게 심의 의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최 지회장은 "(농성 중인) 12명의 조합원 중 절반이 여성 노동자들인데 단수로 건강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며 "물을 아끼기 위해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고, 다른 곳에서 길러온 물을 사용하고 있다. 음용수는 별도로 구입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겪는 구체적 건강권·인격권의 침해를 모르면서 인권위원이라는 사람이 심의 전 기각을 운운했다. 공정하게 심의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는 하루 빨리 (사측의) 단수조치를 해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숙 활동가는 "안 그래도 힘든 농성에 단수까지 이뤄진 상황"이라며 "이런 어려움을 인권위가 조사하라는 요청인데 조사는커녕 오히려 노동자를 모욕했다. 기피신청이 수용되지 않으면 우리는 이를 계속 문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농성장에는 수돗물과 화장실 물 등 생활용수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상태이며 농성자들은 용변 해결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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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이 화재가 난 구미 소재 공장을 청산하자 해고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한국옵티칼은 지난 9월 8일 구미시 수도사업소에 요청해 단수 조치했다. ⓒ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기피신청서 제출 전 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노동자들이 2개월째 단수로 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음에도 인권위는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단수 조치가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을 어떻게 침해하는지 밝히려는 차원에서 긴급구제 신청을 인권침해 진정사건으로 전환해 신청했으나 이 상임위원은 '기각'을 공언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 여당 추천 인사인 이 위원은 인권감수성과 전문성을 겸비하지 못한 언동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발생한 참사"라고 하거나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 결정문 초안의 반대 소수의견을 게재하는 과정에서 항문성교와 남성 동성애자를 언급하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 "한국옵티칼 진정, 심의 앞둔 상태" "비공개 원칙"

인권위 관계자는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옵티칼 단수조치 진정사건은 현재 조사가 거의 다 끝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로 알고 있다"며 "보고서 작성이 끝나면 침해구제2소위원회로 넘어가 심의가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진정사건은 비공개 원칙"이라며 "이 원칙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사측, 조합원 10명에 각각 4천만원 총 4억원 '가압류'

최 지회장은 기피신청서 제출 후 <오마이뉴스>에 "(사측이) 12명의 조합원 중 10명에 대해 한 사람당 4천만 원씩 가압류를 걸었다"며 "농성으로 힘든 상황에서 (사측은) 조합원들의 전세자금 대출과 부동산에 총 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걸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회사 측은 노동자들에 보낸 내용증명에서 "(공장) 철거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회사가 산업단지공단에 추가 납부해야 할 토지 사용료(1일 140만원, 월 4200만원)와 지체보상금(1일 약570만원)을 합산해 금액 전부 손배를 청구하고 가압류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지회장은 "조합원들은 가압류가 들어온 걸 모르고 있다가 집주인에게 연락을 받고 알게됐다"며 "고용을 승계해달라는 요구에 사측은 생계위협으로 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수 #한국옵티칼 #이충상 #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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