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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대변자'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의 우려스러운 판결들

박근혜, 블랙리스트, 군 불온서적,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 등 소수자 보호와 거리 멀어

등록 2023.11.08 17:01수정 2023.11.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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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을 지명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선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3.11.8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에 조희대 전 대법관(66. 사법연수원 13기)을 지명했다. 이균용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부결된 지 33일 만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발표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 왔다"라며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끌어 나감으로써 사법 신뢰를 신속히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희대 판사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 대통령 지명으로 대법관에 지명되었다. 조 전 대법관은 당시 '미스터 소수 의견'으로 불릴 만큼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것으로 유명하다. "보수의 대변자"라 불릴 만큼 주요 판결 때마다 소수 의견에 섰다는 기사가 있을 정도였다(중앙일보 2020.3.4.자).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대표적인 소수의견이었다. 조 전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어떠한 뇌물도 요구하지 않았고 이익을 취했다고 드러난 것이 없다"며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 필요성을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 수사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예방했다. 특히나 대법원장 후보 지명 하루 전 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대법관의 대법원장 임명, 그것 자체로 윤석열 정부의 박 전 대통령 탄핵 지우기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소수자 권리 보호에 앞장? 과거 행적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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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조희대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 대통령실 제공

 

그러나 정작 조 후보자에 대해 우려하는 점은 다른 데에 있다.


먼저 이전 대법관 시절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파기 환송 판결이 있다. 당시 대법원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한 <백년전쟁>에 제재를 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조 후보는 반대 의견을 밝히며 '개인의 인격을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이 방송이 공동체의 선에 무슨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근 불거진 윤석열 정부의 방송을 바라보는 시선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적지 않다.

또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전원합의체(2018년 11월)에서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라며 "병역 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이 존재하는지 심사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제기하기도 해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보수적 견해를 드러냈다.

과거 인천·부천 민주노동자회(인노회) 사건과의 악연도 빼놓을 수 없다. 인노회 사건은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국 김순호 국장의 프락치 논란이 있던 사건이었다(관련기사: '노동운동→잠적→대공특채'... 김순호 경찰국장 과거 논란 https://omn.kr/205oo).

당시 검찰은 1988년 11월 인노회 사건 피의자 5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서울형사지법 백영협 판사는 '인노회는 이적단체가 아니라, 노동운동을 목적으로 한 단체'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검찰은 몇 달 뒤인 1989년 2월 16일 당시 영장 담당 판사 조 후보에게 구속 영장을 신청해 영장을 받아냈다. 당시 이를 보도하던 한 신문은 검찰이 "TK 출신인 조 판사가 당직인 날, 구속영장을 청구해 날치기로 받아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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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노회' 사건 등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관여했던 주요 사건 ⓒ 평화박물관

 

당시 조 후보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소정의 제1항 및 제2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의 구성이라 함은 그 구성원들이 하고자 하는 행위가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그와 같은 행위를 하기 위하여 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인노회 피해자의 재심 재판부는 이러한 조 후보의 판단과 다른 판결을 선고했다. 2020년 대법원은 인노회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해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의 실현을 진정한 목적으로 하는 단체인지에 대해 "인천·부천 지역 노동자들의 경제적·정치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대중적 노동단체"라고 판결하여 이를 확정했다. 즉, 인노회가 이적단체가 아님을 최종 확인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2020년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무죄 취지의 소수 의견을 낸 바 있으며, 2018년 3월 불온서적 소지로 인한 징계 건에 대해 육군 법무관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도 '군기문란을 초래하고 국가안전보장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상품 자체가 파손된 택배 받은 것 같다' 한탄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의 낙마 후임으로 지명된 조 후보의 과거 판결은 대통령실이 밝힌 것과 같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 왔다'고 하기에는 편향됐다. 사법부의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 '원칙과 정의'에 기반한 사법부를 이끌기 위한 수장으로서 흠결이 적지 않아 보인다.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냉전 이념으로 인한 갈등, 공정한 방송과 관련한 논란,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원칙과 정의에 맞게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국가보안법 등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를 바라보는 조 후보자의 인식은 원칙과 정의에 부합한 공정한 시선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칫 양심보다 국익에 앞선 시선으로 국가폭력 피해자를 바라보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

'포장재가 파손된 택배'를 반품했더니 '상품 자체가 파손된 택배'를 받은 것 같다는 어느 변호인의 한탄이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말로 들린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소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 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파이팅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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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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