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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차 편의점 알바의 토로 "긴급신고 버튼? 손님이 때려도 못 누른다"

[현장 취재] 매년 1만 5천여건 범죄 발생에도 안전대책 미비..."팔찌-휴대용 비상벨 등 필요"

등록 2023.11.17 11:56수정 2023.11.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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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 ⓒ 박수림

 
"한 번은 손님들끼리 시비가 붙어서 경찰을 불렀는데 (경찰서로 연행됐던 손님이) 며칠 뒤에 저를 다시 찾아와서 '네가 신고했냐?', '왜 신고했냐?'면서 보복성으로 위협을 가했다." - 최아무개(24·남성)

"야간에 편의점 일을 하다 보면 위험한 상황이 있다. 이상한 손님들이 때리려고 할 때 자극이 될 만한 행동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하는 입장에서는 (카운터에 있는 긴급 신고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다." -김아무개(40·남성)


최근 경남 진주시의 편의점에서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머리카락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20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일이 알려지자, 편의점 근무자들은 "무섭다", "걱정된다"는 반응과 함께 "현재 일부 편의점에 도입된 신고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갖 어이없는 이유로 폭언 당해... "나에겐 그럴 일이 없기를"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일대 편의점 20곳을 방문했다. '2023 대한민국 사회안전지수' 통계에 따르면 영등포구의 치안 점수는 46.74점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일주일에 두 번씩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편의점 근무를 한다는 강아무개(47·여성)씨는 "편의점 직원 폭행 소식을 들으면 무섭고 나도 그런 일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나에게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야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문래동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50대 여성 박아무개씨도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을 보고 누구나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몇몇 알바들은 과거에 겪은 폭언을 떠올리기도 했다. 야간에 근무하는 한아무개(28)씨는 "진주 사건은 폭행 이유가 어이없었는데, 우리 편의점에도 봉툿값이 비싸다고 트집을 잡거나 택배 규격이 안 맞는다는 안내를 했는데 위협적으로 나오는 손님들이 있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지난 2020~2021년에 편의점 알바를 했다는 대학생 최아무개(24·남성)씨도 "한 손님이 담배를 피우면서 매장에 들어오길래 '피우시면 안 된다' 말했더니 '너 죽고 싶냐?'는 등의 언어폭력을 당했다. '카드를 카드단말기에 꽂아달라'고 하면 카드를 던지고 반말 하는 손님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경찰청 '범죄 발생 장소' 통계에 따르면 편의점 범죄 건수는 ▲ 2018년 1만 3548건 ▲ 2019년 1만 4355건 ▲ 2020년 1만 4697건 ▲ 2021년 1만 5489건이었고, 2021년에는 상해·폭행·협박 등 폭력 범죄가 2071건을 기록했다.


"긴급신고 버튼 무용지물... 휴대용 비상벨, 문 열림 센서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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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 카운터에 설치된 긴급 신고 버튼. ⓒ 박수림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은 14일 <오마이뉴스>에 "전국 모든 지점 포스기에 긴급신고 버튼이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긴급신고 버튼을 3초 정도 누르면 별도의 소리 없이 112상황실로 신고가 자동 접수되고, 인근 지구대 경찰관이 긴급 출동한다. 하지만 다수의 편의점 근무자들은 긴급신고 버튼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편의점 일을 한 지 13년이 됐다는 김아무개(40·남성)씨는 "야간에 일을 하면 위험한 상황이 많은데 (술에 취하거나 화가 난 손님을 대상으로) 신고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자극이 될까봐 한번도 긴급신고 버튼을 눌러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교육을 받을 때도 강도가 온다고 해도 즉시 반응하지 말고, 가고 난 다음에 신고하라고 해서, 일하는 입장에서 (긴급신고를) 누르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편의점 근무자들은 좀더 실효성 있는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20대 최아무개씨는 "편의점 비상벨은 손으로 포스기(계산기)에 달린 긴급신고 버튼을 누르거나 카운터 아래 설치된 풋SOS를 발로 밟는 방식인데, 이미 (신고버튼의 위치를)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면서 "휴대할 수 있는 비상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경찰이 올 때까지 손님과 대화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5년 동안 편의점 근무를 했다는 40대 여성 박아무개씨도 "편의점 근무자들이 착용할 수 있는 팔찌 같은 게 있다면 (카운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물품 등을 진열하고 있을 때 문제가 생기면 경찰에 바로 신고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한아무개(28)씨는 "우리 편의점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설치해 사용하고 있는 '문 열림 센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열림 센서는 손님이 편의점 문을 열면 위에 달린 센서가 출입을 감지해 편의점 안쪽 창고에서 음원이 출력되는 식이다. 한씨는 "알바가 창고에 있거나 진열 업무를 할 때 손님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고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센서를 설치하면 노랫소리를 듣고 카운터로 바로 이동할 수 있어서 대처가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구교현 알바연대 대표는 "편의점 내 폭행은 굉장히 오랜 시간 반복된 일"이라면서 "아직도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해 편의점 본사와 점주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편의점 #진주폭행 #숏컷 #편의점폭행 #비상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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