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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몸낮춘 비대위 "정의당이 많이 잘못했다"

김준우 위원장 취임 기자회견 "위기 사실... 더 많은 사랑받기 위해 작은 기득권도 내려놓을 것"

등록 2023.11.15 11:48수정 2023.11.1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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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5일 오후 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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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신임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 정의당 제공


"정의당의 위기가 사실이고, 저희가 많이 잘못한 것 같다. (내년 총선에서) 교섭단체가 되겠다, (정당득표율) 두 자리 수가 되겠다, 그런 입에 발린 말을 할 처지가 아니다."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재진에게 토로했다. 그는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83% 득표'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이정미 지도부가 내년 총선을 위해 녹색당 등 진보세력들과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겠다며 물러난 뒤 들어선 비대위를 이끌 책임을 도맡았다. 하지만 정의당은 현재 '존재감'부터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정의당이 바뀌고 나아가야 할 점은 너무 많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럼에도 '5대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첫 번째 과제는 '정의당 기득권 내려놓기'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의당은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갖고 있는 '작은 기득권'마저 내려놓으려고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의당 이름을 내려놓고 당명 개정도 마다하지 않겠다. 의석이 줄어들더라도 비례명부 상위 순번을 과감히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대한민국의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중도정당을 표방하던 민주당이 진보정당을 자처한 것은 진보정당주의자들의 노선이 틀리지 않았던 증거이기도 하다"고 발언했다. 이어 "20세기 유럽 복지국가 모델을 따라하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새로운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복합처방전'을 만드는 기획자가 되겠다"며 "진보정당의 역량을 다시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당의 진로, 비전 등을 정립해나가는 과정에서 "정의당의 미래를 당원들과 아울러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혁신의 진로, 선거연합의 범위와 방식은 물론 현재 본인과 정재민 집행위원장, 배진교 의원, 김종대 전 의원 등 먼저 선임된 비대위원 6명 외에 노동계 여성리더 가운데 추가 위원을 정하는 것 또한 당내 의견 수렴을 기반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을을 위한 정당'을 강조하며 노란봉투법, 차별금지법, 정치자금법 등 입법과제를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더 많은 애정 어린 질책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이 많이 실망시켜드렸다. 사실이다. 그러나 정의당의 위기를 누군가의 개인적 책임으로만 돌리고 싶지 않다"며 "분명히 정의당은 어딘가 많이 부족했지만 저처럼 평당원으로만 있던, 응원석에만 있던 '우리'도 같이 정의당의 미래를 책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정의당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우리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사랑하는, 유일하진 않겠지만, 참 유효한 한 방식"이라고 호소했다.

"선거연합정당은 꼼수 아냐"... 금태섭-이준석에는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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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정재민 비대위 집행위원장(왼쪽)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정의당 제공

 
이후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선거연합정당과 비례위성정당은 다르다'고 부연했다. 그는 "비례위성정당은 의석을 더 얻기 위한 것이고, 비례목적형 정당인데 저희는 지역구와 비례 두 개가 하나의 이름으로 간다"며 "저희 의석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그러니까 정의당에 들어와서 당명을 개정하는 방식, 그리고 외부 선거연합세력이 공동대표를 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영국에도 '협동당(Co-operative Party)'이 노동당(Labour Party)과 선거를 같이 치른다(영국은 이중당적을 허용하기 때문에 두 정당에 동시에 소속된 정치인도 있고, 두 정당이 자매결연 상태라 선거는 한 개의 정당처럼 치른다. – 기자 주). 프랑스도 있다"고도 소개했다. 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거연합정당이 가능하도록 정당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사실도 꺼내며 "정의당의 꼼수, 이렇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연대세력의 기준도 대략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회견문에서 "능력주의와 공정담론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폭력과 불평등 해소"를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준석 신당과는 선을 긋는 것인가'란 질문이 나오자 "이준석 전 대표가 개혁적 보수신당으로 잘 가길 빌겠다. 지난 총선 직전에도 새로운보수당으로 가다가 합당했다"며 "완주할지, 안 할지 모르는데 보수정당이랑 같이 연합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 같은 경우는 당내에서 고민하는 분도 계시다"며 "그와 관련해선 열어놓고 갈 수 있다"고 얘기했다. 다만 "현재 (새로운선택의) 강령을 확인할 길이 없어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노란봉투법, 방송법에 찬성하냐 반대하냐.' 구체적인 현안에서 출발했을 때 노란봉투법 반대세력과 연합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정책적 교집합이 확인돼야 한다. 너무 너르게 가는 것은 너무 정략적이다"라고 못박았다.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 #선거연합정당 #2024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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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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