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활동, 한노보연과 이어가고파"

[기획] 한노보연, 20년간의 동지들을 만나다 ③-3 강한수 전국건설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등록 2023.11.22 15:56수정 2023.11.2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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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아래 '한노보연')는 여러 투쟁 현장, 노동조합과 연대 활동을 펼쳐왔고, 많은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와 만나왔다. 그중 건설현장의 안전과 관련해 <일터>에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분이 있다. 바로 강한수 전국건설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다. 그는 오늘도 건설 현장의 안전을 고민하고 건설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9월 8일 대림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강한수 수석부위원장을 만나, 그간 함께 한 시간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산재사망 사건에 대응하며 현장을 바꿔온 건설노조

- 오랫동안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오셨는데요. 한노보연을 만나기까지 동지에게 어떤 여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처음 노조 활동을 시작했을 때가 1990년대 후반이에요. 제가 속한 토목건축분과위원회를 돌아보면, 1997년과 1998년도가 건설노조 운동의 기점 중 하나였어요.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건설 노동자들이 실업 운동을 한창 전개했었지요. 당시 건설 현장이 많이 멈췄어요. 일자리가 위협받으면서 정부나 민간에 일자리 마련 대책을 내놓으라는 투쟁을 했어요. 그러다 2002년부터 건설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조직 활동을 펼쳤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원청과 협상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들 싸웠죠. 현장을 조직할 때면 언제나 공사 현장의 위험이 중요한 사안으로 제기되었던 거 같아요."

-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끼셨는지요?

"산재사망사고 중 다수는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잖아요. 아무래도 사망 사고가 많다보니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어요. 굵직한 사건들이 몇 개 떠오르네요. 2004년 부산 해운대에서 포스코건설이 짓던 더샵 센텀파크 공사현장에서 3명이 엘리베이터 거푸집 작업을 하다 34층에서 추락해서 사망한 사고가 있었어요. 그 현장 조합원들한테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달려갔는데 현장이 너무 조용하더라고요. 노동부랑 119, 기자들 등 연락을 해봤는데 도착한 지 1시간이 넘어서야 앰뷸런스도 오고 기자들 오고 그랬어요. 그래도 현장에는 들어가지 못했어요. 막 항의한 뒤에야 겨우 몇 명이 들어갔죠.

이후 한 달 가까이 사고 원인 규명하라고 투쟁했던 거 같아요. 현장에 일하던 2천 명 넘는 인원들 대상으로 유인물도 배포하고요. 그러다 조합원들이 부당하게 해고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언론에 보도되고 노동청에서 특별근로감독 나왔죠. 당시 인근 현장까지 이틀 동안 공사 멈춰놓고 노동부와 노조랑 같이 현장 감독 돌았어요. 2010년에는 부산 화명동 롯데캐슬 건설현장 매몰 사고로 펌프카 기사 1명이 사망했지요. 2018년 부산 엘시티에서 안전 작업 발판을 올리다 해당 구조물이 추락하면서 4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어요. 그런 사고들을 겪으면서 건설현장을 안전하게 바꿔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되었죠. 노조에서도 2018~2019년 산안법 개정 투쟁에, 2020년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참사를 전후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랑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투쟁을 열심히 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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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건설노동조합 강한수 수석부위원장 ⓒ 한국노

 
다양한 자리에서 함께해온 한노보연


- 2019년 <일터> 6월호 특집에서 엘시티 건으로 인터뷰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그러면, 한노보연과는 어떻게 만나셨는지요?

"2010년인가 2011년에 부산-영남권에서 활동 중인 노동안전보건단체, 민주노총 소속 단위들이 연석회의 형태로 모인 적이 있어요. 저도 2년 정도 결합했던 거 같아요. 그때 이숙견 활동가를 만났었죠. 그게 인연의 시작이겠네요. 2018년에 건설노조에서 형틀목수 노동강도평가를 시행했는데, 거기에 한노보연 활동가들이 함께 했어요. 당시 저는 부산에서 본층 알폼 현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었는데요. 본층 알폼의 현장 측정을 위해 최민, 이나래 동지가 결합하면서 함께 활동했습니다."

- 이후 건설노조와 한노보연의 연대 활동에 대해 더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토목분과위원장에 당선되면서 2019년부터 서울로 올라왔고 본조에서 활동하면서 노안위원장도 겸하게 됐어요. 연대 활동이 이뤄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조에서도 노동안전 사업이 점차 활발해지던 시기였다는 점 같아요. 2018년 전후로 노조 조직률이 점차 올라가면서 산재 상담도 늘고 사례도 쌓이고, 실질적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개선안도 마련해보자는 요구가 늘어났죠. 사고 뒷수습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체계를 갖추고 현장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형성되었어요. 그게 큰 동력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9년부터 노동안전보건실도 만들고 노조 중앙에 노동안전 담당자도 세우고, 나아가 지역마다 노안 담당자를 만들거나 회의를 정기적으로 해보려 노력했어요. 쉽지 않았지만 한노보연과 활동가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18년 이후 한노보연과 건설현장 연구사업을 여러 차례 추진했어요. 배전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 타워크레인 조종사 실태조사나 본층 알폼 노동강도평가 등이 있었네요. 교육 사업에도 함께 해주셨고요."

- <일터> 외에도 현장 상황이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는 작업도 있었죠. 앞으로 한노보연과 함께 하고픈 과제는 무엇인가요?

"맞네요. 그런데 지난 연구 결과를 아직 100% 의미 있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워요. 저는 건설현장이 안전해지려면 가장 근본적인 과제가 공사기간 단축 문제를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걸 바꾸려면 공사 비용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죠. 그래서 공기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할 방법을 찾고,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문제도 바꾸고, 노동 강도를 낮추고 안전하게 일할 방법을 찾고 싶어요. 장기적인 과제겠죠. 그때까지 한노보연도 함께 해주시면 좋겠네요!"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가끔은(?) 한노보연에서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는 제안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좀 부족하게 하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계속 질책도 하고 응원도 하면서 함께 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참 노조 내에서도 노안 활동하면서 우리가 과로하지 말자는 말을 하곤 해요. 항상 자신을 돌보면서 투쟁합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렇게 함께 가보자고요. 덧붙여, 볼 때마다 술 한 잔 같이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큰데, 다음에는 꼭 한잔 합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활동하는 박기형, 성상민 님께서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일터> 10, 11월 합본호에도 실립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건설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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