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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부는 극우 바람... 네덜란드 총선서 자유당 1위

'반이민' 구호로 내걸어... EU 탈퇴, 우크라 지원 철회 등도 주장

등록 2023.11.24 10:48수정 2023.11.2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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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3일 네덜란드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유당의 게르트 빌더르스 대표. ⓒ EPA=연합뉴스

 
네덜란드 총선에서 '반이슬람'과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제1당 자리에 올랐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각) 치러진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개표가 93% 이상 진행된 가운데 자유당(PVV)은 하원 총 150석 중 37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유당의 현 의석수인 17석의 2배 이상으로 2위인 녹색당·노동당 연합의 25석과도 차이가 크다.

반이슬람·반이민 성향... EU 탈퇴-우크라이나 지원 철회 주장하기도

'네덜란드의 도널드 트럼프'라 불리는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는 1위가 예상된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지지자들 앞에서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에게 돌아갈 것이고, 망명 쓰나미와 이민은 억제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BBC는 이 발언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나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인이 먼저"라는 문구를 떠오르게 한다고 덧붙였다.

빌더르스 대표는 무슬림 이민을 테러리즘과 연관 짓고 모스크와 코란 금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2004년 자유당을 설립하고 대표 자리에 오른 그는 이런 도발적인 발언들로 인해 20년 간 경찰의 보호를 받는 신세라고 BBC는 전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2014년 집회에서 모로코계 이민자를 더 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구호를 주도해 모로코계 시민들을 모욕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법적 다툼 결과 무죄로 풀려났다. 2017년 총선 당시에는 일부 모로코계 시민들을 향해 "쓰레기"라고 비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BBC는 이번 총선에서 자유당과 빌더르스 대표의 승리 원인은 온건화에 있다고 설명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자유당이 주류 유권자들로부터 더 호감을 받기 위해 코란, 이슬람 학교, 모스크를 금지하는 당의 공약을 폐기했고 선거가 다가올수록 반이슬람 주장보다 이민 제한, 네덜란드 주택 위기 해결, 의료 서비스 개선에 중점을 두고 캠페인을 벌였다.

BBC는 자유당 이외에도 주류 정당들이 이민 문제를 선거의 핵심으로 꼽았다면서 "이로 인해 많은 네덜란드 유권자들이 '원조'에게 투표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정치권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큰 목소리로 이민에 대한 캠페인을 벌여온 사람은 단연 빌더르스 대표"라고 분석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네덜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이를 국민투표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해서도 '집권한다면 지난 8월 결정한 F-16 전투기 지원을 철회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극우정당 1위 소식에 유럽 극우 정치가들 한목소리로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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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유당의 승리에 유럽 전역의 극우주의 정치인들은 축하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다. 빌더르스 대표와 마찬가지로 반이민과 반EU를 표방하는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자유당을 축하했다. ⓒ Orban Viktor Twitter

 
한편, 자유당의 네덜란드 총선 승리에 유럽 전역의 극우주의 정치인들은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빌더르스 대표와 마찬가지로 반이민과 반EU를 표방하는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축하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리 르펜 대표 또한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데 대한 국민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 이번 선거에서 빌더르스 대표와 자유당이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이탈리아는 EU의 노예가 아니라고 얘기해 온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도 "자유당의 리더이자 역사적 동맹, 그리고 친구인 빌더르스 대표에게 특별한 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한다"며 "이제 새로운 유럽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이웃국가인 벨기에의 극우성향 플랑드르 민족주의 정당 지도자인 톰 반 그리켄 대표 역시 "사람들이 진정한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 같은 정당이 유럽 전역에서 등장하고 있다"고 봤다.

BBC는 "프랑스에서는 국민연합이 의회 선거에서 강력한 활약을 펼쳤고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은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때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인민당도 다시 한번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이들 정당은 반이민 입장을 크고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며 유럽 전역의 극우주의 물결을 주목했다.
#네덜란드 #자유당 #헤이르트빌더르스 #극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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