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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 범인이 무슬림 이민자" 헛소문에 반이민 폭력 사태

흥분한 군중 상점 파괴... 아일랜드 경찰 시위대 34명 체포 "미치광이 훌리건 세력"

등록 2023.11.25 12:07수정 2023.11.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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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이 범인이 무슬림 이주민이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반이민 폭력 시위로까지 번졌다. ⓒ BBC 보도 갈무리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이 범인이 무슬림 이주민이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반이민 폭력 시위로까지 번졌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3일(현지 시각) 오후 1시 30분, 더블린의 한 초등학교에서 나오던 5살 남아와 5살, 6살 여아 두 명 그리고 30대 여성과 50대 남성이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일랜드 경찰은 여성과 5살 여아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나머지는 비교적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며 중상을 입은 두 사람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30대 여성은 아동들이 다니는 보육원의 직원으로 알려졌다.

흉기를 휘두른 범인은 현장에서 시민들에 의해 진압됐다. 당시 현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배달 기사가 헬멧으로 범인의 머리를 타격해 범인이 쓰러지자 다른 시민들이 그를 제압했다. 범인은 20년 이상 아일랜드 시민으로 거주한 남성으로 알려졌다.

배달일을 하던 중 현장을 목격해 범인을 진압한 브라질 출신의 카이오 베니치오씨는 BBC에 "난 두 아이를 둔 아빠이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있었다"며 "단지 피해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도할 뿐"이라 말했다.

"범인은 무슬림 이민자" 루머에 500명 반이민 폭력 시위 뛰쳐 나와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흥분한 군중이 도심으로 뛰쳐나왔다. 칼부림 사건 이후 왓츠앱, 텔레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범인이 무슬림 이민자라는 소문이 퍼졌고 극우 선동가들은 범죄 현장에서 항의에 나섰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아일랜드인의 목숨은 중요하다"를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군용 차량 사진과 함께 시위 진압을 위해 더블린에 군대가 투입됐다는 가짜뉴스까지 퍼지면서 시위는 점차 격화됐다.

경찰이 진압을 시도하자 시위대는 경찰 차량 11대와 버스 3대와 트램 1대를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상점 13개가 심하게 파손되었고 더 많은 상점이 불타고 약탈당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나선 소방차 역시 시위대에 둘러싸여 공격을 받았고 경찰은 북아일랜드로부터 시위 진압을 위해 살수차 두 대를 요청했다. BBC는 살수차가 아일랜드에 배치된 건 지난 8년간 두 번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3시간이 넘는 계속된 폭력 사태는 자정이 다 돼서야 멈췄다. 경찰은 시위대 34명을 체포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총리 "아일랜드에 치욕... 애국심에서 나온 것 아니다" 비판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24일 기자회견에서 폭력 시위 참가자들이 500명에 달한다며 이들이 "아일랜드에 치욕을 가져왔다"면서 "그들은 아일랜드인을 지키거나 애국심에서 그런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한 바라드카 총리는 "다섯 살짜리 아이가 칼에 찔렸을 때 그들의 첫 반응은 우리 도시를 불태우고, 도시의 사업체를 공격하고, 경찰을 폭행하는 것이었다"며 "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해 법의 모든 자원을 사용하겠다"며 소셜 미디어 시대에 맞지 않는 현재의 증오 범죄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드류 해리스 아일랜드 경찰청장 또한 이번 폭력 시위를 "극우 이데올로기에 의해 주도된 미치광이 훌리건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해리스 청장은 칼부림 사건 이후 온라인에 유포된 허위 루머를 바탕으로 "증오적인 가정"이 이루어진 이후 "이례적인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해리스 청장은 "이것은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한 장면"이라며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진화되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시위대 대다수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젊은 층"이었다는 목격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해당 목격자는 "하지만 불안한 것은 그들을 부추기는 나이 든 세대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시위대의 배후가 있다고 증언했다.

BBC는 "현재 대부분의 민주주의 세계와는 달리 아일랜드는 지방의회든 국가 차원이든 극우주의자가 어떤 공직에도 선출된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 최근 정치인들과 경찰은 주택 부족, 생활비 위기, 망명 신청자 수 증가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려는 극우 활동가들의 위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 #극우주의 #반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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