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 강한 아이, 게임만 금지하면 될까

부모 권위 회복, 자녀 교육을 자신의 성장과 연결 시키기

등록 2023.11.30 11:04수정 2023.11.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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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참석한 A는 지치고 피곤한 얼굴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얼굴이 이러냐고 물으니 요즘 매일 집에 늦게 들어가서 피곤이 쌓여서 그렇단다.


사연인즉 초등 2학년인 A의 아들은 자주 학교에서 다툼을 일으켰다. A는 자주 선생님과 면담했으며 주의를 들어야 했다.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니 집에 돌아와 전자기기로 게임을 하는 동안에 폭력성이 더 심해졌고, 선생님도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처방했다. 그래서 A는 거의 매일 아이와 집 주변을 방황하듯 돌며 전자기기를 멀리하려 애쓰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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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elements.envato

 
날이 푸근하면 A는 아들이 학교 앞 태권도장에서 아들을 픽업해 집 인근 천변에서 산책한다고 했다. 활동이 많은 아이라 걸으면서 에너지를 좀 쓰고 나면 아들이 좋아하는 마카롱이 맛있는 카페에 데리고 가 간식을 먹이고, 추운 날은 바로 도서관으로 간다고 했다. 아들과 한바탕 오후를 씨름하고 집에 들어가면 저녁 먹고 일찍 재우니 좀 낫다고 했다. 

아들의 폭력성이 줄어들어 좋다면서도 A의 얼굴은 괜찮은 것 같지 않았다. 곧 소진될 것 같은 그녀를 보며 내심 걱정이 되었다.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A의 노력은 결실을 맺기 어려울 수 있다. A가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권위적인 부모가 되지 말고 권위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권위가 있다는 말과 권위적이라는 말은 다르다. 권위는 그 사람에게 부여된 자격 예를 들어 선생, 부모, 지위에 합당한 격이 살아있다는 말이고, 권위적이라는 말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내가 누군데 감히'란 생각으로 명령하고 상대를 억지로 복종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지금 내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마땅히 가르치기 위해 단호해지는 것. 공감과 배려를 넘어서는 규칙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따뜻한 사랑의 말과 함께 적절한 때에 적당하게 사용될 때 부모는 권위를 갖게 되고 자녀는 그 말에 순종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조용히 말하고 착하고 화내지 않는 겉보기에 좋은 부모가 아닌 단호하고 엄격하지만, 기준이 분명한 부모가 되어라. 자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혼란을 질서로 잡아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사랑과 위엄으로 자녀를 대하고 자녀가 어릴수록 아이에게 무작정 선택권을 주기보다 좋은 것을 분별해 부모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통제는 권위를 두려워할 줄 아는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절제를 가르칠 때 마음 약해지지 마라. 다른 어떤 것보다 필요한 것은 자녀에게 절제를 가르치는 것이다. 정한 시간에만 게임을 하고 이후에는 하지 않는 것. 약속을 이행하는 것. 즐겁고 좋은 것도 끊어낼 수 있고 참고 견디는 훈련은 인생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규칙을 적용하고 단호해지기 시작하면 처음엔 말 안 듣고 울고 때 쓸 것이다. 이때 굳은 마음으로 참겠다는 엄마의 의지는 필수다.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라. 자녀가 울고 때 쓰면 엄격한 자신의 태도에 스스로 주체할 수 없어 우리는 쉽게 마음이 약해진다.

엄격함이 자칫 격앙된 분노로 넘어갈 수 있고 그런 자신을 용납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화를 내면서까지 기강을 잡으라는 뜻이 아니다. 아이의 응석과 몸부림을 화내지 않고 깊은 사랑과 굳은 의지로 받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자. 대부분 부모가 아이와 눈을 잘 맞추지 않는다. 그저 씻어라, 먹어라, 공부해라. 게임 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것도 주로 "하지 마라"는 부정으로. 아이는 '네' 하고 대답하겠지만, 대답만 할 뿐 절대로 엄마의 말을 그대로 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부모의 인내심도 바닥나기 쉬운 상태에 놓인다.

자녀와 대화할 때는 "아들(딸), 엄마 좀 보자. 손 씻고 간식 먹자." 이렇게 반드시 불러 세워놓고 눈을 마주 보며 엄마의 요구사항을 전달해야 한다. 아들 연구소 최민준 소장은 적어도 아들인 경우, "아들, 아들, 아들" 하고 세 번 정도는 불러야 아이가 반응할 거라고 했다. 눈을 맞추고 다음 행동을 손에 쥐여주듯 말하자. 아이가 행동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부정보다는 긍정의 말로 대화를 유도하는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삶의 목적을 발견하라. 우리는 부모가 되는 순간, 자식을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힌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당연한 일이면서 동시에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단지 자녀를 위해, 자녀의 문제가 중심이 되어 살지는 말자. 자녀 교육도 자기 자신의 성장을 위한 일이 되기를 권한다. 우리 중에 누구도 오로지 남을 위해서만 사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자식이라도. 

자녀를 위한 모든 행위를 자신의 성장과 발전 목표와 일치시키자. 그렇지 않으면 쉽게 방전되어 더는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그렇게 헌신하고 희생한 후 자녀에게 언젠가 보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자녀의 변화를 갈망하고 노력해도 생각하는 만큼 일찍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자녀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하지만, 그러한 기대가 곧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다. 하여 자녀 문제를 도울 때도 나의 성장으로 바라보면 좀 더 기쁘게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나의 성장이 좋은 영향력이 되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은 더는 희생이 아니라 원대한 목표가 된다.

나는 A를 글쓰기 모임에 초대했다. 글을 써본 적이 없다는 그녀에게 책을 읽고, 일기를 써보라고 했다. 아이와 있었던 일, 자녀를 위해 한 일 중 특별히 잘하거나 반성할 일도. 더불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남편과 대화 하면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그녀가 혼자 있는 시간 글을 쓰고 모임에 나와 글을 읽고 나누며 위로받고 회복되기를 바랐다.

거의 매일 외출을 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에너지가 있고, 자녀와 그 활동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있어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잊힌다. 그저 공허한 수다만 일삼는 친구만 만나기보다 성장을 이끌어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가 아들을 위해 감당하는 수고에 박수를 보냈다. 그래도 그때 못다 한 말들을 글로 정리하다 보니 나도 자식 키우는 부모라 은근히 마음에 올라오는 감정들이 있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매일 자녀의 학교 앞에 마중 나가 함께 산책하고 도서관에 가는 결정을 내린 A가 너무 대견했다. 한 번 더 그녀를 '잘했다', '좋은 엄마네' 칭찬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와 브런치에 중복게재 합니다.
#자녀교육 #폭력성 #게임 #성장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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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상담 자원봉사를 합니다. 블로그에 북리뷰를 하고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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