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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임금이 아니다" 천주교 신부의 외침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서 시국기도회... "화해 협력 통한 진짜 평화 기획해달라"

등록 2023.11.27 19:42수정 2023.11.2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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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윤성효

 
"전쟁은 안된다. 그리고 전쟁을 부추겨서도 안된다.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힘에 의한 평화'는 결코 좋은 해법이 될 수 없다. 힘과 힘, 무력과 무력이 부딪히는 것이 곧 전쟁이다. 힘에 의한 거짓된 평화가 아니라 화해 협력을 통한 진짜 평화, 진정한 평화를 기획해달라."

하춘수 천주교 경남 마산교구 회원동성당 신부가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열린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기도회'에서 강론을 통해 강조한 말이다.

그는 "사제는 예언자이기에 세상 통치자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다시금 알린다. 대통령과 그 참모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이라 함은 임금이 아니고 전제 군주가 아니고 민주공화정의 대통령이라 함은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0.73%의 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러면 더욱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예언자는 신탁은 축복이기도 하고 저주이기도 하다. 의롭게 살아가는 선의의 사람에게는 위로와 힘이 되지만 불의하고 이기적인 탐욕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하느님의 진노와 심판에 대한 경고다. 부디 지혜로써 이 말씀을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9.19 군사합의의 일부 조항 효력을 정지한 것과 관련해선 "정부는 힘으로 지키는 평화를 외치며 북한과 강대강 전략으로 대하고 있다. 이대로 이렇게 나아가다가는 정말로 전쟁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다"라고 우려했다.

하 신부는 "전쟁의 참혹함을 우리는 지금 이 시기에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한 학살과 야만의 일들을 우리는 매일 뉴스를 통해 보고 듣는다. 얼마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이들과 약한 여성들이 희생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세상에 죄악이 만연할 때, 선한 이들은 '선의 연대'를 실천해야 한다"라며 "소돔과 고모라에서 그들의 죄가 끓어 넘칠 때 하느님께서는 의인들을 찾으시고 의인들 몇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곳을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하셨다. 이렇게 세상 통치자들이 민중을 탄압하고 소외시킬 때 의인들, 선의의 사람들은 가난한 이들과 고통받는 사람들과 연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톨릭교회는 사회교리의 원리로써 연대의 가치를 강조한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과 손잡고 그들을 보살피라고 가르친다. 교회는 혹독한 박해의 시기에도 목숨 바쳐 진리와 사랑을 증거하면서 동시에 가난한 이들과 함께해 왔다"라며 "우리 모두, 비록 가진 것은 미약하지만 오늘 이 연대의 힘으로 교만한 통치자들, 대통령 윤석열과 그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하 신부는 시민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성당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가라고 하시고, 나가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외치고 함께 숨쉬라고 말씀하신다. 정치에 참여하라고 하신다. 좋은 가톨릭 신자는 정치에 참여하여 좋은 정치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밖으로 나와서 세상 구원, 정의와 평화를 위한 활동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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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하춘수 신부의 강론.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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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윤성효

 
3월 시작된 시국미사, 스물네번째 올려

이날 시국기도회는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에서 열었다. 전국사제단은 3월 20일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시작해 전국 교구를 돌며 시국미사를 올리고 있으며, 이날 사파성당은 스물네 번째로 올렸다.

박철현 신부가 주례를 맡아 열린 시국미사에는 문규현 신부를 비롯해, 부산·광주·전주·안동·대구·서울·의정부·원주교구에서도 신부와 수녀, 신자, 일반시민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현장에선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강종철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일본정부 말만 믿고 과학적이라며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한다. 과학적이라고 하려면 시료를 갖고 정확한 분석과 증명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어느 누구도 시료에 접근을 못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의 주장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미신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석달 전만 해도 반대 목소리가 컸지만 지금은 줄어들었고 언론의 관심 또한 적다. 이 자리 모인 사람들이 더 목소리를 내서 핵오염수 투기를 막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는 "재정이 어려운 가운데도 미국산 무기 구입 등 전쟁 관련 비용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있다. 이 정부가 예산집행의 효율성과 균형감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며 "국가 예산은 투기자본도 아니고, 선심을 쓰거나 모험을 위한 돈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포 서울 편입 논란을 언급하먼서 "서울시와 인접한 소규모도시의 '일극주의 서울' 편입에 대한 소모적 논란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과 중앙 중심의 사고는 규모의 경제학에서 나온 자본의 논리와 약육강식의 이념적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이어 "지방이 소멸한다면서 말로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일손 부족으로 어려운 우리 지방 농어촌의 현실 문제로 시선을 돌려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남석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겸 경남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데 그 의미 자체은 옳은 것이다. 상식이라면 세상을 알아차리는 보통사람들, 즉 민중의 교양 아니겠느냐. 이제 우리나라는 매우 성숙한 시민 교양을 갖춘 나라다. 그 점에서 우리는 일반 민중들의 상식의 나라에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편 공정이라는 것은 세상을 평가하는 잣대로서 정의로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런데 상식을 갖춘 국민이 사는 나라에서 세상을 정의롭게 하는 일에 권력이 나서서 간섭하려 한다는 것은 국민의 상식을 무시하는 일이요 민중의 소리 즉 신의 목소리를 옥죄려 하는 무도한 일 아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제 공정은 교양있는 시민으로서 민중들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이것이 윤 대통령이 외치는 공정과 상식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윤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만든 외침을 지키는 것이 바로 공정과 상식의 걸림돌을 없애는 일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통과한 방송3법 개정안은 언론자유를 위태롭게 만드는 권력의 움직임, 한마디로 말해서 대통령을 위시한 권력자들이 방송사의 대표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고, 국민 스스로 공영방송사 대표 선출에 참여하는 기회를 넓히는 법 개정이다"라며 "윤 대통령은 현재 거부권 행사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스스로 뱉은 외침을 어이없이 거부하는 자가당착적인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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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하춘수 신부의 강론.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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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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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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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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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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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27일 저녁 창원 사파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윤성효

#천주교 #시국미사 #시국기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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