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내고 숨을 쉬라는 나라가 있다. 어느 나라의 이야기일까? 놀랍게도 세계 경제 10위권의 경제 강국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2016년 1월 1일 박근혜 정부는 '2014-2018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라 인공호흡기 대여료 지원 대상을 기존 희귀난치성 질환 11종(1812명)에서 척수 장애, 뇌척수질환, 심장·폐 질환 등(500여 명)으로 확대하겠다며, 인공호흡기 임대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를 시행했다.
인공호흡기 임대료 건강보험 급여화 시행 취지는 좋지만, 이에 따라 그동안 국고 보조로 대여료 전액을 지원받아 왔던 희귀난치성 질환자 1812명 중 1376명(75.8%)의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인공호흡기 대여료의 10% 자부담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근육 장애인은 온몸의 근육이 점점 약화함에 따라 나중에는 전신 마비뿐만 아니라 호흡근과 심폐기능마저도 약해져,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또한, 어느 시점이 되면 근육 장애인은 인공호흡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근육 장애인에게 인공호흡기는 곧 생명이다.
인공호흡기 대여료 자부담 금액을 살펴보면, 인공호흡기만 대여하는 경우 소모품(튜브, 필터, 가습기 물통, 기관절개 환자용 커넥터), 마스크 등을 포함해서 월 6~8만 원의 비용이 든다. 기침유발기와 함께 대여하는 경우 인공호흡기 대여료에 월 1만6000원의 비용이 추가된다. 여기에 소모품, 기침유발기 마스크 등을 더하면 월 8~12만 원의 지출이 발생한다.
a
▲ 인공호흡기 대여료 자부담 금액. ⓒ 한국근육장애인협회
근로활동이 어려운 근육 장애인에게는 월 6~12만 원이라는 비용은 꽤 큰 금액이다. 1년이면 최대 144만 원이다. 근로활동을 하더라도 주로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근육 장애인에게는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게다가 장애인 활동 지원 본인 부담금, 의료비 지출, 의료용품과 보조기기 구매 비용, 교통비 등 장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각종 장애 비용을 모두 더하면 근육 장애인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2021년 한국근육장애인협회에서 근육 장애인 530명을 대상으로 근육 장애로 인한 연평균 장애 비용 지출을 조사한 결과, 연 200만 원이 35%, 400만 원이 14%, 2000만 원이 12%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공호흡기 대여료와 장애 비용은 근육 장애인을 빈곤의 늪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근육 장애인에게 국가가 인공호흡기 대여료와 소모품 구입 비용만이라도 전액 지원하여 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이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근육 장애인에게는 진행성 장애의 특성을 고려하여 장애 정도에 따른 주기별 맞춤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숨 쉴 권리는 인간의 당연한 권리이다. 돈을 내고 숨을 쉬라는 나라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근육 장애인들이 당연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 목소리를 낸 지도 어느덧 8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회 앞에서 시위하고 정부 관료들과도 만나서 인공호흡기 자부담 폐지를 요구해 왔으나, 그 누구도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사실상 정부와 정치권이 외면하고 방치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정권은 두 번이나 교체됐다. 아직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들의 목소리에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