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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취재거부 7개월째 홍준표... "비판 보도 재갈물리기"

지역시민단체·언론노조 "사과하고 언론자유 보장해야"... 홍 시장 "악의적인 보도 용납 못해"

등록 2023.11.29 17:30수정 2023.11.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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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시민단체와 언론노조는 2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 조정훈

 
대구시가 대구경북신공항 보도와 관련해 7개월째 대구문화방송(대구MBC)의 취재를 거부하고 시사프로 출연자 등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과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와 언론노조가 "비판 보도에 재갈 물리기"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전국언론노조 대구경북협의회는 2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는 취재거부를 사과하고 언론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대구MBC 시사프로그램 '시사톡톡'에서 대구경북신공항 관련 문제를 제기한 후 대구시가 취재를 거부하고 홍준표 시장이 '편파·허위 보도'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을 두고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구MBC는 지난 4월 30일 시사프로그램인 '시사톡톡' 비하인드 코너에서 'TK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의 제목으로 국회를 통과한 TK신공항 특별법을 검증하면서 "지금의 대구공항을 조금 더 키워 위치만 옮긴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공항특별법에 공항 조성 사업비가 당초보다 초과할 경우 정부 예산으로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국비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대구시는 대구MBC의 출입을 제한하고 취재를 거부한 데 이어 이종헌 신공항건설 특보 명의로 보도국장과 담당 PD 및 출연 기자 등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대구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이 5개월간 수사한 끝에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리자 이번에는 홍준표 시장이 직접 나서 이들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0월 대구지검에 고소장을 제츨했다.

"언론 대하는 홍 시장 태도, 봉건시대 영주 보는 듯"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은 "홍준표 시장은 대구MBC를 대상으로 취재거부, 대구시청 공무원을 통한 고소 등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대상으로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계속했다"면서 "행정을 감시하는 언론이 시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을 했다며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광역단체장이 제대로 된 정치인인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을 대하는 홍준표 시장의 태도는 마치 봉건시대의 영주를 보는 듯 하다"며 "대구MBC 취재거부를 마치 갑질 언론에 대한 대응으로 치환하고 있지만 각종 대구시 행정에 대한 행정정보 비공개와 취재거부 등은 대구시의 갑질행정, 불통행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역 언론은 행정권력 등 지역 시정에 대한 비판과 감시, 견제를 통해 시정의 투명성, 청렴성 제고뿐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며 지역민의 알 권리 충족과 민주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며 "하지만 홍 시장은 무오류의 화신 혹은 신성불가침한 존재인 양 어떠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영진 전국언론노조 대구MBC 지부장은 "대구시장은 취재진을 입맛대로 고르고 공개도 제멋대로 하겠다는 안하무인식의 형태로 대구시민들의 알 권리를 짓밟고 있다"며 "독재정권에서나 있었던 취재 방해와 언론 탄압이 현재 대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지부장은 "이종헌 대구시 신공항 건설특보가 대구MBC '시사톡톡' 관계자 4명을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하고 대구MBC의 출입금지 및 취재거부를 통보했다"며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대구시는 사과 대신 고발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의 고소가 이번 고발과 다른 점은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주체가 대구시 공무원에서 홍준표 시장으로 바뀐 점과 고발장을 접수한 곳이 경찰에서 검찰로 바뀐 점 뿐"이라며 "법의 칼부림을 이어가고 있는 홍준표 시장의 민낯을 대구시가 발벗고 홍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은재식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우리가 이 자리에 나선 것은 언론 탄압이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그것이 기자들에게 자기 검열을 강요하게 만들고 우호적인 기사를 생산하게 만드는 것들이 횡행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반민주적 폭거"라며 홍준표 시장의 사과와 고소고발 철회, 언론자유 보장 등을 촉구했다.

홍준표 "비판보도 환영하지만 악의적인 거짓보도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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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은 29일 대구시민단체와 언론노조가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자신의 SNS에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 조정훈

 
이와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나는 비판 보도는 언제나 환영한다"면서도 "악의적인 거짓보도를 해놓고 거기에 대응하니 언론의 자유를 내세우는 건 아니다. 언론의 자유가 거짓보도의 자유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자신이 과거 경남지사 시절과 당대표 시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찌라시 같은 보도도 넘쳐나는 게 요즘 언론 현실이지만 악의적인 거짓보도는 용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구MBC #취재거부 #고소고발 #언론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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