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답을 내어놓았단 말인가?" -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혁신안을 정당에 잘 접목시키는 것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해야 한다." - 김가람 국민의힘 최고위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최고위원회에 마지막 혁신안을 일괄로 상정했으나, 당 지도부는 혁신안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를 두고 내분을 일으키며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주재한 11일 오후 당 최고위원회의는 혁신위를 향한 '말잔치'로만 끝나고 말았다.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을 쇄신하겠다는 당초 목표는 요원해 보인다.
혁신위 조기 종료, 공관위에 공 넘기는 여당
a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남소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우리 당 혁신위원회는 그간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부분을 짚고 제안해 주셨다"라며 "인요한 위원장을 포함하여 열정적으로 임해주신 혁신위원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 까다로운 의제도 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라고도 이야기했다. 혁신위의 일부 제안을 '그대로 적용시키기 까다로운' 안으로 규정한 것.
이어 "이미 우리 당 총선기획단이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 그 이상의 변화를 도입하기로 하여 진행 중이기도 하다"라며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우리 당 당헌 당규에 따라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를 포함한 당의 여러 공식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와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당 안팎에서 불거진 사퇴 요구에, '기득권 내려놓기'로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관련 기사: "이게 진짜라니 충격" 서울 6석 예측에 국민의힘 분열 https://omn.kr/26pq8).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혁신위가 오늘 마지막으로 회의를 한 것으로 압니다만, 김기현 대표께서는 혁신위의 제안과 관련 본인의 입장을 여러 차례 얘기한 바 있다"라며 "인요한 혁신위가 그간 의미 있는 좋은 제안을 많이 해주셨고, 곧 구성될 공관위에서 그 뜻이 잘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몇 차례 밝혔다"라며 역시 공을 차기 공관위로 넘겼다.
그는 "혁신위가 제기한 혁신 희생의 키워드는 공관위에서도 적극 반영될 것으로 저는 생각한다"라며 "오히려 현실성 없는 대안 없는 당 지도부 흔들기 발언들을 당 내에서 자꾸 하니까 국민들께서 당과 지도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고 당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라고도 꼬집었다.
김가람 최고위원 또한 "인요한 위원장이 50%의 성공을 이야기하며, 절반은 당에다가 맡기겠다고 했다"라며 "전격적인 혁신안을 신중하고 안정적으로 완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혁신안을 만드는 것은 속도가 빠를 수 있지만, 그것을 거대한 정당에 잘 접목시키는 것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해야 한다"라며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그것이 리더의 숙명"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속도 조절'을 명분 삼아 혁신안의 즉각적이고 전폭적은 수용에 거리감을 둔 것.
김병민 "혁신위 노력에도 당 지도부가 걸맞은 호응 못해"
a
▲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반면 김병민 최고위원은 "집권당으로서 국민 삶에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우리 국민의 힘부터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라며 "국민의 고단한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녀도 부족할 때에 정쟁으로 비추어지는 정치 현안에 매몰되어 그 뜻을 다 펼치지 못했던 것 아닌가 저부터 자성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시간 우리 당의 의로운 변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던 혁신위의 활동이 마무리되고 오늘 최고위원회에 그 전체 내용 보고가 올라온다고 한다"라며 "각자의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당의 변화와 혁신 동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주신 이유원 혁신위원장님과 혁신위원님들의 노고를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혁신위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우리 당 지도부가 그에 걸맞은 호응을 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지적이 매우 뼈아프게 다가온다"라며 "인 위원장은 과거 '혁신이라는 게 100점 아니면 빵점밖에 없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그 중간은 없다'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해왔다"라고 날을 세웠다. "총선을 앞둔 우리 당의 혁신 성적표는 100점과 빵점 중 대체 어디에 속해 있느냐?"라는 비판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라며 "정말 어렵고 힘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는 정치인들에게 우리 당 지도부가 희망이 되지는 못할망정, 절망과 원망의 대상이 되어서야 되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에 대한 요구에 대체 답을 내어놓았단 말인가?"라는 지적이었다.
또한 "혁신위는 비록 종료되었지만 혁신위가 외친 변화와 쇄신의 바톤은 우리 당의 뜻 있는 수많은 당원들이 이어받아 갈 것"이라며 "의로움을 위해 개혁과 혁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외롭거나 지치지 않도록 지도부의 일원으로 확실히 힘을 보태겠다"라고 약속했다.
"더 깊게 논의된 것 없다... 적당한 때, 질서 있게 반영"
결국 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 보고된 혁신위원회의 안건을 두고 제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자들과 만난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김병민 최고위원이 청년 공천, 공개 오디션 등 혁신위가 제안한 안 중에서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기계적으로 말고, 최고위 의견을 많이 담아서 공관위에 넘겼으면 좋겠다고 제시했다"라며 "대표도 모두발언 이외에 추가적으로 적극 반영해서 수용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추가적인 논의에 대해 그는 "더 깊게 논의된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가 밝힌 '기득권 내려놓기'에 관해서도 박 대변인은 "적당한 때가 되면 질서 있게 '스텝 바이 스텝' 혁신위의 요구를 반영하고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이해가 된다"라고 부연했다. "혁신위가 요구한 희생과 헌신을 포함한 모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구체적으로 어떤 희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 셈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