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 일출과 일몰을 돌아보며 새해를 준비한다

강렬한 태양과 붉은 노을에 몸을 맡기며... 쉼이 주는 평안함

등록 2023.12.27 14:43수정 2023.12.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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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일출 ⓒ 최승우




2023년 한 해도 저물어 가고 일 년을 마감하는 여러 행사가 줄을 잇는다. 구세군은 자선냄비와 사랑의 온도탑을 환하게 밝혀 지역사회와 소외계층,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찾아 나눔을 실천한다. TV에서는 다양한 행사로 연말을 축제 분위기로 이끈다. 사람들은 각자의 인연 따라 송년회를 갖는 등 한 해가 지나는 마지막은 대부분 왁자지껄하고 흥겹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있다.

지난 일 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많은 사람들이 소망과 기대를 안고 비상하는 새해 태양을 보러 달려간다. 새로운 한 해의 첫날 동해와 유명한 산은 해맞이 인파로 가득할 것이다. 건강, 승진, 합격, 결혼 등 개인의 수많은 소망과 바람이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에 기대어 함께 피어난다. 새해 첫 일출은 많은 사람의 욕망이 투영되는 불덩어리이고 소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지리산에서 만났던 태양

제자들과 일 년에 한 번씩 지리산 산행을 했다. 2박 3일 혹은 3박 4일의 지리산 산행 일정의 최종 목표는 천왕봉 일출이다. 제자와의 10년이 넘는 지리산 산행 중 해돋이를 본 것은 고작해야 두 번이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는 천왕봉 일출을 두 번이나 보았으니, 아쉽지만 크게 모자람은 없다.

해뜨기 전의 지리산은 구름에 가려진 거대한 바다와 같았으며 천왕봉은 외로운 작은 섬이었다. 멀리서 서서히 떠오르는 강렬한 태양은 우리를 저절로 눈물짓게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벅찬 감동이었다. 구름을 뚫고 비상하는 아침 해는 우리의 뇌를 때리는 강력한 자극이었고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짜릿한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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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일몰 ⓒ 최승우

 
내가 사는 한반도 서쪽은 동해의 찬란한 해돋이보다 수줍은 해넘이가 멋진 고장이다. 서해 곳곳이 일몰 명소이고 바다와 가까이 위치한 제법 유명한 산에는 해넘이를 볼 수 있는 낙조대가 있다. 고창 구시포, 변산, 땅끝마을 등 여러 곳에서는 한 해를 마감하는 해넘이 축제가 열린다.


이 곳의 일몰은 일출의 순간이 주는 강력함은 없지만 사람의 감정을 끊임없이 간지럽힌다. 봄날의 다양한 녹색을 넘어설 정도의 여러 가지 톤으로 무장한 저녁노을은 오감을 자극한다.  

가수 최백호는 그의 저서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에서 "나는 일출보다 일몰을 더 사랑한다. 세상을 삼킬 듯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피둥피둥한 아침 햇살의 욕망스런 모습보다, 온몸을 불태워 최선을 다한 장엄한 황혼의 그 처절한 모습에 감동받는다"라며 일몰의 아름다움을 말했다. 일몰은 오묘한 붉은 불감으로 하늘을 채색한 채 신비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일몰은 하루, 한 해가 켜켜이 쌓인 추억이고 오래 묵은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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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격포 채석강 노을 ⓒ 최승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2023년도 마지막에 다다르고 있다. 한 해 동안 이루었던 일과 이루지 못한 일, 자랑스러운 일과 창피했던 일 등 긍·부정과 선·악의 많은 상황이 겹친다. 끊임없는 시행착오 속에 조금은 덜 실수하는 삶을 희망하나 정작 한 해의 끝에는 부족함과 허전함으로 가득하다. 새해에 대한 기대감에 앞서 지나온 한 해를 정리하고 후회스러운 일의 반성과 함께 현재의 나를 살펴보아야겠다.

나무 생태학자인 유영만은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에서 "멈춤과 쉼이 있어야 다시 달릴 수 있다. 삶은 잠시 잠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는 쉼표에서 그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여정이다. 쉼표가 없으면 영원히 마침표를 찍을지도 모른다. 쉼표가 없으면 물음표를 생각할 겨를도 없어진다. 쉼표가 없으면 경이로운 삶을 느끼는 감동의 느낌표가 사라진다"라고 했다.

오는 2023년의 마지막 날은 하루하루와 한 해가 켜켜이 쌓여 있는 서해의 붉은 노을에 몸을 맡긴 채 잠시 쉬고 멈추면서 깊은 사색에 잠긴 철학자가 돼볼 생각이다. 가끔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데에서 내일을 살펴볼 여력이 생긴다.
#일출 #일몰 #소망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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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을 정년 퇴직한 후 공공 도서관 및 거주지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서 도서관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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