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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이름 없는 헌신을 기억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 번째 희망나누기… 30명의 민주화 유자녀와 본인에게 1억 5천만원 전달

등록 2023.12.28 16:15수정 2023.12.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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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에 남편이 떠났습니다. 아직도 황망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남편을) 기억해 주셔서 우리 가족도 여기 계신 분들을 기억하고자 모두 왔습니다." (고 김희영님의 아내)

"7월에 아빠가 돌아가셔서 아직도 아빠 이야기를 하는 게 힘듭니다. 계실 때 아빠가 하셨던 민주화운동 이야기를 더 나눴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빠의 뜻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운영위원장님의 말씀을 잘 기억해서 저도 민주화운동 하셨던 분들을 기억하겠습니다."(고 김재석님의 유자녀)


"워낙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아버지의 존재가 멀어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상실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버지의 친우분들이 저를 아껴주셨습니다. 아버지의 삶을 실재로 느끼게 해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고 구본주님의 유자녀)

"6년 전에 갑자기 쓰러진 아내를 대신해 나왔습니다. 제 아내는 이름 없는 활동가였습니다. 제 아내의 헌신을 누군가는 기억해 주길 바랐는데 오늘이 그 날인 것 같습니다."(몸이 아픈 본인 정영애님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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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수)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 박대윤

  
지난 2019년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먼저 가신 분들의 유자녀를 지원하고 싶다는 어느 한 익명 기부자의 기부를 시작으로 2020년 1월 첫 희망나누기를 시작한(2020년엔 2번 진행)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가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다.

첫 기부자의 고요하지만 거대한 기부는 2019년으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70여 명의 개인과 20여 단체의 기부로 확산되었다.

'희망나누기'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의 유가족에게 생활지원금을 드리는 것으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몸이 아픈 민주화 운동 당사자로 확대되었으며 올해는 유자녀의 학습 및 진로지원비를 지원하 '희망단비' 사업도 겸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민주화 운동, 그 기억과 다섯 번째 희망나누기' 행사에는 노동자 농민 언론 예술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전달식에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분들의 삶을 표현한 헌정공연도 마련됐다.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희망나누기와 함께 한 아홉명의 민주화운동가들의 목소리(극단 종이로 만든 배(연출: 하일호))'는 아홉명의 민주화운동가들의 삶을 극으로 표현해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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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수)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 박대윤

 
문국주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공연을 보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겪었던 어려움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민주화운동이라는 게 방해세력이 있기 마련이다"라며 "그러나 국민들이 우리와 함께 역사를 전진시키고 있기에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도 그 역사의 전진에 힘을 보태기 위해 희망나누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배다지 부산 민족광장 대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김상근 목사,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축사가 있었다. 특히 김상근 목사는 "제 마음속에 당신들의 과거를 담고 당신들이 바라는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는 맹세를 바치고 또 바친다"고 다짐했다.

이어 김아란 희망나누기 실행위원의 경과보고가 있었다. 희망나누기 사업은 2020년 1월 15명의 유자녀에게 1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11월 7명의 유자녀와 7명의 몸이 아픈 본인에게 1억 1천만원, 2021년 12월 8명의 유자녀와 10명이 몸이 아픈 본인에게 1억 3천 432만원, 2022년 12월 18명의 유자녀와 13명의 몸이 아픈 본인에게 1억 6천 700만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올해 13명의 유자녀와 17명의 몸이 아픈 본인에게 1억 5천만원의 장학금 및 생활지원금을 전달했다.

더불어 올해 처음으로 매달 유자녀의 학습 및 진로 지원을 위한 '희망단비' 사업을 시작해 지난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9명의 유자녀에게 매달 50만 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연성만 희망나누기 운영위원장은 "희망나누기는 유자녀분들의 가정이 힘들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의 어머니 아버지가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셨기 때문에 그 때 함께 했던 모두가 마음을 모아서 당연히 함께 하는 것"이라고 희망나누기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며 "'감사하다'는 말은 가슴 속에 넣어두고 엄마 아빠가 무엇을 했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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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수)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문국주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박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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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수)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김상근 목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박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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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수)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시업회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박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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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수)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연성만 운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박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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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수)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김아란 실행위원이 경고보고를 하고 있다. ⓒ 박대윤

  
한 명의 기부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지금 조용하지만 큰 울림이 되어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분들의 삶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더 큰 희망을 나누는 길에 많은 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달식에서 유자녀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몸이 아픈 본인으로 선정된 차석진님은 결국 전달식에 함께 하지 못했다. 지난 24일 짧은 투병생활 끝에 그만 생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차석진님을 대신해 전달식에 참가한 그의 친우는 죽기 전 차석진님이 남긴 메모를 읽었다.

"기억은 모든 것의 출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억하기'는 참 소중한 작업입니다. 그 작업에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드립니다. 12월 17일 마지막 시기가 될지도 모르는 때에 과분한 사랑을 받고 복에 겨워 눈물 흘리는 차석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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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수)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 박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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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수)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 박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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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수)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다섯번째 희망나누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 박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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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누기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민주화운동 #장학 #유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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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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