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유치보다 제도 개선이 먼저

[주장] 일과 학업을 병행 할 수 있도록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제도 현실화해야

등록 2023.12.29 18:41수정 2023.12.2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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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유학생은 약 18만명이다. 이중 16만 5천명이 자비 유학생으로 약 75%가 중국, 베트남, 우즈벡, 몽골, 미얀마 출신 유학생이다.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지난 6월부터 외국인 유학생(중국, 몽골, 베트남, 미얀마, 우즈벡 등) 2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이들의 평균 유학 비용은 약 1천 8백만원이었다. 유학 생활 중 취업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응답한 유학생이 186명(93.5%)이었다. 또한 응답자 중 191명은 원룸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기숙사는 2%에 불과했다.

전북지역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유학생 1인당 학비와 생활비로 지출하는 돈만 1년에 1500만원이라고 한다. 이것도 몇 년 전 이야기다. 유학생들에게 일과 학업의 병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에 유학중인 학생 중 대다수가 시간제 취업을 하지 않으면 유학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인 것이다. 현재 정부와 대학은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학생들이 한국을 유학지로 선택하는 것에는 이러한 이유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학생이 정상적으로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유학생 중 신고하고 일한다는 응답자는 201명 중 71명(35.3%)이었으며, 130명(64.7%)은 신고하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조사결과). 외국인 유학생이 신고하지 않고 일하다 적발되면 1차는 1년간 취업금지와 벌금, 2차는 유학 기간 중 취업금지, 3차는 유학 취소와 강제 출국으로 처벌이 강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학생들은 미신고 취업의 경우 임금체불, 성폭력 등 불이익을 당해도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유학생 응답자 201명 중 46명이 임금 체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신고하지 않은 것을 빌미로 고의로 임금을 주지 않고 임금을 달라고 한 유학생을 경찰에 신고까지 한 사례도 있었다. 대부분 지인을 통해 취업을 하다 보니 인권 침해도 심각했다. 구직 과정 중 반말, 고압적 태도, 언어 차별, 사생활 침해 등이 빈번했다.

그렇다면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제도는 어떻고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시간제 취업 신고가 어렵고 번거롭다. 필요한 서류만 7가지이다. 특히, 사업주로 부터 사업자등록 사본과 표준근로계약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또한 학교로부터 시간제 취업 확인서 등을 받아서 출입국관리소에 제출해야 하다 보니 번거롭거나 방법이 어려워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신청일 기준 학점 C학점 미만 이거나 평균 출석률이 90% 미만이면 취업을 제한 받을 수 있다.


둘째, 입국 시기, 유학 과정, 한국어 등급에 따라 취업 허용 시간이 다르다. 입국 후 6개월 이내에는 취업이 불가하고 6개월 이후에도 어학연수 과정에 한국어 능력 수준이 2급이 안되면 주중 취업 시간이 10시간으로 제한된다. 학사 과정도 한국어 능력이 3급이 안되면 주중 취업시간이 10시간으로 제한된다. 이렇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들고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가면서 유학생활을 해야 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신고를 하지 않고 취업을 하는 것이다.

셋째, 허용 업종이 너무 좁다.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취업 허용 분야는 일반 통번역, 음식업 보조, 일반 사무보조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중국 유학생이 중국어 강사로 취업 하지 못하거나, 영어가 모국어나 다름없이 사용하는 나라의 학생들이 영어 강사로 취업하는 것도 불법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유학 생활을 위해서는 시간제 취업이 꼭 필요함에도 미신고 상태로 취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 한신대가 어학연수 중인 유학생을 이탈 우려를 이유로 연수 과정에서 본국으로 강제 출국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교육부가 이탈률이 10%를 넘으면 유학생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어떤 대학에서는 체포조까지 구성하여 이탈한 유학생을 잡으러 다닌다고 한다. 한편 교육부는 2028년까지 유학생을 30만명까지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각 지자체와 대학은 유학생 유치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한국을 유학지로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라면 한국 정부와 대학은 유학생 유치를 위한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탈을 목적으로 유학 온 학생들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시간제 취업제도가 오히려 외국인 유학생의 이탈을 부추긴다면 강력한 규제와 단속 이전에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입국과 동시에 노동 비자를 주되 학업을 병행해야 하므로 취업 시간은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 취업 허용 업종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졸업 후 취업연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니 허용 업종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과 지자체의 유학생 시간제 취업 지원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대부분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다 보니 인권과 노동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한국의 인권·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의 따뜻한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다.
 
#외국인유학생 #유학생노동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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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전주시에 살고 있습니다. 기자 활동은 전라북도의 주요 이슈인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어 시민 기자로 가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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