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린이들도 함께 참여하는 산신제

시가현 야마무라 마을 사람들의 새해맞이

등록 2024.01.04 09:06수정 2024.01.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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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아침 시가현 야마무라 신사에서 열리는 산신제에 다녀왔습니다. 야마무라 신사 주변 야마 마을(滋賀県甲賀市水口町山)에서는 해마다 3일 오전 8시 무렵 마을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모여서 산신제를 준비합니다. 준비가 다 마치면 11시 무렵 산신제 제물과 제사 도구를 들고 마을 뒤쪽 산 입구에 가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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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고 금줄을 자르면 이제 산에 들어가서 일을 해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 박현국

 
야마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요, 그리고 집안의 무병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산신제를 지내왔습니다. 산신제는 마을 어른들과 초등학교 학생 10여 명이 참석해서 같이 준비하면서 지냈습니다. 마을 주변에 큰 공단이 있고 마을 규모(107호)가 커서인지 해마다 60여 명이 모여서 산신제를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제 제물이나 제사 도구는 어른들과 어린 초등학생이 같이 준비합니다. 미리 마련해 놓은 볏짚이나 대나무, 그리고 톱이나 큰 칼들을 미리 가지고 오거나 마을 공동 도구를 사용합니다.

대나무를 얇게 잘라 엮어서 재물을 올려놓을 받침대를 만들고, 대나무를 잘라서 젓가락을 만들고, 집을 엮어서 금줄이나 츠도를 만듭니다. 그리고 솥에 쌀을 씻어서 밥을 앉히고 불을 지펴서 밥을 짓기도 합니다. 모두 어른과 어린이들이 더불어 같이 합니다. 서로 자연스럽게 순서나 진행 과정을 말하고, 익히면서 전수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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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른들이 금줄을 꼬고, 어린이들이 불을 지펴서 밥을 짓고 있습니다. ⓒ 박현국

 
11시가 다가오자 신사 우두머리 구지 직원이 나와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자신이 외울 독축 내용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서 제물을 들고 산신제 제장으로 향합니다. 이때 '니타니타', '어이오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산신제 제장은 제물을 준비한 신사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제장에 도착하면 먼저 금줄을 치고, 금줄 앞에 마을 어른들이 마주보고 길게 두 줄로 섭니다. 신사 우두머리 구지는 부정을 씻고, 복과 풍요를 빌고, 금줄을 자릅니다. 이제부터 산에 들어 가서 일을 해도 좋다는 신호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준비해서 가지고 온 술과 밥을 나누어서 먹고 마십니다. 이때 술을 나누고, 밥을 떠주는 일은 어린이들이 맡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둥근 표적을 그린 종이 표지를 들고 어른들 줄 사이를 달리면 어린이의 엉덩이를 츠도로 두드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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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야마무라 신사에서 만든 제물이나 제사 도구를 들고 산신제를 지내는 곳으로 향합니다. ⓒ 박현국


또한 어린이들은 남녀 신상을 만들어 두 명이 각기 남신상과 여신상을 들고, 서로 사타구니를 부딪히는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와이(Y)자 형 나무를 자라서 거꾸로 해서 남녀 신상을 만듭니다. 남 신상에는 곶감, 여신상에는 밀감을 고정시켜서 만듭니다.

산신제가 마치면 참가자들이 모두 신사로 돌아가서 아직 남은 제물을 나누어 먹거나 마시기도 합니다. 코로나 감염증이 확산되기 전에는 어린이들이 모두 빈 그릇을 가지고 와서 제물을 나누어 담아서 먹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없어졌습니다.

생활 양식이나 삶의 형태가 바뀌면서 산신제도 바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심성과 삶의 모습은 오랜 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래를 알 수 없고, 자연재해를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불완전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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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를 지내면서 어린이들이 마을 어른들에게 술이나 밥을 나누어 주면서 음복을 합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산신제 #시가현 #야마무라신사 #야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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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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