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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은 무조건 밖에 나가면 사회화? 그거 아닙니다

[개를 위한 개에 대한 이야기] 개들의 사회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등록 2024.01.12 07:11수정 2024.01.1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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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기자말]
요즘 개 보호자들 중에 '사회화'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않은 분은 없을 것이다. 너도 나도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기 시작하는 인구도 확실히 늘었다. 내 반려견의 외적인 것에만 관심을 두는 게 아니라, 내면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화를 잘못 알고 있거나, 잘못 시키고 있다. 심지어 방문교육을 나가면 어릴 때 사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데리고 다녔지만, 어쩐지 더 안 좋아졌다는 고민을 듣곤 한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금부터 하는 사회화의 이야기는 아마 당신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화와 사교성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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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화가 잘되어있는 개들 2023년 10월 다녀온 일본, 일본 반려견 훈련 클럽장 친구네에서 묵었다. 홈스테이 중, 사회화 잘 되어 있는 개들과 찍은 사진. ⓒ 최민혁


사람들은 사회화라는 과정 자체가 '사교성이 좋은 개'가 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화를 잘 시키면, 어느 개나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둘은 생각보다 다르다. 방문교육 상담 때부터 눈물을 흘리셨던 허스키 믹스 루키 보호자님이 생각난다. 소울 메이트라고 할 수 있는 루키 보호자님 친구분도 같은 연령의 강아지를 입양하여 키우기 시작했다. 365일 중에 360일을 붙어 다닐 정도로 같이 다녔고, 똑같이 사회화에 힘썼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2살쯤 되었을 때, 루키는 타견과 어울리기 어려운 개가 되었고, 친구분의 개는 동네의 인기 반려견이 되었단다. 왜 거의 같은 경험으로 자랐는데 결과는 이렇게도 다를까? 

어떤 사람은 친구의 반려견을 보고 '사회화를 잘 시켜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영향이 있겠지만, 사실 이런 사례는 사실 우선 유전적으로 사교성이 좋은 기질일 확률이 크다. 해외엔 개에 수많은 연구가 있고, '기질'은 유전과 밀접하단 발표가 많다. 영국의 왕립학회보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발표 연구에 따르면, 특히 개들의 반사회적 행동은 유전과 매우 큰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사회화 교육을 시켜서 그 기질에 맞는 사회적 적응도를 높이는 것에 가까운 것이다. 기질은 인간도 잘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기질이 이런 개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소심하고 자극에 민감한 루키 같은 경우는 애견 카페에 자주 다니고, 자꾸 놀러 다니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개들은 즐거움보다 '안전함'이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다. 쉽게 말하면, 이런 개들은 '사회가 안전하구나'를 경험해야 한다. 이런 기질의 개들을 여러 군데 데리고 다닌다고 좋은 기억이 생길까? 운이 좋아 좋은 사람, 환경, 반려견들만 만났다면 모르겠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개의 입장에선, 같이 있어도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느낌일 테고,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개가 되기 쉬워질 것이다. 이 부분이 종종 보호자들로부터 "제가 그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개가 저를 지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소리가 나오게 되는 수순이다.     그보단 다양한 환경에서 '보호자가 리드해 주고, 그 리드해 준 상황이 안전하다'라는 경험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더 나아가 다양한 환경에서 보호자에게 집중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회화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옆집 누구네는 데리고 다니니까 좋아졌다던데?" 라며 무작정 반려견을 밖으로 데리고 다니기만 한다. 그런데 어떤 개는 그것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어떤 개는 그렇지 않다. 부담이 된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렇게 하면 개에게 있어 보호자란 믿지 못하는 존재, 어디 가서 집중할 만큼 매력이나 재미가 없는 존재가 되기 쉬워지는 것이다. 사교성과 사회화 교육은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 사회화 교육의 출발이다. 

반려견들도 친구의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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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중하는 반려견 낯설고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보호자에게 집중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전함'이 가장 중요하다. ⓒ 최민혁

 
친구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 어린 시절,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를 이왕이면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어울리는 친구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반려견의 경우는 영향이 더 커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 반려견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친구를 만들고 좋은 영향을 주게 하고 있을까? 산책을 나가서 항상 다른 개와 인사하거나 운동장에 자주 가는 것에 대해 살펴보자.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런 활동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나, 특히 특정 성향의 개들에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매너 있고 좋은 반려견을 만날 확률이 그리 높지 않고, 더 나아가 내 반려견과 성향이 맞는 개를 만날 확률이 낮다.

앞서 말한 루키 사례처럼 안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개라면, 안정적인 성품의 개들부터 경험하여 안전하단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불특정하게 만나는 개들의 경우 그럴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 

간혹 보호자들이 나에게 와서 "운동장에서 물림 사고가 있었는데 누가 잘못한 걸까요?" 묻는 경우가 있다. 반려견들이 놀다가 서로를 문 것인데, 대부분은 둘 다 잘못이다. A라는 반려견은 몸통 박치기로 치고 노는 것이 성향인 개가 있고, B라는 개는 부드럽게 서로 배려하며 노는 게 좋은 성향인 개가 있다. 이 둘이 만났을 때 서로 불협화음이 날 수 있는것이다.

한편, 운동장과 인사를 너무 좋아해도 문제다. 산책시 다른 개를 보면 흥분하며 짖기 시작하는 개들을 본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개들 중 50% 이상은 막상 가면 냄새를 맡고 꼬리치는 경우가 많다. 항상 인사해왔기에, 그걸 하지 못하면 짜증과 화가 나게 바뀌는 것이다. 다른 개를 보면 항상 놀아야 하는 강박처럼 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된 경우는 대부분 상대 개에 대한 배려를 배우지 못한다. 무조건 인사 해야 하고, 상대 개의 신호를 보거나 듣고 움직이기보다는 내가 내 마음대로 냄새 맡는 걸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악영향이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교육 모임, 산책 모임

그럼 대체 어쩌란 말이냐고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보호자에게 집중하고 리드하며 조율된 분위기의 사회화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곳 모임에서 활동이다. 이게 아니라면 적어도 산책도 서로 매너를 지키며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고, 기본적으론 보호자와 집중하는 활동을 하는 게 좋다. 

이렇게 되면 보호자와 고립될 거라고 걱정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오히려 서로가 훨씬 건강하게 신뢰하게 된다. 이렇게 좋은 규칙을 지키는 보호자와 반려견들을 만나 '안전하다'는 생각을 깊게 가지기 쉬워지고, 개들의 행동도 안정된다. 보호자분들도 긴장을 덜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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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려견 교육 클럽 모습 어떤 기질의 반려견들도 보호자의 리드 아래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 최민혁

 
반려견 선진국이라 하는 나라들에서는 이런 클럽 교육 문화가 굉장히 발달되어있다. 한국처럼 문제 행동이 생겨야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커뮤니티를 형성해 건강한 사회화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궁극적인 가장 좋은 사회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람도 부모님들은 아이의 좋은 커뮤니티를 고려하고, 낯선 곳에 가서 부모가 있음을 인지 시켜주고 신뢰를 준다. 

그런데 어쩐지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견들은 그저 데리고 다니는 것이 사회화라고 생각한다. 개들의 사회화란, 보호자가 먼저 책임지고 판단하고 리드하여, 안전함과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개들에게 인간 사회는 두려움이 가득하고, 혼란스러운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산책을 통해 단순 '노출'만 시키는 건 올바른 사회화가 아니다. 때론, 개들은 맛있는 것을 주고, 예뻐해 주는 보호자보다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든든하고 신뢰할 만한 보호자를 원한다.
#반려동물 #반려견 #개 #강아지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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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반려견 훈련사 '최민혁'입니다. 그저 개가 좋아 평생을 개와 가까워지려 하다보니 훈련사란 직업을 갖게 됐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제야 들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려동물이지만, 우리는 그들을 여전히 오해하고 모르고 있습니다. 개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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